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233%↑'...바오젠거리 상인들 "더이상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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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233%↑'...바오젠거리 상인들 "더이상 못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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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제주 바오젠거리서 울부짓는 상인들, 왜?
건물 임대료 '폭탄'..."생존권 위협 말라"
제주시 바오젠거리 임대차 피해 상인들이 10일 천정부지로 치솟은 건물 임대료에 반발하며 해당 건물주를 규탄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이용해 생존권을 위협하는 건물주의 횡포로 상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대표 권구백)을 포함한 전국상가세입자들과 시민단체들은 10일 오후 2시 제주시 바오젠 거리에서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임대차 피해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없이 쫓겨나는 상가세입자 읍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오젠 거리는 지난 2010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한 곳으로, 바오젠 거리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은 최근 중국 관광객 특수에 따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이에 따라 바오젠 거리의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최고 233%까지 올리면서 입주해 있는 상인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

참여환경연대가 지난 1년간 바오젠 거리 업체 2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건물임대료가 50%에서 최고 223%까지 인상된 업체는 전체의 40%에 달했으며, 20%~49%까지 인상된 곳도 전체의 40%, 0%~19%까지 인상된 곳은 20%에 이르렀다. 20곳 중 건물임대료가 오르지 않은 곳은 단 한 개 업체뿐이었다.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임대차 피해 상인들이 10일 비상식적으로 임대료를 올린 건물주를 규탄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이런 저런 불만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건 새 건물주로 온 A씨였다.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A씨가 바오젠 거리 한켠의 건물을 통째로 구입한 후, 화장품 가게를 내겠다며 해당 건물에 입점해 있는 8개 업체의 상가세입자를 내쫓기 시작했다.

A씨는 임대료 입금 계좌번호를 상가세입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임대료 연체를 명목으로 명도소송을 진행해 강제 철거를 진행하는 등 세입자들을 내쫓기 위해 법망에 걸리지 않는 교묘한 방법을 사용했다.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한 임차인에게는 계약갱신 등의 권리가 박탈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

이들은 "A씨는 바오젠거리와 그랜드 사거리, 구제주 지하상가, 노형동 등에 16개에 이르는 상가를 갖고 있는 지역 유지"라며, "자신의 17번째 가게를 내기 위해 총 8개 상가세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 며칠 전 강제철거를 당한 김호산(35) 사장.<헤드라인제주>

실제로 해당 건물에 입주해 있는  김호산(35) 사장의 경우 지난 13일 주변 상인들의 도움으로 강제 철거 등 한 차례 위기를 면했지만, 출산을 앞두고 있던 터라 건물주가 다시 제기한 명도소송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결과 며칠 전 강제철거를 당했다.

김 사장은 "개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9천여만원의 권리금과 시설비를 단 한 푼도 되돌려 받지 못하고 길바닥으로 나앉게 됐다"며, "철거당한 이후 새벽 6시까지 세차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 태어난 지 6개월 밖에 안 된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 너무 막막해 눈물 조차 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같은 건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59)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19년 전 권리금 1억 원을 주고 가게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지만, 11일 진행되는 최종변론에서 건물주와의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거리에 내몰리게 된다.

강 사장은 "건물주에게 비상식적으로 오른 임대료를 낼 엄두가 안나 점포만이라도 팔게 해달라고 했다. 돌아오는 말은 '300만원 줄테니 나가라'였다"며, "직장인 퇴직금도 이 정도인지 궁금하다. 300만원을 받고 장사를 접든, 접지 않든 간에 거리에 내몰릴 것이라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 끝을 흐렸다.

홍영철 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부분 개정되기는 했지만, 악덕 건물주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이용해 상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라며, "문제는 이 사태가 비단 이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피해를 받고 있는 상인들은 속으로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바오젠 거리에 모인 상가세입자들은 "임대차보호법이 건물주의 잘못된 탐욕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잘못됐다는 것을 매번 확인하고 있다"며, "건물주는 탐욕을 내려 놓고 지역 상인들과 상생을 위한 노력에 나서기 바란다"고 말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회원 신가람 씨가 자작곡 '장사할 땐 조심하세요' 를 부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한편 올해 1월 1일부로 개정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환상보증금(보증금+월세x100)이 1억8천만원 이하(제주기준)인 임차인에게 최장 5년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환산보증금 적용범위에 포함된 임차인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건물주에게는 임대료를 9%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바오젠거리 상인의 경우 보통 5년 이상의 영업경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미 환상보증금 적용범위에도 벗어나 있어 개정된 법의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물주들은 이러한 점을 악용해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리고 있으며, 상인들은 건물주가 제시하는 임대료를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을'의 전형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올해부터 개정.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법의 허점이 드러남에 따라 최근 재개정 논의가 붉어지는 등 새로운 국면이 전개될 조짐이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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