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치켜세운 '제주의 폴포츠' ..."희망을 노래해요"
상태바
엄지 치켜세운 '제주의 폴포츠' ..."희망을 노래해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악 콩쿠르 첫 참가 제주영송학교 강정우의 희망메시지
장애딛고 일군 값진 '우수상'..."강정우 최고!"
제주영송학교 강정우 군(17)이 제23회 제주전국학생음앙콩쿠르에서 'Sebben, Crudele(그대 잔인해도)'를 부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우리 정우, 저번에 무슨 상 받았지?"..."우수상!"

총 140여명의 학생들이 심기일전해 출전한 제23회 제주전국학생음악콩쿠르 현장.

적막을 깬 건 한 남학생의 인사였다.

"인사!"..."사인!"

우렁찼지만 살짝 어눌한 인사에 관객들은 '웅성웅성' 의아해했다. 피아노 반주자에게 "사인!"이라고 외치는 남학생의 목소리가 이어진 후에야 관객들은 장애학생의 노래를 들을 준비가 된 듯 했다.

주인공은 제주영송학교(교장 고병희) 고등학교 과정 2학년에 재학 중인 강정우 학생(17).

정우 군은 지난 10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음악협회 제주도회 주최 '제23회 제주전국학생음악콩쿠르'에 유일한 장애학생으로 참가했다. 대회 사상 첫 장애학생 출전이었다.

그의 대회 참가기는 함께 한 교사로부터 생생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정우 군은 이날 대회에서 이탈리아 가곡 '세벤, 크루델레(Sebben, Crudele, 그대 잔인해도)'를 불렀다. 평소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자폐장애 1급의 중증 장애학생임에도 불구, 유창한 이탈리아 발음과 정확한 음정, 박자를 뽐내며 관객과 심사위원 모두를 놀라게 했다.

3분 동안의 노래가 끝나자 마자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 와중에 정우 군은 '어리둥절' 반대편 출구로 나갔다고. 그런 정우 군의 모습이 귀엽다는 듯 관객석에는 작은 웃음이 번졌고, 그 중에는 어린 장애학생의 당찬 도전에 감동한 듯 간혹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객석으로 내려오자마자 정우 군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강정우 최고!"라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행사장을 찾은 그의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크게 기뻐했고, 정우 군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축하를 건넸다.

정우 군이 본격적으로 성악 공부를 한 건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장문희 제주영송학교 음악담당교사는 지난해 3월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애국가 부르기 대회'에서 1등을 한 정우 군의 노래실력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그 때부터 조금씩 해 오던 성악교육을 이번 콩쿠르를 앞두고 더 열심히 지도했다고.

정우 군은 5월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3월 중순 즈음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인 수업시수 외에도 수업이 없는 날, 점심시간 등에 학교를 찾아 연습했다고 한다. 우연 찮게 인연이 닿은 제주도립합창단 이옥녀 단원도 힘을 모아 곡 선택부터 훈련까지 많은 도움을 줬다고.

정우 군의 장애를 뛰어 넘는 도전은 제주전국학생음악콩쿠르 고등부 우수상이라는 결실로 맺어졌다.

요즘 정우 군은 이탈리사 민요 '오 솔레 미오(O Sole Mio, 오 나의 태양)'에 푹 빠져 있다. 오는 24일 오후 3시 KBS제주 TV공개홀에서 열리는 '제주청소년음악회'에 특별 출연하기 때문.

본래 '제주청소년음악회'는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학생들만 참여하는 공연이지만, 주최 측인 한극음악협회 제주도회가 먼저 정우 군에게 특별 출연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날 정우 군은 '세벤 크루델레'와 '오 솔레미오'를 노래한다.

장애를 딛고 노래를 통해 희망을 전파하는 제주의 '폴 포츠' 정우 군.

그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제주에 더욱 큰 울림으로 전달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오미란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