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관광객 제주, 장애인 수용환경은 왜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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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 관광객 제주, 장애인 수용환경은 왜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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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6주년 기념토론회 개최
법.조례 제정에도 시설.교통.정보 등 장애인 차별은 '여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6주년 기념토론회가 23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공자가 말하길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제주는 어떻게 관광객 1000만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6년. 지난해 제주에서는 관광약자를 위한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과 인권 개선, 차별 해소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5일 장애인 당사자가 바라본 제주장애인관광의 실태를 진단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25일 오후 2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6주년 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장명숙 위원과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고현수 대표, 제주도의회 박주희 의원, 한라대학교 관광경영과 문성종 교수, 장애인인권포럼 고은호 사무처장, 제주도장애인부모회 강경균 사무국장, 제주도관광정책과 김형진 사무관, 제주도수화통역센터 배우리 팀장 등 제주 각계인사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조성 전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주희 제주도의원이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 조성 조례 제정의 배경 및 과제' 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제주 관광객 1000만 시대...시설.교통.정보 등 장애인 차별은 '여전'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행복 정도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척도는 '삶의 질'이다. 특히 문화나 여가생활에 대한 욕구해소는 '삶의 질'의 정도를 가늠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개정되고, 제주의 경우에는 지난 2013년 박주희 의원이 발의한 '장애물 없는 관광환경 조성' 조례가 제정되면서 제주지역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사회참여 뿐만 아니라 문화여가생활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관광환경은 이들을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열악했다.

고은호 사무처장.<헤드라인제주>

고은호 사무처장은 "지난해 제주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센터가 제주지역 숙박시설 333곳을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77.7% 정도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며, "이는 전국 평균인 79.2%보다 낮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사무처장은 "또한 333곳 중 30곳만이 장애인 객실을 설치하고 있었으며, 이마저도 일반 객실료보다 20~30%이상 비싼 가격에 제공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동수단과 정보접근의 문제도 다를 게 없었다. 제주에 있는 1만6000대의 렌터카 중 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핸드컨트롤이 장착된 렌터카는 단 2대 뿐이며, 휠체어장애인 리프트가 장착돼 있는 승합차도 단 1대에 그쳤다. 관광지 사이트 87개 중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정보가 안내돼 있는 사이트도 4개에 불과했다.

고은호 사무처장은 "현재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관광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갈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일 뿐"이라며, "제주도는 장애인들이 어딜 가더라도 관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러한 열악한 제주 장애인관광의 현실은 청각.언어 장애인들에게 더욱 가혹했다.

배우리 팀장은 "제주도관광협회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70.4%가 재방문 의사를 밝힌 반면,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 제주 재방문율은 10%대로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이어 "청각.언어장애인의 경우 수화설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관광은 그저 눈으로 보는 데만 그친다"며, "제주도는 장애인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인 장애인들의 필요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복지체계가 신체장애 중심으로 치우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경균 사무국장.<헤드라인제주>

제주도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수가 약 3천여명으로, 제주지역에 등록된 장애인의 9.3%를 차지하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

강경균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장애인부모회에 접수된 발달장애인 관광 차별사례는 △여행자보험가입거부 6건 △숙박시설이용거부 4건 △음식점 이용거부 3건 △체험기구 탑승거부 4건 △체험프로그램 참가거부 2건 △택시탑승거부 1건 등이다.

강경균 사무국장은 "진정한 소통은 동일 선상에 있을 때야 비로소 가능하다"며, "장애인관광은 물리적인 접근으로만 진행될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 인지적 접근성도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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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종 교수는 이와 같은 제주장애인관광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선진국들의 장애인관광 패러다임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마티니크 캐리비언 프랑스령의 경우 장애인들이 주요 관광지와 숙박.음식점 등에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관광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장애인관광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문성종 교수는 "제주관광이 지금까지 양적성장을 해왔다면, 이제는 장애물 없이 제주를 관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질적 성장에 대해 궁극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김형진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정책과 사무관은 "그동안 관광약자를 위한 환경조성사업에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장애인분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형진 사무관은 "앞으로 장애없는 관광인프라를 구축하고, 복지관광센터와 스마트 관광기반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관광약자를 위한 진정한 관광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 쓰겠다"고 전했다.<헤드라인제주>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6주년 기념토론회가 25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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