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중국인 땅이 된다?... 제주의 땅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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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중국인 땅이 된다?... 제주의 땅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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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세 번째 정책콘서트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30일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제주는 안녕하십니까?’ 정책콘서트를 열었다. <헤드라인제주>

‘하루 자고 일어나면 제주에 중국인의 땅이 는다’ 이같은 말이 나돌 정도로 제주지역 시민사회는 중국자본의 급격한 투자‘러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중국자본의 제주 유입을 우려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 등이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전체면적에 비하면 중국자본의 소유토지 규모는 크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된다. “이러다 제주가 중국땅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개발정책 전문가들은 외국자본 투자제도에 대한 총체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차기 도정이 관광정책에 매몰되지 않은 새로운 제주개발의 정책기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공동대표 김태성 오영덕 이정훈)가 30일 오후 7시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제주는 안녕하십니까?’ 정책콘서트를 열었다.

이날은 세 번째 시간으로 ‘중국자본, 이대로 좋은가’을 주제로 제주사회의 ‘재설계’를 논의했다. 특히 ‘중국자본 등 개발사업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대안’에 대한 담론을 함께 나눴다.

이날 정책콘서트는 고병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의 사회로, 백승주 고려대학교 교수,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가 토론을 벌였다.

# 중국자본, 제주로의 투자러시 이어져… "중국자본이 제주 부동산개발사업 광풍의 진원지"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체 외국인이 소유한 토지는 6824필지, 1097만781㎡. 그 중 중국인이 소유한 면적은 28.7%, 토지 금액은 46.5%에 이른다. 특히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사회 현안인 노형 드림타워 건설 문제 등을 보더라도 중국자본이 대규모 부동산개발사업 광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최근 한림에 조성된 골프리조트 700세대 중 400세대가 중국인 소유”라며 “이들은 5년후 투자이민제도로 제주 영주권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제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로, 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마을공동목장을 파헤쳐 제주가 ‘난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홍 대표는 “도정은 ‘현재 중국자본이 가진 제주지역 토지 규모가 크지 않다’고 호도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자본이 한 번에 큰 덩어리의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 거대자본 유치=제주경제 활성화?… “잘못된 개발 이데올로기로 제주, 중국자본의 각축장”

사회를 맡은 고병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 <헤드라인제주>

이날 토론에 참여한 개발정책 전문가들은 제주에 외래자본의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견지하면서도 ‘건강한’ 자본 유치에 힘써야한다고 힘주어 주장했다.

백승주 고려대학교 교수는 “제주에 원래 큰 자본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힘드니 외래자본이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특정 자본이 특정 산업에만 매몰돼 제주가 이들 자본의 각축장이 돼가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자면, 중국자본은 제주에 투자하는 게 아니다. ‘투기’ 수준이다. 백승주 교수는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이 피땀 흘려 가꿔온 유산인 제주의 땅이 중국자본에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홍영철 대표는 “최근 2,3년간 전체 외국인 토지 투자의 90% 이상이 중국자본이라고 보면 된다”며 “최근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보광그룹 섭지코지 리조트 결국 중국자본에 팔렸다”고 설명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고민 없는 제주도정의 개발정책으로 해외 투기자본의 침투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백승주 교수는 “제주에 거대 자본을 유치해 더 큰 이익을 창출하면 제주에 도움이 된다는 이데올로기가 제주개발의 본질”이고 일갈했다.

물론 이같은 지적과 비판에 대해 ‘하와이에 일본자본이 많이 투자했다고 하와이가 일본땅이냐’며 반론을 펼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투자당국이 주장하는 고용유발 등의 효과는 실질적으로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익은 지역사회에 환원되지 않고 국부가 중국 등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고 덧붙인다.

홍영철 대표는 “최근 문을 연 한 리조트에 제주사람들이 대거 채용됐지만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라며 “삶의 질 하락 문제가 가시화 되고 있으며 제주 공동체에 악영향은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주 교수는 “땅이 팔리면 결국 도민들이 제주를 떠나야 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며 “제주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위세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부 자본, 외부인들의 정치력이 커져 실질적인 지배권이 외부인들에게로 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 부동산 투기자본의 주요타겟이 되고 있는 마을공동목장, 곶자왈이 큰 위험에 처해 있어, 이들 토지를 눈여겨보고 지켜야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홍영철 대표는 “중국 등 외국자본의 타겟이 되는 곳이 제주 주민들이 소유한 토지와 외지인들이 갖고 있는 토지 두 종류”라며 “이 둘 중 주민들이 갖고 있는 마을공동목장이 상대적으로 더욱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마을 공동목장은 마을 몇몇 사람만 소유권을 갖고 있어 자신에게 권리가 있을 때 싸게 팔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 “투자유치 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착한’ 자본 들여와 사전·사후관리 철저”

토론에 나선 백승주 고려대학교 교수. <헤드라인제주>

제주에 들어오는 투기자본을 막고 ‘착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투자이민제도, 투자진흥제도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캐나다에서 중국인들의 투자이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투자이민제도가 폐지된 만큼, 제주 역시 이 같은 사례를 주목해 폐지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진흥제도를 이용해 제주에 투자하려는 자본에 사전, 사후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됐다. 홍영철 대표는 “지금 운영되고 있는 투자진흥제도의 인센티브는 부동산 투자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똑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며 “이를 투자 목적과 대상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자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 이른바 '외부경제'(external economy)를 끼치지 않는 만큼,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자본에 대한 검증절차도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사와 사후관리를 보고 원래 목표에 따라 이행하지 않으면 인센티브를 다시 환수해야한다”며 “지금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차기 도지사 후보들, ‘튼실한’ 제주개발 마스터플랜 내놔야… 제주 향토자본 육성 필요”

토론에 나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헤드라인제주>

토론자들은 다가오는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가운데 “차기 도지사 후보들이 ‘튼실한’ 제주개발을 위해 기존의 개발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운 개발정책을 고민하고 실현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승주 교수는 “새로운 도정이, 제주경제에 느리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키우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며 “앞으로도 투자자본 중심적인 개발이 되면 짧은 시간 안에, 제주는 복을 모두 누리고 얼마 가지 않아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백 교수는 차기 도정에 현행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도 주문했다. 그는 “지난 십년처럼 식상한 관광산업과 투자 유치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키우면서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그 예로 제주대학교 이공계학문과 산학협력 지원을 통한 과학기술 분야 개발, 창업동아리 육성 등을 제안했다.

그 외에도 외부자본을 끌어들여 제주를 개발하면서도 향토자본 육성도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정책콘서트는 다음달 1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열린다. 앞으로 정책콘서트에서는 △자원공유화 △여성 등 그 동안 제주사회의 현실과 대안정책을 논의한다.

특히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 △각 정당 제주도당 여성비례대표 1번 △제주대학교 교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제주참여환경연대 △ 제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다양한 지역사회 단체와 구성원들이 참여한다.

다음은 이후 정책콘서트 일정.△5월 7일= ‘물, 바람의 공유화 방안’ △5월 14일= ‘성평등 제주를 위한 정책과제’

문의= 제주주민자치연대(전화 064-722-2701) <헤드라인제주>

<김명지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30일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제주는 안녕하십니까?’ 정책콘서트를 열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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