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람의 한걸음' 아름다운 동행..."이젠 가족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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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사람의 한걸음' 아름다운 동행..."이젠 가족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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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제주-존샘봉사회, 장애인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레일바이크 탑승 '첫 도전'...넉살 좋은 마술에 '함박웃음'

두려운 마음을 안고 내디뎠던 첫 걸음은 어느덧 옛 추억이 되어버렸다. 혼자 더딘 걸음은 힘겨웠지만, 모두가 함께 디딘 걸음은 느릴지언정 따뜻한 감격을 선사했다.

남의 일로 여기던 장애인들의 어려움은 '내 가족'의 고민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던 계단도, 도로변의 나지막한 턱도 장애인들의 고충을 공감하기에 충분했다.

"말로만 하는 동행은 누구나 할 수 있죠.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짜 함께하는 것 아닌가요?"

인터넷신문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청 존샘봉사회(회장 강은숙)가 주최하고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부형종)가 공동 주관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이 15일 열렸다.

오전 9시 제주시 종합경기장 앞 광장은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동행팀으로 인해 들썩였다. 전날까지 봄날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섭던 찬 공기는 하룻새 따스한 햇살로 돌변해 있었다.

"언니! 왜 이렇게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나랑 붙어 다녀요.", "하늘도 우리 잘 갔당 오랜 도와줨신게. 게지?"

매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진행되는 '열 사람의 한 걸음' 동행팀에 제주도청 존샘봉사회가 함께 한 지도 햇수로 4년째. 말을 놓는것 쯤은 예삿일이 됐다. 동행팀은 서로 손을 잡고 팔짱을 끼며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연중기획 '함께하는 사회'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이동권의 제약을 받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서는 어떠한 불편요소가 있는지를 찾아보고, 그 개선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이사는 "장애인 차별이 없어지고 이동권이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바람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며 "우리가 직접 걸어보면서 장애인들을 위한 환경이 얼마나 많이 개선됐는가, 또 앞으로 개선해야 될 점이 무엇인가 알아보고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은숙 존샘봉사회장은 "지난해 개인적으로 다리고 골절이 되서 두 달 동안 깁스를 했는데, 막상 목발을 짚고 생활해보니 장애인들의 불편함에 대해 더 많이 느껴졌고 여러분들의 생각이 더 많이 났다"며 "우리가 함께하는 오늘이 또 다른 한걸음이 되어서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선천 지장협 여성부장은 "매전 좋은 행사를 마련해 줄 때마다 우리는 아름다운 공기를 마시면서 힐링하고 온다"며 "오늘도 모든 분들이 기쁜 마음으로 안전하게 다녀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강경찬 교육의원과 김경택 전 JDC 이사장,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부인인 박승련씨 등이 참석해 이날 행사를 격려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버스 무료수송 및 자원봉사에 나선 강정필 전세버스운전자협의회 회장(제주소년보호위원) 일행. <헤드라인제주>

출발하기에 앞서 해마다 동행팀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강은숙 회장과 제주도 전세버스운전자협의회 회장인 강정필씨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강정필씨(제주소년보호 위원)는 지난 2001년부터 동행 행사때마다 전세버스 2대를 무상으로 지원할 뿐만 아니라 손수 운전을 하며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 4인1조 '레일바이크' 탐방..."탁 트인 목장 행복해요"

이날 탐방지는 제주시 구좌읍 용눈이오름로에 위치한 '제주레일바이크'와 조천읍 남조로의 '제주매직아일랜드' 등 2곳.

첫 행선지인 제주레일바이크는 상도리 공동목장에 위치해 용눈이오름, 다랑쉬오름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끽할 수 있는 관광지다.

철로에 놓인 레일바이크를 움직이거나 멈추려면 페달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평소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이용이 쉽지 않지만, 이날 만큼은 '든든한' 봉사회원들과 함께 4인 1조로 기구에 올랐다.

약 4km정도의 코스로 구성됐지만 중간부터는 전동으로 움직여 동행팀이 마음 편히 즐기기에는 넉넉했다. 참가자들은 "탁 트인 목장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고 행복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개의 철로가 연결돼 있어 동행팀이 탄 레일바이크가 나란히 섰을 때는 승부욕(?)이 발동해 페달을 급히 밟는 모습을 보였다. 페달을 밟으면 조금이나마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유였다.

