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 카드, 왜 꺼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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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 카드, 왜 꺼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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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절차적 정당성 '진상조사', 배경과 전망
왜 '원천무효' 전제되지 않고?...김태환 전 지사와도 조율?

새누리당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가 13일 발표한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절차적 논란사항에 대한 진상조사 실시방침은 여권의 후보에서 제시된 내용으로는 다소 의외로 평가된다.

이전 대선이나 총선 과정에서 여권 후보들의 경우 한결같이 국가안보 논리 속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정당성을 어필해 온 것이 주류였다. 대선 후보경선에 나섰던 일부 후보자들만이 강정주민들이 제기했던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수준이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줄곧 '침묵'을 해 온 원 후보가 이날 밝힌 내용은 사실 여권 내에서는 가급적 거론하기를 꺼려했던 부분이다.

원 후보는 이날 "그동안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빚어졌던 마을총회,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 모든 문제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진상조사 결과 제주도가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제주도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원희룡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헤드라인제주>

원 후보는 "강정마을 문제는 정책입안과 결정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며 "행정편의적인 절차 추진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강정주민들은 애초부터 안보사업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며 진행됐던 부분을 반대해온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번 '진상조사' 카드를 꺼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안보와 환경, 평화는 별개로 존재하는 가치가 아니다. 얼마든지 공존이 가능한 소중한 가치들"이라고 강조한 후, "중요한 것은 주민 참여를 보장하면서 서로 다른 가치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무리 시간이 지났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저는 최선의 진정성을 가지고 제주사회 최대 현안인 강정 문제에 다가서고자 한다"며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가슴과 머리를 맞대면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원 후보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번 원 후보의 진상조사 카드는 여권후보 입장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것이어서 주목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협약서나 관련법에 명시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명칭 대신 '해군기지'라고 표현한 부분도 눈길을 끌게 한다.

제시된 진상조사의 범위는 매우 넓다. 2007년 제주해군기지 입지선정의 결정적 근거로 제시된 강정마을 총회의 유효성 논란 부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의 논란, 그리고 도의회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주도로 기습 처리된 절대보전지역 해제 부분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한마디로 민선 4기 도정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원 후보 캠프를 지원하고 있는 민선 4기 도정을 책임졌던 김태환 전 제주지사에 있어서는 상당히 예민해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김 전 지사의 경우 임기 내내 제주해군기지 절차적 정당성 논란으로 제주에서 첫 주민소환투표 대상이 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김 전 지사 입장에서 볼 때 진상조사라는 카드는 결코 반가운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원 후보가 진상조사에 방점을 두면서, 당시 일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한 것은 여러가지 점을 염두에 둔 선거국면의 수로 풀이된다.

원 후보가 선거출마를 선언한 후 제기받았던 문제 중 하나가 정치인 시절 제주 현안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점이다. 사실 이번에 원 후보가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 부분은 민선 4기 제주도정 시절부터 강정마을과 시민사회단체, 야당 등에서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문제이다.

강정 주민들이 입지선정 문제에서부터 잘잘못을 따져주라고 요구해왔지만, 정부와 해군은 공권력을 앞세워 '강행 모드'로 일관해 왔다. 새누리당은 언제나 한발 물러서 있었다.

민선 5기 도정들어서는 제주도정이 민선 4기 당시 체결됐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계획의 내용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제기하며 15만톤급 크루즈 2척의 안전한 동시접안이 가능한지에 대해 시뮬레이션 검증을 요구해 1년여간 검증논란이 이어져 오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볼 때 원 후보의 이번 진상조사 카드는 다분히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불식시키며 제주현안 이슈에 있어 중심축으로 합류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절차적 정당성 논란의 당사자격 위치에 있는 김태환 전 지사와는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인지에 궁금함을 더하게 한다.

두번째, 진상조사 계획을 밝히면서, 조사결과에 따른 결론적 성격으로 '사과'라는 말을 꺼내드는 것도 선거 전략적 차원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초 입지선정의 문제나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과 같은 사안에 있어 행정당국의 오류 내지 잘못이 분명하게 드러날 경우, 이는 '원천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 후보는 제주도에서 책임질 부분이 나타나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에 사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상응하는 조치'의 내용이 원천무효 내지 백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원 후보가 "현실적으로 항만공사 60%대의 공정률을 보이는 해군기지 건설을 되돌릴 수 없다 할지라도, 앞으로의 건설과정에서 탈법이나 편법행위가 없도록 철저히 조치할 것"이라며 "또 앞으로 민항 중심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부분이 이를 뒷받침한다.

잘못된 내용이 나타나더라도 공사중단이나 백지화로 이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진상조사의 취지인 "잘못된 것은 바로 잡겠다"라는 의지와는 대치되는 부분이다.

결국 진상조사는 하겠으나, 이전의 일에 대해서는 '사과' 내지 보상적 차원으로 매듭짓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다. 이는 또다른 모순을 낳을 개연성이 크면서 여러가지 우려를 갖게 한다.

앞으로 선거국면에서 이 '진상조사 카드'의 내용은 적지않은 진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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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신 소리 2014-04-16 00:32:32 | 125.***.***.182
해군기지 강정 아픔의 실체 전혀 모르는 분 같은 정책이네여
당선되면 진상조사 잘 하나 꼭 지켜보리다

기가막혀서 2014-04-13 23:20:15 | 1.***.***.70
잘못되것이 있으면 "사과"를 한다고? 절차상 잘못이 드러난다면 중단 시켜야지 사과하고 얼렁뚱땅 넘긴다는건가. 정말 줏대좀 챙기시면 좋겠는데.. 표 너무 의식하시는군요. 지금까지 모르쇠로 있다가 이제야 진상조사라니..우파 총 궐 기 하시겠군

안좋은 기억 2014-04-13 22:31:43 | 125.***.***.182
김태환 지사가 좀 민망스럽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