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행정사무감사...결국 또 '겉핥기와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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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행정사무감사...결국 또 '겉핥기와 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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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양적 승부' 행정사무감사, 성과와 과제
'발품' 적고, '겉핥기' 남발...'현미경 감사' 있었나?

사전 예고편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

'망원경으로 큰 흐름을 조망하면서, 동시에 현미경으로는 정밀하게 들여다보며 잘못을 바로잡고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감사가...'라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예고방향'.

결국 말의 성찬으로 끝이 난 듯 하다.

지난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된 행정사무감사는 민선 5기 제주도정에 대한 제9대 도의회의 마지막 감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감사가 끝난 시점에서, 도의회가 앞서 도민에게 약속했던 감사의 목표와 방향에 맞게 제대로 해냈는냐를 평가한다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몇몇 상임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의 노력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신라면세점 증축사업 심의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확인돼 결국 교통분야 재심의를 하도록 조치한 사례가 그 첫번째다. 일련의 건축심의 회의자료를 토대로 조목조목 확인작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교통분야 심의는 법적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통과된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 8월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목재동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원래 이곳에서 소각돼야 할 폐목재가 무단으로 매립된 문제도 이번 감사를 통해 확인된 중요 성과사례이다.

장애인단체 등에 지원되는 민간보조금의 보조율이 동일한 단체의 유사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제각각 적용되는 '민간보조금 개혁'의 새로운 한 단면도 지적됐다.

민간보조금 보조율 문제는 사실 늘상적으로 제기돼 온 단골메뉴이나, 이번에는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의원실 자체적으로 분석틀을 만들어 1000여건의 사업예산을 재확인하는 '발품'을 팔았다는데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 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적 문제 및 작품활동 지원방향을 제시한 감사사례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성폭력 피해 원스톱지원센터의 공간구조적 문제로 오히려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문제나, 해석의 논란은 있었지만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 부풀리기 문제, 절대적으로 보조금에 의존하는 영상위원회의 조직운영 문제, 초등학교 돌볼교실과 관련한 문제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있었던 것도 높이 평가된다.

1차산업이나 경제, 문화관광, 환경, 도시, 행정,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일부 의원들의 '발품' 노력은 분명 엿보였다.

그러나 각론적 측면에서의 이러한 노력은 상당수 의원들의 '준비안된' 부실감사로 인해 그 빛을 바랬다.

무엇보다 아쉬움이 컸던 것은 행정사무감사의 방향과 목표에 걸맞는 쟁점 도출이 안됐다는 점이다.

제주 행정체제 개편 무산이나 소나무 재선충 방제 실패 등에 대한 책임론은 도의회 의장이 이번 임시회 개회사에서 밝힌 맥락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공약이라는 명분에 묶여 불필요한 논쟁으로 지역사회 갈등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에산과 행정력 낭비의 원인을 밝히겠다고 예고했으나, 정작 본게임인 상임위 감사에서는 '뻔한 스토리'의 공방만 이어졌다.

"행정시 권한 강화하겠다고 해 놓고 왜 안했나?",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예산 4억원이나 썼다",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 등 일회성 질문만 쏟아졌다.

대부분 지난 8월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 제출 때 집중적으로 지적했던 내용의 반복 수준이었다.

최초 행정체제개편 방향의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의 무산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 언급 없었다. 논리적 접근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책임을 통으로 넘기기 위한 '기록용 발언'이라는 눈총을 받기에 충분했다.

소나무 재선충 확산원인에 대한 감사 역시, "왜 제때 대응하지 못했느냐"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난 여름을 기점으로해 급속히 확산되는 과정에서 행정 대응시스템이 적절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세부적 일지 확인 등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뜬구름 잡기식 질책 아닌 질책, 비판 아닌 비판만 쏟아내는 한건주의에 매몰된 것이다.

이외에도 사업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도 "확인만 하면 됐다"는 듯이 한차례 질문하고 넘어가는 식의 '겉핥기'에 지나지 않았다.

두번째, 의원들의 '준비 부실' 문제이다.

이번 감사에서는 의원들의 '게으름' 문제는 이번 감사를 통해 극명하게 노출됐다. 의원들이 주도가 되어 감사준비를 하면서 전문위원실의 서포터를 받는 형태가 아니라, '써준 질문원고'에 의존하는 모습도 적지않게 표출됐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전문위원실에서 질문할 리스트를 정리한 후 의원들에게 3-4건 꼭지씩 구분짓는 방식으로 '질문 공급'을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행정시 감사에서는 제주시 감사때 했던 질문내용이 제목도 틀리지 않은채 그대로 서귀포시에서도 행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인사제도와 '4대 위기론' 등에 관한 공무원 패널 조사의 결과도 '써준 질문' 내용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결과적으로는 정작 감사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한 상임위원회 일부 의원들의 행정사무감사 '판박이' 질문리스트 사례. 왼쪽은 제주시 행정사무감사, 오른쪽은 서귀포시 행정사무감사 자료로 제목부터가 거의 똑같다. <헤드라인제주>

세번째, 의원들의 질문에 있어 적지않게 표출된 논리적 접근보다는 "내 지적에 왜 수긍 안하느냐"는 식의 다그침도 감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한 기제가 됐다.

잔뜩 질문해 놓고, '시간 관계상'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소명할 시간을 주지 않는 사례가 여전히 많았다. 문제는 그러다 보니 제기된 논란에 대해 딱 부러지게 결론을 내거나 매듭을 짓고 넘어가는 일은 극히 적었다는 것이다.

의원들의 질문에는 마치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듯, 일방향적인 질문만 쏟아내면서 '정책감사' 내지 '의혹해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했다.

답변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것도, 자료제출이 제대로 되도록 하는 것도 감사의 기법이자 능력이다.

망원경으로 큰 흐름을 조망하면서, 동시에 현미경으로는 정밀하게 들여다보겠다던 감사예고에 걸맞는 감사를 해냈는지 도의회 역시 스스로 자성해 볼 일이다.

민선 5기 도정이 임기 막바지로 향하고 있듯, 이제 제9대 도의회 역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는 도정 뿐만 아니라 도의회 역시 도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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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ㅡ 2013-11-03 20:19:07 | 175.***.***.240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아야 도의회 무시 안하는거에요
너무 따져댔다

바꿔 2013-11-03 10:26:47 | 175.***.***.152
시대교체 열망에 맞게 도의원도 물갈이 해야죠
권위주의적 도의회를 타파할 날이 멀지 않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