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에린 윌리엄스’…그리고 또 ‘강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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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에린 윌리엄스’…그리고 또 ‘강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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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볼 때마다 절로 미소가 나오는 이유는?
합기도 유단자 미국인…알고보면 ‘눈물 펑펑’ 여린 아가씨
6년째 서귀포시 지역 일선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에린 윌리엄스(Erin Williams) <헤드라인제주>

한미교육지원단 ‘풀브라이트’(Fulbright, 한미 양국의 문화 및 교육교류 사업을 하는 민간외교기관) 사업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한 에린 윌리엄스(Erin Williams, 28, 여)는 벌써 6년째 서귀포시에 살고 있다. 길을 지날 때 그에게 배운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인사를 걸어와 가다서다를 반복해 마치 연예인과 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무술 및 체육전문가인 흑인 아버지와 독일계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미국 워싱턴주 벤쿠버가 고향으로 지난 2008년 7월에 제주에 왔다. ‘밴쿠버면 혹시 캐나다?’라고 묻자 자신의 고향 밴쿠버에서 동명의 도시 캐나다 밴쿠버까지는 자동차로 꼬박 8시간이 걸린다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제주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됐나?]

“한미교육지원단 사업에 지원해 한국에 왔고 춘천에서 단체로 교육을 받았어요. 교육을 마치고 어느 지역으로 갈지 결정을 해야했는데 제 친구중 한명이 제주시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요. 그 친구가 제주가 지역도 좋고 아름답고 사람들도 친절하다고 강력 추천해서 오게 됐어요.”

그런 그녀는 망설임 없이 1지망 희망 근무지로 제주를 선택해 처음 3년간 서귀포고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일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는 표선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며 명함 한장을 내밀었는데 Erin이라는 이름 옆에 ‘강윤아’라는 한국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국 이름은 어떻게 갖게됐나?]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으로 오면 첫해에는 홈스테이 생활을 하게 되어 있어요. 제가 했던 홈스테이는 교사이신 엄마, 아빠가 계셨고, 여동생 2명과 남동생 1명이 있었어요. 처음에 왔을 때 외돌개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자기 소개를 했는데 엄마께서 이름이 어렵다시며 제게 ‘윤아’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죠. 여동생 2명이 ‘윤’자 돌림이라서 그렇게 지으셨어요.(웃음)”

에린은 한국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을 홈스테이를 통해 익혔다고 말했다. 홈스테이를 통해 한국어도 배웠고 한국에서의 식사예절도 익혔으며,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다니는 재미(?)도 알았다고 한다.

“엄마께서 집에서는 한국말만 하시라고 사전도 사주셨고 끊임없이 질문하셨어요, 여동생과는 만화책도 보고 함께 춤추면서 재미있게 놀았죠.” 에린은 홈스테이를 나온 지금도 그들을 가족처럼 느끼며 자주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시절 어머니 동생 '할라(Halla)'와 함께 찍은 사진, 왼쪽 빨간 상의가 에린 <헤드라인제주>

[오랫동안 한국에 지내면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싶어 하지 않나?]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밴쿠버에서 5시간이 떨어진 애틀랜타에서 대학교를 다녔어요. 그 후엔 일본에서 생활을 했죠. 가족과는 자주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어린 때부터 떨어져 지내다보니 이제는 부모님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세요.”

에린에게는 친여동생이 1명 있다. 이름이 공교롭게도 ‘한라’와 발음이 같은 ‘할라(Halla)’다.

“엄마가 동생을 갖게 됐을 때 아빠가 지은 이름이예요. 아프리카어로 ‘뜻밖의 선물’이라는 뜻입니다. 제주도의 한 가운데에 있는 산 이름이 ‘한라산’이라는 것을 알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지금도 시내를 다니다 꽃집이나 ‘한라’라는 이름이 붙은 가게를 보면 재미있어요.”

[제주살이는 어떤가?]

“6년간 지내다보니 한국에서 특히 제주도 서귀포시 이외에서 다른 곳에서 지내는 것은 상상도 못하겠어요. 다른 곳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그녀는 조만간 제주를 떠나야할지 모른다. 일본어와 생물학을 전공해 애플사(社)와 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교육적인 직업이 자신의 적성이 맞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제2언어로서의 영어) 교육과 관련된 대학원에 지원서를 낸 상태예요. 합격하면 미국 본토로 돌아가겠지만 끝나면 다시 제주에 올 확률이 매우 높아요.”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잘 구사하는 에린 그녀는 학교내에서 절대 한국어를 쓰지 않는다. <헤드라인제주>

[학생들이 짓궂거나 가르치는 일이 어렵지 않은가?]

“퇴근 후 한국친구들과 어울리게 되면 한국말로 수다를 떨면서 놀아요. 하지만 학교 수업시간 때는 절대 한국말을 하지 않고 일부러 모르는 척 하죠. 물론 교육적인 목적으로요. 가끔 그 사실을 모르고 나쁜말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럴 때 단호하게 말을 하죠. Dont say that! I know what it means(무슨뜻인지 아니까 그런 말 쓰지마!)” “그렇지만 우리 학생들 대부분이 너무너무 순수하고 착해요”라고 엄마처럼 감싼다.

[당차고 씩씩해 보여 좋다. 원래 성격인가?]

“운동을 좋아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학교 다닐때는 축구선수로도 뛰었고 한국에서 합기도를 배워 검은띠도 땄죠(웃음).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함께 즐겁게 운동하고 있어요.” 에너지가 넘쳐 보이는 그녀이지만 의외로 눈물도 많이 흘린다고 고백(?)했다.

“중학교 근무를 마치고 고등학교로 옮길 때에도 눈물 펑펑 흘렸어요.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많이 울 것 같아요.” 아직 떠난 것도 아닌데 그녀의 눈가가 살짝 붉어진다.

[새로 제주에 오는 외국인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는가?]

“자기들만의 장소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사회활동에 참여할 것을 권하고 싶어요.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도 있고 외국인들을 위한 워크숍도 많거든요. 처음에는 다소 힘들겠지만 같은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찾다보면 제주에서의 생활이 좀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무술유단자인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에린, 어린시절부터 운동선수로 활약했다. <헤드라인제주>

에린은 심리학 용어인 ‘캐빈피버(cabin fever)’를 꺼내며 제주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설명해줬다. ‘캐빈피버’는 원래 폐쇄된 곳이나 좁은 곳에서 장기간 체류해 생기는 정서불안을 뜻하는데, 에린의 해석은 약간 다르다. “한곳에 너무 오래 있으면 나가고 싶어도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제주에서 지내다 외국이나 육지를 나가면 항상 제주가 그리웠어요. 다시 제주에 돌아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어요.”

세상의 많은 장소 중 제주는 그녀에게 이미 특별한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치유될 것같지 않은 ‘에린 그리고 윤아’씨의 제주앓이가 나로서는 즐겁고 유쾌하다. <헤드라인제주>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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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suny74 2014-03-13 15:38:47 | 203.***.***.2
Erin의 동료교사 입니다. 곁에서 co-teaching 하면선 늘 Erin은 학생들을 열의있게 그리고 사랑으로 보다듬는 참교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마일 2014-03-08 05:33:49 | 27.***.***.233
모든 일에 즐겁고 유쾌한 삶을 사시는 분이시네요.
기사를 읽다보니 오타가 눈에 보이네요.. ('미국으로 돌아가데 되면-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