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기간 중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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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기간 중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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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학교시스템으로 발송된 선거문자 파문과 '의견글'
뻥 뚫린 학교행정 보안관리...의견글 선거법에 줄줄이 삭제조치

1.

얼마전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가 자신이 교장으로 재임했던 한 고등학교 행정 내부의 문자발송시스템을 이용해 학부모들에게 다량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돼 큰 파장이 일었다.

학교 내부에서 학부모 등에게 공지사항 등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대량 문자메시지 발송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문자를 발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문자발송에 따른 요금도 선거캠프가 아닌 고스란히 학교로 물어야 할 상황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저촉 여부를 떠나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심각성을 갖게 한다.

우선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철저히 보호되어야 할 이 시스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어떻게 손쉽게 유출되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가뜩이나 올해 카드사와 금융사의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학교에서 학부모의 휴대폰 번호 등이 담겨있는 시스템이 선거캠프에서 활용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해당 후보가 이 학교에 재직한 것은 지난해 8월까지로, 이후 올해 1~2월쯤 해당학교에서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학교 내부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누군가가 말해줬거나, 아니면 또다른 방법으로 이를 얻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후보자는 "교무실에 인사를 하러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공적라인을 선거에 활용한 후보자는 물론이고, 허술한 내부 행정망 관리의 단면을 드러낸 학교측은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2.

학교측은 내부 보안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 뿐만 아니라 선거 후보자쪽과 '신속한 연락체계'를 갖추고 있던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언론에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상대후보측은 "제보자인 학부모가 문자를 받고 발신지로 전화를 걸었더니 00고 행정실이라는 것이 확인됐고, '학교에서 특정후보 대상으로 개소식 알림 메시지를 보내면 되느냐'고 항의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 후 후보가 전화를 와서 만나자고 하면서 설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는 제보자와 전화통화가 끝나자 마자, 학교측에서 바로 해당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자를 설득하도록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문제가 터진 후 신고를 통해 사안을 인지한 교육청당국은 문제 발생 6일이 지난 23일 '학교에서 문자 보낸 것이 아니다'라는데 포커스를 맞춰 언론에 설명했다.

학교 내부에서는 이미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교육청 당국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3.

이 일련의 파동에 있어, 선관위의 '댓글 삭제' 요청 논란도 이어졌다.

선관위는 해당 보도기사에 따라붙은 누리꾼들의 의견 게시글에 대해 신속하게 삭제할 것을 언론에 통보했다.

이유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 '인터넷언론사 게시판.대화방 등의 실명확인' 규정을 들었다.

이 규정은 공식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글을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는 '실명등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견은 반드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야 글을 게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처음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견임에도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의 댓글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중 2개는 학교행정시스템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해당 후보를 힐책하는 내용이다. 게시글 내용 중 해당후보가 누구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실려 있어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후보자의 반대' 의견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1개 게시글은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기 보다는 학교행정시템의 허술한 단면을 지적하는데 포커스를 맞춘 내용이다.

'학교행정시스템이 언제부터 선거'라는 닉네임으로 올라온 이 게시글은 "특정 고교의 교장출신이였다는 이유만으로 시스템에 맘대로 접속할만큼 개인정보유출이 쉬운곳인가요?"로 시작하고 있다.

후보자 반대 취지보다는 학교행정시스템의 허술한 단면을 지적한 글이고, 논란의 후보가 누구인지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언론사측의 반론이 이어졌으나 선관위는 재검토의 여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서면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해당 게시글에서 어떤 부분이 구체적으로 '후보자의 반대의견'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었다.

지체없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경고의 내용과 함께,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라는 일종의 명령서였다.

뒤늦게 반론이 이어지자 첫 부분 '특정 고교의 교장출신이었다는 이유만으로...'라는 문구 속에서 후보자가 특정되기 때문에 '후보 반대의견'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을 전해온 것이 전부다.

4.

이날 하루 우연의 일치처럼 해당 기사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삭제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이후에 나온 '후보자 지지' 내용의 삭제요청은 그 기준이 뭔지 더욱 헛갈림을 갖게 했다.

