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행정체제 논란...누구 책임이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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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행정체제 논란...누구 책임이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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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초점 잃은 행정체제 개편 논쟁과 책임론
도지사, '기초자치' 공약 논란 vs 도의회, '이랬다 저랬다'

민선 5기 제주도정 막바지 최대 이슈로 떠오른 제주 행정체제 개편 문제와 관련해, 지방정가의 논의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다. 그 책임의 중심에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가 있다.

다양하게 터져나오는 도민사회 논의를 총화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두 기관이 오히려 도민들을 더욱 헛갈리게 하고,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행정체제 개편 최종 모델로 제시한 '행정시장 직선제'(시장 직접 선출, 의회 미구성)를 제시할 때만 하더라도 논의의 포인트는 명확해 보였다.

그동안 여러가지 모델을 갖고 장기간 논의해온 만큼, 이 모델을 수용할 것인지 아닌지 여부가 단연 초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기초자치권 부활' 공약 불이행 논란이 집중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여러차례 '기초자치단체 부활'이란 타이틀로 해 공약을 발표한 바 있기에, 시민사회단체의 이 문제제기는 선거당시 공약에 관한 부연설명과는 별개로 해 일면 타당성이 있다.

따라서 행정체제개편위의 권고안이 발표된 직후에는 이 기초자치권 부활공약 논란이란 요소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검토한 후 수용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시민사회 vs 제주도정'의 대립각 속에서는 이 논쟁의 포인트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결정'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였다.

예상됐던 시나리오는 시간적 촉박함이 있으나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이를 폐기하고 '기초자치권' 논의를 다시 시작하거나 또다른 대안을 물색할 것인지 여부 등이었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한 도민보고회와 더불어, 도의회 논의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논의의 포인트는 이상하게 바뀌었다.

도민사회의 여론을 바탕으로 해 권고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 아니라, 볼썽 사나운 '책임 떠넘기기' 신경전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민보고회가 시작될 즈음과 비교해, 오히려 더 뒤죽박죽된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이유는 뭘까.

결론적으로 지금의 혼란 상황에는 제주도정과 도의회 모두의 책임과 잘못이 크다.

◇ 제주도정의 책임은?

우선 제주도정의 책임 부분을 살펴보자.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논란을 자초했다.

하나는 '기초자치권 부활' 공약 논란에 대한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결정의 결단 관련이다.

첫째, 기초자치권 부활 공약의 '말 바꾸기' 논란에 대해 제주도정은 '용어 표현' 상 문제였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분명한 과오 인정이 필요하다.

비록 선거당시 후보진영간 공방에서 '기초자치권'의 성격이 '법인격이 없고, 기초의회가 없다'는 점이 제시됐었다 하더라도, 도민사회에서는 이 부분이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설파된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어표현상 문제가 있었다면 취임 직후 공약실천계획을 발표하는 과정, 혹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출범 초기에 도민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약 명칭을 정정하겠다는 발표를 공식적으로 했어야 했다.

두번째, 도민과 도의회의 의견을 들은 후 권고안 수용여부에 대한 정책결정을 하겠다며 방향을 선회한 것도 지금 혼란 상황의 원인 중 하나다.

물론 민의수렴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늬는 의견수렴이나 실상은 '행정시장 직선제' 당위성 전파에만 집중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책임을 이완 내지 분산시키겠다는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도의회에서 '공을 떠넘기려 한다'는 힐책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론조사에 부친 후 결과가 안좋게 나오거나,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상황 등 지금의 로드맵은 어떤 경우의 수이든 간에 '명분'은 얻을 수 있게 됐다.

책임전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제주도정의 책임'이라는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제주도의회의 책임은?

다음으로, 도의회의 책임 부분이다.

지난 13일 열린 전체의원 간담회, 22일 열린 새누리당을 제외한 원내교섭단체 대표 간담회를 가진 도의회는 잠정적으로 별도의 여론조사 및 전체의원 논의를 통해 '새로운 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도의회의 행보를 지켜보자면 실망이 크다.

