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기계 전락한 제주학생들...수험생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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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기계 전락한 제주학생들...수험생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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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두번째 정책콘서트
"제주교육 붕괴 최정점은 고교입시제도"
제주는 안녕하십니까? 정책콘서트 두번째 '사교육 열풍 공교육 대안은 없나'가 열리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2학년도 수능 다음날인 2011년 11월 10일 뉴스로 “한국 학생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날이 대학수능시험 치르는 날”이라며 “하루 시험으로 어느 대학에 갈지, 나아가 미래의 연봉과 지위까지 결정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전국 수능 1위, 그 정점에는 제주가 있다. 제주지역 교육전문가들은 빛나는 제주교육의 그늘에는 경쟁에 내몰려 ‘공부기계’로 전락한 수험생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상임공동대표 김태성 오영덕 이정훈)가 23일 오후 7시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제주는 안녕하십니까?’ 정책콘서트를 열었다.

이날은 두 번째 시간으로 ‘사교육 열풍, 공교육 대안은 없나’을 주제로 제주사회의 ‘재설계’를 논의했다. 특히 ‘사교육 현실과 공교육 강화 방안’에 대한 담론을 함께 나눴다.

이날 정책콘서트는 고병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의 사회로, 강봉수 제주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문경남 인간을위한사회디자인센터 대표, 이병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 교사가 토론을 벌였다.

사회자로 나선 고병수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 <헤드라인제주>
# 남들보다 잘되기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 한국사회... “국영수 잘해야만 좋은 대학 가나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하는가.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를 이겨 더 좋은 학교로 진학을 하고, 더 나은 직장에 취직을 하기 위함이다. 더 좋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다.

이날 교육전문가들은 ‘상대적 경쟁’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자아실현을 위해 공부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른바 ‘절대적 경쟁’이다.

강봉수 교수는 “우리나라 상대적 경쟁위주의 교육입시제도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성취동기를 경험하고 상상력을 키우며 자기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병진 교사는 “학생 개개인이 ‘이전보다 얼마나 수준이 향상됐는가’에 주목하는 핀란드형 교육제도를 주목하고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사회가 한 학생에게 수준과 등급을 부여하는 주요 지표는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이다.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겠다면서 정부가 도입한 ‘자율형 사립고’, ‘자율학교’ 등의 학교는 자율적인 교육과정 편성권을 이용해 이른바 ‘국영수’의 집중 수업에 나서고 있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병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정책실장) 교사. <헤드라인제주>
이병진 교사를 비롯한 패널들은 “국영수를 잘해야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말이 되냐”며 “학생들 ‘등급 매기기’에만 혈안이 된 교육제도 때문에 우리사회가 진짜 인재를 잃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영수 ‘선수’를 양산하는 사교육시장이 공고화 된지는 이미 오래다.

문경남 대표는 “국어,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학교의 내신제도를 통해 학생들에게 등급을 찍는 학교와, 선행학습을 조장해 학생의 창의력과 자기주도 학습의지를 죽여 버리는 학원의 절묘한 메커니즘이 작동해 우리나라 교육은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표는 “한해 공교육 예산 50조원은 날리고 2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 시장은 학부모들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제주교육 붕괴 최정점은 고교입시제도… “제주지역 고교의 구조적 재편 통한 평준화가 답”

제주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인생의 첫 번째 갈림길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수다 떨며 뛰어다니기도 바쁜 16살 꽃다운 나이다. 하지만 ‘어느 고등학교를 진학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성공했냐, 실패했냐’하는 사회적 낙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 <헤드라인제주>
전교조 제주지부가 2010년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제주지역 고교 입시는 한마디로 ‘바늘 경쟁’이다. 특히 평준화지역 인문계고교 진학은 특히 심각한 실정이라고 교육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강봉수 교수는 “제주 중학교 3학년 학생 중 81.3%가 특수목적고나 제주시 동지역 평준화고교로 진학하고 싶어 하지만 그들 중 겨우 50%정도만 그들이 원하는 고교에 진학할 수 있다”며 “가히 살인적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병진 교사는 “지금까지 여러번에 걸쳐 진행된 학생 정서조사만 보더라도 전국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제주지역 고교입시생들이 느끼는 불안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교입시제도의 혁신 필요성을 공감했다. 고교입시제도 개선이 경쟁중심의 교육시스템을 완화시키면서, 도시로의 인구유출을 막는 등 산남산북의 지역균형발전을 가져오는 길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었다.