"어제 출정식은 000후보 출정식보다 사람이 많이 왔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000후보님을 보게 됐습니다. 사람이 많이 왔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000 후보님을보게 됐습니다.000후보님 계속 응원할께요." (삭제조치)
"000 후보님 여론조사도 1위 하시고 출정식에도 어느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자들이 모이니 이젠 도의회에 입성하는 일만 남았군요~끝까지 파이팅입니다." (삭제조치)

위 2개의 댓글은 '후보자 지지' 의견글이라는 선관위의 판단 통보로 삭제조치됐다.

반면 아래 댓글들은 위와 같은 위치에 실렸으나 모두 '후보자 지지' 의견글로 판단되지 않았다.

"000후보님~!열심히 하시는 모습에 기대를 가지고 한표를 던집니다."
"보고 또 봐도 정이 갑니다. 000 화이팅~!!!!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000 후보님 파이팅하십쇼!
"항상 정다운 미소를 건내주시는 000후보님~!! 저도 응원을 합니다."

선관위는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후보자 지지' 의견에서는 대체적으로 허용범위를 크게 완화시켜 주는 반면, 부정적 내용의 글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도 않았음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양면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 영역을 침해할 지나침이 있어 보인다. 법률로써 제한하더라도 권리침해 정도는 최소한도로 그쳐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 위반논란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가운데 최초 학교 전화번호로의 문자발송에서 시작된 이번 일은 학교행정 내부시스템의 허술한 단면, 그리고 공적라인을 이용한 선거운동 등으로 논란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후보자의 단순한 아이디와 비밀번호 도용인지, 아니면 또다른 연결고리가 있었던 것인지, 조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엄격한 공직선거법의 잣대에 유권자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할 상황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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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잣대 선관위 2014-05-27 00:40:24 | 118.***.***.105
아~~참 .체면안서라..이랬다 저랬다 선관위가 특정후보만 봐주는거 아닌가?
아니면 역할을 제대로못하던지...칼날같은 잣대로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도움을 주어야할텐데...이렇게 헤매고 있으니...이러니 선거에 정떨어져 투표안하고프지..

정직한 언론이 있었네요.. 2014-05-26 23:53:15 | 121.***.***.136
언론보도의 원칙을 잘 준수하고 계시군요.. 팩트를 꼬집어 이야기 했군요.. 근데 다른언론은 모르는건지 아님 관심없는건지... 사안이 큰거 같은데.. 별로 관심이....여튼 학교문자서비스는 전직교장이 쓰면 안되는거 맞죠?? 거긴 학부모 정보도 분명 들어있을테고,,, 실수니 뭐니 해도 인지하지 않고선 할수없는... 거참 누가봐도 정당하지 않구만... 그후보 정책은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하더니만.. ???

ㅉㅉ 2014-05-26 22:14:11 | 1.***.***.154
이해가 안되는게 아니라 이해를 못하는 거겠지 ㅉㅉ

탐사보도굿 2014-05-26 15:49:25 | 14.***.***.232
오~ 제주에도 탐사보도를 심층적으로 진행하는 언론사가 있었네요
먼가 문제가 있으면 끝까지 추적해서 진실을 밝혀주세요 헤드라인 화이팅입니다. 이것도 선거법 위반인가? 제 댓글 지워지나요?

흠좀무 2014-05-26 14:07:20 | 112.***.***.245
[즉,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견은 반드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야 글을 게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저걸로 댓글 삭제했다는 얘기 아니에요? 근데 밑에가서 지지 반대하니 무슨??ㅠㅠ?? 내용인지 이해가 잘..

핵심 2014-05-26 12:57:52 | 219.***.***.83
부적절하고 위법행위를 하는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사항도 선거법 위반이라는 얘기입니까? 선거 이전에 올바른 사회를 구성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관점에서도 판단이 필요한 겁니다. 헤드라인 제주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ㅋㅋㅋㅋㅋㅋ 2014-05-26 12:38:51 | 112.***.***.11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하잖아. 선관위가 뭔가 말못한 사정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