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 우 지사 사과에도 달래지 못한 '성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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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 우 지사 사과에도 달래지 못한 '성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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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개동 주민들, 쓰레기매립장 명확한 입장 없자 '분개'
길 가로막고 강력 성토...우 지사 "선택은 주민들이 하는 것"

우근민 제주지사가 제주도정의 '쓰레기매립장 행정'과 관련한 실책을 인정하며 직접 나서 사과의 뜻을 표명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랠 길은 없었다.

우 지사가 꺼내든 제안에 봉개동 지역주민들은 되려 "봉개동을 제2의 강정으로 만들 셈이냐"면서 격하게 반발했다. 간담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길이 가로막혔던 우 지사는 돌아가는 길에도 곤욕을 치렀다.

10일 오후 3시30분 우 지사는 제주시 봉개동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단연 '쓰레기매립장'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문제였다.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에서 90% 이상의 대화가 쓰레기매립장 부지 선정에 대한 대책 요구였다.

봉개동 주민들이 우근민 제주지사가 돌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간담회 직후에도 '쓰레기 매립장'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 봉개동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 봉개 주민들 "쓰레기에 묻혀 살아...매립장 이전 반드시 지켜야"

김재호 봉개동 회천쓰레기매립장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봉개동은 25년 가까이 쓰레기에 묻혀 살았다. 행정이 약속한 대로 쓰레기 매립장 이전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성토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당시 제주시장과 주민과의 협약에서 매립장은 반드시 이전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매립장 포화가 예상보다 빠른 올해 7월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이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개동이 매립장 입지 후보지에 있는데, 주민들의 요구대로 후보지에서 제외할 지에 대해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주민은 "쓰레기 매립 문제가 진작에 나왔음에도, 아직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게 실망스럽다"며 "행정이 적절한 대책을 만들지 못하고, 땜질식 수리만 반복하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쓰레기매립장과 관련한 불만이 계속적으로 빗발치자 우 지사는 "쓰레기 매립과 관련한 이야기는 충분히 전해들었으니까, 다른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달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통하지 않았다.

한 주민은 "저희가 가장 듣고 싶은 것은 신규 쓰레기처리시설 봉개동 제외 시켜줄 것이냐 말 것이냐다. 사족처럼 말씀하시는 것은 행정에서 알아서 다 하고 있다. 쓰레기매립장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듣고 싶다"고 우 지사를 압박했다.

앞서 쓰레기매립장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채종국 전 위원장도 "쓰레기 매립장 이야기를 그만하자고 하셨는데, 지역주민들은 도저히 냄새나서 못 살겠다고 하는 지경"이라며 "지금 머리띠를 메고 도지사 앞에 나선 것도 행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 우근민 지사 "행정 신뢰 쌓지 못해 죄송스럽다"

우 지사는 행정이 신뢰를 쌓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의 뜻을 표했다.

우 지사는 "행정이 고생고생해서 일을 처리했다고는 하는데, 결과적으로 행정의 신뢰가 돈독하지 못했다면 도지사로서 여러분들에게 매우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분들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쭉 하고 있다. 신뢰가 없었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지난 2011년 제주시와 봉개동 주민들은 쓰레기매립장 연장 운영 협약을 체결하면서, 2016년까지만 매립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그럼에도 신규 매립장 후보지에 또 다시 봉개동이 포함된 것에 대해 행정이 신뢰를 잃게 했다는 점을 우 지사 스스로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봉개동을 후보지에서 제외시키겠느냐는 주민들의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 "평가 결과 나오면 사업 다 받아보고, 선택은 지역주민이 알아서 하는 것"

우 지사는 "이제 쓰레기 매립은 기술이나 이런게 많이 달라졌다. 어떤 환경이나, 지질이나, 그 주변에 생태나, 이런 조건들이 맞아야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달말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우 지사는 "이제 이걸 해달라고 하면 찔끔 지원해주고, 저걸 해달라고 하면 찔금 해주는 그런식으로 하지 않겠다. 각 지역에서 필요한 것을 미리 받아서 '이러한 사업을 하기로 해서 700억원이 필요하다' 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평가 결과가 나오면 각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들을 다 받아보고, 선택은 지역주민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라는 것"이라며 "모든 지역이 유치하겠다고 하면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모두 안하겠다고 하면 어쨌든 제주도에 쓰레기처리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 다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봉개동 주민들이 우근민 제주지사가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봉개동 주민들이 우근민 제주지사가 탑승한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700억원 지원? 주민 현혹시키지 마라" 재차 분개

간담회 끝무렵 우 지사의 답변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재차 분개했다.

김재호 위원장은 "쓰레기매립장 주민대책위원회는 각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주민대책위에서도 안된다고 말씀을 드렸던 사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위원장은 "700억원이니 800억원이니 하면서 주민을 현혹시키는 것 아닌가. 언론 인터뷰에서는 주민들이 원하면 안하겠다고 해놓고 또 말이 다르지 않나"라고 몰아세웠다.

또 다른 주민은 "봉개동을 강정사태로 만들지 말라. 찬성과 반대쪽으로 나뉘면 지역주민들끼리 대치할 수 있지 않나"라며 "애초에 후보지로 놓지 않았으면 이럴 일도 없었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주민들은 우 지사가 나가려는 길을 막아서며 "우근민 지사는 물러가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파를 뚫고 겨우 입구에 다다라서도 돌아가는 길은 순탄치 못했다. 주민들은 우 지사의 차량 앞을 막아서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재차 요구했다.

이후에도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였고, 우 지사가 탑승한 차량은 간신히 샛길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 "주민과의 약속 이행" 촉구...순탄치 못한 간담회 

간담회에서 '쓰레기 매립장'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는 봉개동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이날 간담회에 앞서서도 100여명의 주민들은 동주민센터 앞에 모여들어 "주민과의 약속을 이행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곳곳에는 '봉개동 주민을 죽이는 쓰레기매립장 확충계획을 철회하라', '25년 동안 쓰레기로 미치쿠다, 이젠 제발 봉개동에서 떠나줍써' 등의 내용이 쓰인 현수막과 깃발이 걸려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한 주민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매립장을 사용하더니, 또 다시 약속을 어기고 쓰레기매립장을 만든다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개했다.

또 다른 주민은 "그동안 참고 지내니 행정이 주민들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나"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면 우리로서는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 간담회 시간에 맞춰 도착한 우 지사는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우 지사가 탑승한 차량은 주민센터 안까지 진입하지 못하고 100m가량 떨어진 주민센터 진입로에서 멈춰서야만 했다.

도보로 들어가는 길에도 우 지사는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봉개동 주민들이 우 지사의 방문 일정에 앞서 주민센터 앞 길목을 막아서고 있다.<헤드라인제주>
   
봉개동 주민들이 우 지사의 방문 일정에 앞서 주민센터 앞 길목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한편, 현재 봉개동 회천매립장의 경우 총 수용량인 188만톤의 97%인 183만톤의 쓰레기가 매립되면서 올해 중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주시는 25억원을 투입해 매립시설 3공구와 4공구를 증설할 계획이지만, 지속적으로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 이는 임시방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는 신규 쓰레기매립장 입지 후보로 봉개동, 조천읍 교래리, 구좌읍 동복리 등의 후보지를 선정하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무산된 바 있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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