"내집에서 내가 쫓겨나"...도청앞 피켓시위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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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에서 내가 쫓겨나"...도청앞 피켓시위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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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소리] 옆집 건물 신축공사에 초가가옥 균열
"벽에 금가고 서까래 갈라져"...업체 "공사때문 아냐"

"집이 먼지투성이가 된 데다가 천장이 언제 무너질지도 몰라 모텔을 돌면서 자고 있어요. 내 집에서 내가 쫓겨난 거야."

26일 오전 제주도청 앞 거리에 60~70대쯤 된 여성이 피켓을 들고 나앉았다.

벽걸이 달력을 재활용한 종이와 못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각목으로 만들어진 피켓에는 '힘없는 사람은 공사 때문에 집 부서져도 복구해주지 않아도 되느냐'고 쓰여 있었다.

제주시 연동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 A씨가 집 옆 신축공사로 인해 한뎃잠을 잘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하소연하고 나선 것이다.

26일 제주도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 <헤드라인제주>
26일 제주도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 <헤드라인제주>

그는 옆집 터에서 4층짜리 다세대 주택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자신의 집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우리집은 초가 가옥이라서 65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집이다. 시멘트 블록으로 만든 집은 30년 정도 지나면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초가집은 그럴 필요도 없이 튼튼하다"고 말했다.

궂은 날씨가 염려되면 지붕에 천막을 덮어 씌우는 정도로도 수십년 동안 집이 건재했다는 A씨. 그러나, 그는 공사로 인한 진동에 집 벽 군데군데가 갈라지고 지붕을 떠받치는 목재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어느날은 선반위에 놓였던 물건이 다 떨어져 있더라고요. 이상하다 생각했지. 어느날은 땅이 울려서 엉덩이가 들썩거리더라고. 알고보니 그게 옆 건물 현장에서 생기는 진동 때문에 그런 거였어요."

뿐만 아니라 A씨는 건축 현장의 여파가 건물의 균열을 불러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장을 보니 도배지가 조금씩 벌어지는거라. 큰일나겠구나 싶어 천장을 뜯어내 보니 서까래(지붕판을 만들고 추녀를 구성하는 긴 각재)가 다 갈라져 있었어요."

막상 천장을 뜯어냈지만 도로 붙일 재간은 없었다는 A씨. 천장에 쌓여있던 먼지가 집안을 가득 매워 대피하다시피 집 밖으로 나돌 수 밖에 없었다고 처지를 토로했다.

현재 A씨의 옆집에 들어서는 다세대 주택은 이미 공사를 마무리 짓고 준공검사 단계를 앞두고 있다. A씨는 배상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준공검사가 통과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지금 많은걸 바라고 있느냐. 적어도 사람이 살 수 있게는 고쳐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관계당국의 도움을 요청했다.

◇ 공사업체 "A씨 주장 사실무근...균열은 공사 진동 때문 아냐"

반면 공사를 진행한 업체측은 A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맞섰다. 집에 균열이 간 것은 공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건물이 낡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저희 같은 건설업체는 민원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사를 하기 전에 미리 사진을 찍어놓는다"며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갈라져 있던 증거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공사를 시작하면서 옆 집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해 흔들리는 집을 고정해주면서 공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65년씩이나 된 집은 형태만 갖췄을 뿐 집이 아니다. 한 번도 손을 안 본 집이라 건드리면 무너질 정도로 얼기설기한 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 진동 때문에 건물에 금이 갔다고 하는데, 금이 간 자국 안을 보면 몇 년 전에 작업한 페인트가 묻어있다. 공사가 시작된 후 금이 갔다면 어떻게 페인트가 묻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 공사 진동에 의한 것이라면 (지반공사를 하던)세 달 전에 이미 균열이 가지 않았겠나. 선반이 떨어졌다는 것도, 나무가 갈라졌다는 것도 이제와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공사 때문에 먼지를 먹고 소음도 있고 하니 무너진 부분 보수해주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돈으로 달라고 하더라"며 "이 문제 때문에 A씨가 검찰에 고발도 하고, 시청이나 청와대에 민원까지 넣어 우리 입장에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벽에 금이가고 마당이 엉망이 된 A씨의 집. <헤드라인제주>
갈라지고 주저앉은 A씨 집의 서까래.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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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 저널!!! 2014-06-27 09:42:03 | 121.***.***.182
오랜만에 진짜 아픔을 겪고 있는 도민을 위한 기사로 보이네요...
온갖 정치판 희룡판으로 도배질하는 기사 일색인데...
제대로운, 바람직한 서민을 위한 아픔을 겪고 잇는 도민을 위한 기사로 평가하고 싶네요...
끝까지 지켜보고, 결과까지 기사로 마무리해주면
아주 더할 나위 없는 기사가 될 듯하네요...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