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지하수 '빅딜' 파문...왜 심각하게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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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지하수 '빅딜' 파문...왜 심각하게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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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항공운송대책TF팀 도의원들의 '빅딜' 제안 파문
도의회 의결권 침해...논의구조 왜곡 '거침없는 발언' 후폭풍

지난 8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 제주농산물 항공운송 대책마련 TF팀 회의에서 제주도의회 여야 원내대표들이  한진그룹과 일명 '빅딜'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은 크게 세가지 차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첫번째는 별개의 건임에도 불구하고 연계처리를 제안함으로써 도의회 의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두번째는 빅딜 내용의 적절성 차원이다. 또다른 하나는 TF팀에 참여한 여야 원내대표의 발언의 책임성 문제이다.

회의에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해 제안된 '제주의 신선 채소류를 포함한 농산물을 원활히 수송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대형항공기 투입이 필요한데,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도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증산 동의안 문제를 서로 연계해 처리하는 것을 제안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구성지 의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원철 의원이 주도적으로 이 내용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제주도가 신선 농산물의 당일 항공수송을 위해 대한항공에 대형 기종을 안정적으로 투입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대한항공이 여러가지 이유로 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대안으로 제시됐다.

제주도로부터 보고를 받은 구 의원이 먼저 '지하수 증산 카드'와 '수송항공기 투입문제'를 교환하는 것을 추진할 것을 제의했다.

제주도로 하여금 한진그룹과 한번 의사타진을 해보라는 주문이었다. 이 말에 박원철 의원도 찬성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주문에 고무된 듯, TF팀은 우선 서울 가락동 경매시장을 방문해 경매시간 조정이 가능한지를 파악한 후, 두 의원이 제안한 2건의 내용을 서로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대한항공측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으로 해 회의를 마무리했다.

TF팀 차원에서는 단순히 대한항공측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나, 원내대표들의 '파격적 제안'에 대해 반론을 달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빅딜'의 간접추진 의사로 해석된다.

농민들의 어려운 상황, 특히 신선 채소류의 경우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오전에 항공기 화물로 탑재해 당일 오후 수도권 공판장까지 수송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절박함이 매우 컸기에, 제주도나 도의회에서도 함께 나서 TF팀까지 구성해 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TF팀의 논의가 급기야 '빅딜' 제안까지 돌출된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의 여지를 안고 있다.

◇ TF팀이 '지하수 동의안' 연계처리 제안?...도의회는 거수기?

첫째, TF팀의 권한 일탈 문제이다.

항공운송 대책 마련이 TF팀의 구성목적이라고 하지만, '빅딜'과 같은 대책까지 염두에 두고 구성됐던 것은 분명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항공사에 한번 문을 두들겨 보고, 방법이 없으니 빅딜로 결론을 내린 것은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도 없이 눈에 보이는 '쉬운 길'을 택한 것에 다름없다.

만약 처음부터 '빅딜'이란 카드를 염두에 뒀다면, 굳이 TF팀을 구성할 필요도 없었다. 도의회로 하여금 대승적 차원의 협상에 나서도록 주문하는 방법이 빨랐을 것이다.

지하수 증산 동의안과의 연계처리는 제주도당국이 주도가 되어 구성한 TF팀의 영역이 아니라 분명한 도의회 영역이다.

설령 TF팀이 한진그룹과의 빅딜을 추진해 성사된다 하더라도, 이는 도의회 의결권을 심각하게 침해 내지 훼손할 소지가 있다. TF팀에서 제안한 내용이 받아들여졌으니 도의회로 하여금 계류 중인 안건을 조속히 처리토록 압박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결정된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TF팀 회의에서의 이 돌출제안은 뭔가 일의 선후가 바뀌었거나, 권한을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

도의회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마치 도의회로 하여금 '거수기'를 하도록 강요하는 것에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작 도의회 원내대표들이 이 제안을 한 것은 매우 의아스럽게 다가온다.

◇ 지하수 '부대의견' 보다도 후퇴, 차라리 노골적으로...

두번째, '빅딜'에 관한 내용의 적절성 부분이다.

지하수 증산 문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논의와 함께 도민사회 정서 등을 감안해 결정해야 할 중요한 안건이다.