제주지역 고교입시제도의 혁신방안으로 강봉수 교수는 제주지역 고교의 구조적 개편을 통한 평준화고교 확대를 제안했다. 서귀포시를 하나의 권역으로 두고, 제주시를 2개의 교육구역으로 나눠, 3권역의 평준화 지역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강 교수는 “평준화고에 편입되지 않는 학교는 기존시설을 활용해 예체능특목고 등으로 지정하거나 공립형대안학교로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강봉수 교수는 평준화고로 편입되는 읍면지역의 일반계고와 특성화고에 대해서는 기존의 평준화고 수준으로 도달할 때까지 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도 달았다.

또한 “평준화고에 편입되지 않는 특성화고들은 특화된 학과신설과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경남 인간을위한사회디자인센터 대표. <헤드라인제주>
# 경제논리만 따져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려는 교육당국… “무조건적인 통폐합 제고해야”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일부 후보자들은 ‘소규모 학교 살리기’에 대한 공약도 내놓으면서 이들 학교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제도 떠오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패널들은 “경제논리만을 앞세워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려는 움직임은 제고 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향에는 이견이 있었다.

문경남 대표는 “마라도 분교는 도서지역이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으로 존치를 시킨다”면서 “그렇지 않은 곳은 가능하면 묶어 또래친구를 늘려주고 학습효과를 높여주는 게 좋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지역 소규모학교를 유지는 지역 마을주민들이 학교 통폐합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병진 교사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강봉수 교수는 앞선 두 토론자의 의견과는 거리를 뒀다. 강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통폐합에 찬성한다 하더라도 지역 마을공동체를 위해 되도록 소규모 학교를 유지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교육당국은 통폐합의 인센티브를 내놓으면서 통폐합을 유도하는 논리의 기저에는 교육을 단순 경제논리로 보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담겨있다”면서 “농림축산수산부 등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인구 유입·유출 등 마을지역 공동체에 미치는 경제적, 심정적인 영향은 환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안녕하십니까? 정책콘서트 두번째 '사교육 열풍 공교육 대안은 없나'가 열리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학부모가 아닌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교육감 뽑아야… “범도민적 협의체 구성해 제주교육 혁신방안 논의 필요”

이날 토론자들은 “6.4지방선거 교육감 선거후보자들이 수사학(修辭學)과 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주민들을 희롱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제주교육 혁신을 위한 범도민적 협의체 만들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한민국의 ‘수능’교육 1번지 제주의 교육혁명으로, 우리나라의 비정상적인 교육제도 개선에도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다.

이들은 “지역에서 공교육 혁신 방안을 잘 마련해 시행하면 그 파장으로 우리나라 사회 교육계가 변할 수 있다”며 “핀란드 등 외국의 우수사례를 잘 연구해 공교육으로부터의 학생들의 이탈 막고 행복한 교육을 만들자”고 말했다.

한편 정책콘서트는 다음달 14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제주참여환경연대 ‘자람’ 카페에서 열린다. 앞으로 정책콘서트에서는 △중국자본 △자원공유화 △여성 등 그 동안 제주사회의 현실과 대안정책을 논의한다.

특히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장 △각 정당 제주도당 여성비례대표 1번 △제주대학교 교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제주참여환경연대 △ 제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다양한 지역사회 단체와 구성원들이 참여한다.

다음은 이후 정책콘서트 일정.
△4월 30일= ‘중국자본, 이대로 좋은가?’
△5월 7일= ‘물, 바람의 공유화 방안’
△5월 14일= ‘성평등 제주를 위한 정책과제’

문의= 제주주민자치연대(전화 064-722-2701) <헤드라인제주>

<김명지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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