무엇보다 '일관성 상실'이 도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위 최종대안이 제시된 시점만 하더라도 '한가지 결론이 난 만큼 굳이 도의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에서 두번의 간담회에서는 제주도정에 집중 포화를 가했다.

초반에는 '의견없음'으로 끝 할 것 같이 하다가, 시민사회단체에서 기초자치권 부활로 논쟁이 벌어지고, 언론에서 비판적 입장으로 나서자 '맹비판'으로 선회한 것 같은 분위기다.

한마디로 혼란스러운 정국의 '방향'을 잡아주기 보다는, "우린 책임 못진다. 도정이 알아서 하고 모든 책임은 도정이 져라"는 식이다.

시시각각 즉흥적으로 제시되는 논리 또한 모순 투성이다.

그 중에서도 행정체제개편위가 제시한 '행정시장 직선제' 권고안에 대한 산발적 문제 제기는 의아스러움이 크게 다가온다. 마치 도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의해 운영됐던 행정체제개편위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행정체제개편위는 위원 15명 중 4명은 도의회에서 추천한 위원이다. 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위원추천을 했다는 것은 '위임' 내지는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기에 행정체제개편위가 출범한 후 그동안 추진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고, 막바지에는 이미 압축된 대안에 추가해 '행정시 권한 강화 후 행정체제 개편'이란 의견까지 내놓았던 것이 아닌가.

2개 압축대안에 1개 대안을 추가시키며, 최종대안을 왜 빨리 제시하지 않느냐고 재촉했던 것도 도의회다.

그런데도 막상 행정체제개편위가 권고안을 제시하자,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생뚱맞기 그지 없다.

물론 권고안이 개별 의원들의 정치적 소신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의회가 행정체제개편 문제에 대해 따지고 했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 지금의 논의는 과연 '도민의 눈높이'와 맞춰 진지하게 논의를 하는 것이 심히 의심스럽다.

기초자치권 부활 공약논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제9대 도의회 출범 후 우 지사의 '기초의회 없는 기초자치단체' 공약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며 따지고 답변을 들었던 것이 바로 도의회다.

즉, 공약의 실체에 시장만 직접 선출할 뿐 '기초의회가 없다'는 것은 일반 도민은 잘 몰랐어도, 도의회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정질문에서 '기초의회 없는'이란 것을 알았을 때, 늦기 전에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했어야 했다.

지난 3년간 도의회에서 행정체제 개편문제에 대해 다뤘던 회의 내용만 되짚어 보더라도, 현재 분출되는 개별 의원들의 의견은 '일관성 상실'의 극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누구 잘못이 더 큰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비겁함에 다름없다. 이는 소모적 논쟁만 더욱 부추길 뿐만 아니라, 도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권고안을 수용하든, 수용하지 않든, 늦지 않게 두 기관이 결론을 내고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결정의 판단근거는 '민의'일 수밖에 없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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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사회 2013-08-26 23:22:22 | 59.***.***.203
선거때 얼마나 공방벌였던 일인데 도의원이 몰라겠소.
상대진영에서 매일 공약분석하고 틈만보이면 공격하고했는데. 도민들이 몰랐소 하는건 이해해도 도의원이 그러는건 자질이 의심스럽다. 제9대 도의회 최악이다. 도정 견제 비판 능력 완전 상실에 도민의 혈세 지역구 나눠쓰는데 미쳐 있으니.... 한심한 의원들.

ㅋㅋㅋㅋ 2013-08-26 22:34:41 | 39.***.***.1
새누리당이 훨 낫지. 소신은 있으니까
기타 의원들은 뭐냐
오락가락 갈지자 발언

한라산 2013-08-26 22:09:25 | 14.***.***.157
오랜만에 균형잡힌 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