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눈물의 조문행렬..."하늘도 무심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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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 눈물의 조문행렬..."하늘도 무심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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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체육회관 합동분향소, 추모객 2천여명 발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어른들이 망쳐놔...미안해"

안개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종합경기장 옆 제주도체육회관 2층에 마련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추모 분향소'에는 28일 첫 날에만 1693명의 시민들이 찾았으며, 29일에도 2000명이 넘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분향소에는 기관.단체의 조문이 이어지다 오후가 되면서 하굣길에 분향소를 찾은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생업을 제쳐두고 나온 직장인들의 모습도 유난히 많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어른들이 그 길을 다 망쳐놨어...미안해"

분향소에는 적막한 슬픔만이 감돌 뿐이었다. 학생들은 또래 친구의 안타까운 사연에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애써 떨리는 어깨를 감추며 슬픔을 억눌렀다. 이들의 마음은 미안함 그 자체였다. 비운의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학생들이 나 자신 또는 내 아들, 딸들일 수 있었다는 미안함이었으리라.

분향을 마치고 나온 추모객들은 대부분 침통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힌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헤드라인제주>

해맑은 표정의 양00 어린이(제주교대부설초 2)는 하얀 봉투를 들고 아버지와 함께 분향소에 들어섰다. 분향소에는 모금함이 없었지만 아이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갖고 분향소에 왔을지를 생각하면 애통함이 앞선다.

"누나들이랑 형들이 물에 빠졌는데 그 부모님들이 많이 슬퍼했어요"

아버지 양택환 씨(제주시 이도2동)는 아들이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 그냥 배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사망속보를 듣고 성금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양택환 씨는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지금의 아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지금의 분노를 유지하는 것 뿐이다. 안타까운 아이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어머니들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향소를 빠져 나오는 어머니마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남희 씨(제주시 도남동)는 "업무를 보다가 분향소가 생격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찾아왔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유가족 입장을 생각해보면 눈물이 앞선다"며,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렇게 데려가는 건지...하늘도 무심하다"고 애써 눈물을 닦았다.

김홍미 씨(제주시 도남동)도 "아들이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학생들과 같은 나이다. 아들은 이번 사고로 수학여행이 취소됐는데, 같은 부모된 마음으로 유가족들에게 굉장히 미안하다"며,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어른들이 그 길을 다 망쳐놓은 것 같아 부끄럽다"고 전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헤드라인제주>

하굣길에 분향소를 찾은 학생들의 마음이라고 다를까. 이들에게 희생자 학생들은 언니, 오빠였고, 대학에서 만날 친구들이었다.

함덕고등학교 3학년인 최00, 김00, 이00 양은 침통한 표정으로 분향대에 꽃을 올렸다. 묵념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이들은 "오전에 친구들과 왔었는데 하굣길에 다시 들렀다. 이제 대학에 들어가면 만날 친구들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제 꽃 피울 나이인데 그렇게 희생당해서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절대 친구들을 잊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손00.조00 학생 등 관광대학교 학생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이 여대생들은 남은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우리도,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눈물이 먼저 흐른다. 그 어린 아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며 반문하며 고개를 떨궜다.

한천초등학교 6학년인 윤00.김00 군은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입학하는 데 이번 침몰사고로 희생된 학생들을 보면서 중.고등학교 생활이 기대가 되면서도 무섭다는 것.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이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 아이들의 미래에 제2의 세월호 침몰사고가 없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저녁시간에도 학생들과 자녀와 함께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 입구에서 검은 리본을 나눠주는 일은 자영업을 하는 애 엄마라고 소개한 한 여성 시민이 이틀째 자원봉사를 맡아했다. 그는 "일을 하려해도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이곳에 나와 일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분향을 마친 시민들이 흐느끼며 나갈 때에는 그 역시 함께 울었다.

방명록을 쓰는 부스 앞에 서 있는 여성공직자들도 눈물이 마를 시간이 없었다. 

합동분향소는 초.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시민들 그리고 직장인들까지 분향을 할 수 있도록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된다.

제주자치도는 장애인들의 조문을 돕기 위해 체육회관 1층에 별도의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헤드라인제주>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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