장기간 표류함 속에서, 지난 2월 가까스로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수정 의결하고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다.

두 의원이 제안한 것처럼 '빅딜'로 쉽게 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빅딜로 가고자 했다면, 이번 TF팀의 결정이 아니라 지난 2월 환경도시위의 수정의결한 '부대의견'에서 결판을 냈어야 했다.

부대의견에서는 이 '농산물 수송' 문제가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또다른 많은 조건들을 담고 있다. 이번 TF팀 제안 내용 보다도, 환경도시위 부대의견이 더 포괄적이다.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TF팀이 도의회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을 갖고 연계 처리 운운하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처사다.

차라리 거두절미하고 도의회에 노골적으로 지하수 증산 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 주라고 압력을 가하는 쪽이 나았을 법 하다.

◇ 원내대표들의 '거침없는 발언', 왜 논의구조 속에서는 침묵?

세번째, TF팀에 참여했던 여야 원내대표들이 쏟아낸 '거침없는 발언'의 논란이다.

"지하수 증산 20톤 가격이 얼마인 지 모르지만 농산물 운송 비용이 더 들어가게 생겼다. 15만 농민이 살아가야 하는데 지하수 20톤이 문제인가. -중략- 누구 눈치를 보느냐. 20톤 증산하는 데 누구 무서워서 얘기를 못하느냐." - 새누리당 구성지 의원.

"제주도 1일 취수량이 149만5000톤으로 골프장이 5만2000톤, 콘도.호텔.목욕탕 50만톤 등인데 20톤이 많네, 100톤이 많네라고 하는 것은 오해이다. -중략- 먹는샘물 허가는 제주특별법에 명시돼 있어 개인에게 안되는 데 자꾸 공수화 개념을 무너뜨린다는 반응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 민주당 박원철 의원.

'연계 처리' 발언은 농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절박하게 나온 것으로 일부분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간 '지하수 증산 논란'에 관한 의견은 여러가지 점에서 적절치 못한 점이 컸다.

발언 내용을 액면 그대로 종합해 보면, 비록 농산물 항공수송 문제와 연계해 처리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하수 증산을 안해줄 명분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골프장 등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물을 쓰고 있는데, 100톤 정도 증산하는 것은 큰 것도 아니고 공수화 개념에 벗어난 것도 아니라는 논리는 이미 한국공항측이 오래전부터 펴 온 논리였다.

그동안 도의회에서는 이 논리가 설파될 때마다 '양의 문제'가 아니라 도민사회 정서, 그리고 공수화 개념 유지를 위해 사유화의 물꼬를 터 줘서는 안된다는 명분으로 해 제동을 걸어왔다. 이번 발언은 이 명분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평소 소신이었다면, 당당하게 도의회 '논의 구조' 속에서 제기했어야 했다. 그동안 도의회 본회의나, 도정질문에서는 이러한 소신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다가 TF팀 회의에서 거침없이 말을 쏟아낸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TF팀 두 의원의 빅딜 제안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제안이다.

지하수 증산 동의안 때문이 아니라 자체 항공스케줄 등의 문제로 인해 대형기종 투입에 난색을 표해온 대한항공이 이 제안에 반색할지는 모르겠으나, 별개의 사안을 연계시키는 카드를 먼저 꺼내든 제주의 입장은 상당히 어줍게 됐다.

공적라인의 '논의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소지가 있는 이 빅딜제안은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그리고 TF팀은 항공수송대책을 당초 계획대로 다각적인 부분에서 검토하는 작업을 진행시켜야 한다.

항공수송대책이 지하수 증산 동의안 연계 처리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면, 제주도와 도의회 정책협의회 또는 도의회로 '공'을 깔끔하게 넘기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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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신 2013-07-10 13:03:33 | 39.***.***.11
두분께서 도의회 권위 잘 추락시켜놓았군요
이러면서 무신 의회경시 욕하시나

한라산 2013-07-10 11:16:46 | 121.***.***.142
이번에 구성지의원과 박원철의원의 발언을 보면 아주 무식하거나 한진에 로비를 받아서 도민을 배신하는 행위이다. 도민의 이익을 대변할 자격이 없음이 입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