분명 '전동'으로 작동하도록 설치된 레일바이크를 타고 왔음에도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동행팀은 땀을 흘리면서도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만, 제주레일바이크는 휠체어 길이 조성돼 있긴 했지만, 길에 블록이 깔려 휠체어를 움직이기에 불편했다. 장애인화장실이 없었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관광지의 속성 자체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는 해도 비장애인과 함께 오는 장애인들까지는 고려치 못한 모습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 "장애인에 대한 관심, 평소에도 많이 가져주세요"

레일바이크 관광 후 보리밥 정식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동행팀은 서로를 소개하고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강치덕씨(75)는 "오늘 지장협 회원들과 봉사회원들이 좋은 공기 속에서 한 마음이 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앞으로도 주최측이 많이 협조해서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한 참가자는 "오늘 동행행사에 참여한 것이 네번째인데, 너무 외로울 때마다 행사에 불러주셔서 너무 고맙다"고 전하며 목이 메기도 했다.

특별한 행사 때만이 아닌 평소에도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전해졌다.

이행균씨(67)는 "탐라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참 많다. 지난주에는 서예와 사물놀이 발표회를 했고, 평소에도 전시회도 하고 공연도 한다"며 "여러분들이 오늘 같은 모임에는 많이 참석하시는데, 발표회와 같은 행사에는 많이 안 오신다. 작은 행사지만 장애인이 주최가 되서 하는 행사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원윤희씨(56)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휠체어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장애인도 봉사자도 너무 힘이 든다. 다음부터는 휠체어에 타신 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리프트 차량을 준비해주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로간의 간단한 소개에 이어 몇몇 참가자들의 자청으로 흥겨운 '노래마당'이 펼쳐졌다. 그 중에서도 강갑순씨(79)의 타령은 단연 압권이어서 '인간문화재'로 지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찬까지 받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 넉살 좋은 마술에 '함박웃음'..."그거 모르겠더라?"

마지막 행선지는 '제주매직아일랜드'. 동행팀은 그동안 마술은 TV로만 접해봤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수갑을 풀고 철창을 탈출하는 마술과 봉투 안에 놓여있던 유리병이 단숨에 사라지는 마술 등이 현란하게 펼쳐지자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넉살 좋은 마술사의 유려한 진행 솜씨에도 동행팀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김성호씨(49)는 "뇌병변장애인이나 휠체어 장애인들은 이동하는 게 가장 힘든데 레일바이크나 마술쇼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고윤옥씨(55)도 "마술하는 내내 마술사가 눈속임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유심히 살펴봤는데도 도저히 모르겠더라"며 즐거워했다.

제주매직아일랜드는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해 공연장 가장 앞 자리에 별도의 출입구를 만들어 편의를 도왔다. 이 휠체어 출입구는 주차장에서부터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연결돼 있어 호응을 얻었다.

다만, 화장실에 장애인용 손잡이가 없었고, 장애인화장실의 출입구도 옆으로 미는 '미닫이' 문이 아니라 문을 당겨야 하게끔 돼 있어 다소 아쉬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 헤어짐의 아쉬움 뒤로..."이제는 가족 같아요"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강은숙 회장은 "해를 거듭하다보니 회원들의 자세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처음 행사를 할 때는 하루를 모두 투자해서 봉사를 한다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는 먼저 일정을 물어오더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함께하는 장애인들도 이제는 가족같다는 느낌이다. 길거리에서 만나더라도 '저 사람이 나를 알아볼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먼저 다가가 손을 잡는다"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 자리에 앉아 있던 장애인 한 분이 "은숙아, 이거 같이 치워불라"며 자신이 차고 있던 명찰을 건넸다. 서로간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친분이 돈독해진 회원과 장애인끼리는 이미 SNS나 메신져 등을 통해 서로 안부를 주고 받는다고 설명했다.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다반사다.

김명자씨는 "저번 동행 행사때는 다리를 다쳐서 참여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장애인 참가자가 직접 만든 지갑을 선물해줬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집결지로 다시 모여든 동행팀은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존샘봉사회는 준비해 온 '돼지고기' 한 덩어리씩을 참가자 모두에게 선물로 전해줬다.

헤어짐의 아쉬움으로 쉬이 발걸음을 떼지 못한 이들. 그러나, 벌써부터 올 가을에 다시 만날 기대감에 젖어 든 동행팀이었다. <헤드라인제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스토리 기행, '열 사람의 한 걸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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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2014-03-16 09:52:41 | 27.***.***.233
정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반가운 얼굴들이 많아서 더 좋았어요.. 모두모두 수고많이 하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