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주차장 결국 '폐지'...시민에 '비양심' 낙인?
상태바
양심주차장 결국 '폐지'...시민에 '비양심' 낙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시청사 앞 '양심주차장', 논란 끝에 유료화 전환 결정
징수실적-주차회전율 개선 미미...시민의식 부족이 문제?

제주시가 시청사 앞 주차면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양심주차장' 제도를 결국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양심주차장으로 운영되던 노상주차장 49면과 노외주차장 28면은 다음달 2월 10일부터 다시 '유료주차장'으로 전환된다. 유료 운영일은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주차요금은 최초 30분까지는 무료, 30분을 초과할 경우 기본 300원에 초과 15분마다 300원으로 청사 내 주차장과 동일하게 매겼다.

이는 당초 기대보다 징수실적도 미미했을뿐만 아니라 주차회전율도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유료로 운영되던 지난 2007년 1월부터 2009년 1월까지의 하루 평균 이용차량은 395대로 회전율은 506%였다. 그러나 양심주차장으로 전환된 2010년 9월 이후 회전율은 228%로 떨어져 하루 평균 주차차량은 112대에 불과했다. 징수실적은 하루 평균 8000원.

제주시는 "주차장 유료 운영을 통한 회전율 제고로 장기주차 문제와 지역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무료주차를 당연시하는 잘못된 시민의식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효과를 밝혔다.

그러나, 제주시가 뒤늦게 유료주차장으로 전환하면서 '시민의식 부족'을 문제로 삼았다는 점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스템적인 문제를 인정하지 않은 채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제주시청 인근 노상주차장에서 운영되는 '양심주차장'. <헤드라인제주>

# 미미한 실적에 '양심' 내걸고 강제성 띄어

양심주차장이 도입된 것은 2010년 9월로 당초 요금징수인원을 투입해 유료로 운영하던 주차장의 적자폭이 커짐에 따라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한 차원으로 도입된 시스템이다.

'양심주차장'이란 요금징수인원을 따로 두지 않고 이용자 스스로 요금을 내도록 해 붙은 별칭.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양심주차장은 난항을 겪었다. 주차회전율과 징수실적이 기대치를 못 미쳤던 것이다.

유료로 운영될 시 500%를 웃돌던 주차회전율은 도입 초기부터 200%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징수실적은 하루 평균 1만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조했다.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양심주차장은 '양심'이라는 이름을 유지한 채 강제성을 띄기 시작했다.

양심주차장에는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이 투입돼 주차관리를 하기 시작했고, 주차 후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 차량이나 장기간 주차 차량은 차량번호를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제주시청 홈페이지 교통행정과 게시판을 보면 '비양심자'로 낙인 찍힌 주차차량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

반년 가량이 지난 2011년 4월에는 양심주차장에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상습적으로 장기주차를 하거나 주차료를 내지 않는 차량에 대해 차량번호를 공개하고 3차 적발시에는 강제 견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제주시청 홈페이지에 게제된 양심주차장 '비양심 주차차량' 목록. 2011년 7월을 끝으로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간판 내린 '양심주차장'...이제와서 시민의식 부족?

결국 '양심주차장'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신원을 공개하는 등의 규제를 연신 도입하며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시민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무인 주차장으로 운영되고는 있었지만 노인 양심도우미를 운영인력으로 배치해 인건비를 절감하겠다는 당위성도 잃게 됐다.

도리어 장기주차 차량을 감시하고, 적발된 운전자에게 계고장을 보내고, 홈페이지에 이름을 공개하는 등의 일거리만 늘리다는 우려도 일었다. 실제로 차량번호 공개 업무나 삼진아웃제 업무는 2011년 중순부터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이었다.

즉, 효율성 문제를 놓고 따졌을 때 양심주차장의 패착은 진작 인정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시가 뒤늦게 양심주차장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유료화 전환의 이유로 '시민의식 부족'을 내세웠다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인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양심주차장이 비효율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시청사가 옛 한국은행 청사로 이동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어서 청사관리 계획이 연동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