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섬머 페스티벌..."이제 제대로 소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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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섬머 페스티벌..."이제 제대로 소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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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외국인 페스티벌', 외국인 참가자들의 '오픈마이크'
"외국인 존재와 역할 제주도민에게 알려"..."음악은 소통하는 힘"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노루들과 새들만이 제 음악을 들었어요. 지난 4년간 제주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제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힘들었던 점이 있었죠."

"이제는 다함께 즐겁게 음악을 즐기고 싶어요. 이번 페스티벌은 우리의 존재와 역할을 제주도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문화예술축제인 '2013 세계人제주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The 2013 Expats in Jeju Summer Festival)'이 22일 오후 6시 제주시 해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가운데, 참가 외국인들은 이번 행사에 나름대로의 큰 의미를 부여했다.

헤드라인제주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 이 행사는 외국인들이 선보이는 뮤직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도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함으로써, 제주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해 나가는 '제주인'이라는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통기타에서부터 재즈, 팝,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열정적 무대의 대단원이 막을 내리자, 참가 외국인들은 큰 기쁨과 설레임을 감추지 않았다.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에서의 빅제이 공연. <헤드라인제주>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 <헤드라인제주>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 <헤드라인제주>

◇ "첫 공연, 제주도민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기뻐"

외국인 공연팀에서는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미국 뉴욕 출신의 다비드 베빌라콰(David Bevilacqua. 27).

대학 때 브라질 대중음악(MPB)을 접한 뒤 제주에 와서도 줄곧 음악을 즐겨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을 위해 브라질 유명가수의 노래 2곡과 직접 작곡한 노래 2곡을 열창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10년부터 제주에서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그는 "음악이 취미로, 시간이 있을 때마다 매일 연습하며 멋진 자작곡을 준비했는데, 공연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관중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축제가 제주에 있는 외국인과 제주인들의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자유도시 제주에서 생활하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전에 일본 도쿄의 한적한 곳에서 살았었는데 제주는 마음이 편해 더 좋다"며 "앞으로 좀더 제주적이고 새로운 것을 탐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비드 베빌라콰 공연모습. <헤드라인제주>
다비드 베빌라콰. <헤드라인제주>

◇ "음악이 좋고, 제주가 좋다...로컬밴드 활성화 됐으면"

부부사이로 결혼 후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한 더글라스 데니스(28)와 에밀리 은빈유(Douglas Dennis & Emily Eunbin Yu).

미국 오하이오 출신의 더글라스는 기타와 드럼, 비올라 등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팔방미인으로 제주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더글라스는 기타를, 에밀리는 비올라를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여기에 더글라스의 아버지가 예정에 없이 무대에 올라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더글라스는 "부부가 된 후에 처음 갖는 합동공연이었기에 제 개인적으로는 더욱 의미가 있었다"면서 "처음에는 우리 둘이서 공연을 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하모니카 연주로 참여하게 되어 놀랍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제주에 내려와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그는 레코드 회사 운영자이기도 하다.

그는 "음악이 좋고, 제주가 편해서 앞으로 제주에 계속 정착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 로컬밴드들의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듯 해 아쉬움이 많은데 앞으로 로컬밴드 활동이 많아져서 좋은 음악가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힙합.헤비락 장르의 인도네이사, 프랑스, 일본, 한국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미국에서의 발매를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앨범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페스티벌에서의 더글라스 데니스와 에밀리 은빈유 공연 모습. 왼쪽에 데니스의 아버지가 나와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더글라스 데니스와 에밀리 은빈유(왼쪽). <헤드라인제주>

◇ "꿈꾸는 이들을 위한 음악 선사하게 돼 큰 감동"

미국 출신의 카리마 워커(28)와 영국 출신의 사이먼 포웰(Karima Walker & Simon Powell)는 포크음악을 내놓았다.

카리마 워커는 3년 넘게 작곡 활동을 하고 있으며, 사이먼 포웰은 어릴적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해 왔다. 이 두 사람은 "꿈꾸는 이들을 위한 강렬한 포크 음악을 선사하게 돼 큰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유여행가인 카리마 워커는 "이번에 선보인 음악은 예전에 미국에서 작곡한 곡과 제주 들불축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나라와 도시를 다녀봤지만 제주에서의 경험은 남다른 면이 있다"며 "여러 방면의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고 인생을 풍요롭게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카리마 워커와 사이먼 포웰. <헤드라인제주>
카리마 워커와 사이먼 포웰. <헤드라인제주>
카리마 워커. <헤드라인제주>

◇ "인터넷에서 '성산일출봉' 보고 제주를 알았어요"

미국 출신으로 제주에서 서귀포외국어학습관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엔드류 엘우드(Andrew Elwood. 33)는 이번 공연에서 팝음악을 선사했다.

"3년째 서귀포에서 경이로운 삶을 살며, 이곳에서 정말로 재능있는 음악인들과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제주에서의 연주 활동은 매우 환대받는 느낌"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제주에 오기 전에 한때 유람선에서 근무를 하며 피아노 연주를 했었고, 그 전에는 레코드 회사에 다니며 키보드를 연주했었다"며 "오늘 부른 노래는 3년전 친구의 결혼식 때문에 제주에 오게 돼 그때 불러줬던 축가"라고 말했다.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의 성산일출동'을 통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람선 근무를 마치고 해외에 나가려는데 인터넷에서 성산일출봉을 보고 제주가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며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봤지만 사려니 숲길과 비자림, 한라산을 가진 제주의 아름다움을 뛰어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엔드류 엘우드. <헤드라인제주>
엔드류 엘우드. <헤드라인제주>

◇ "제주에서의 외국인 존재와 역할 알린 좋은 기회"

이번 참가 외국인을 대표해 인사를 했던 스티븐 메르시어(Steven Mercier. 37).

2009년부터 제주대학교에서 영어강의를 하고 있는데, 공연에서는 재즈음악의 트럼펫 연주를 선보였다.

그는 "평소에 기계로 듣는 음악은 라이브 음악과 너무나 다르다"며 "우리 외국인들에게 문화예술을 총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노루들과 새들만이 제 음악을 들었어요. 아무에게도 들려주지 않았죠"라며 "이제는 다함께 즐겁게 음악을 즐기고 싶어요. 앞으로도 제주에서 멋진 라이브 음악 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년간 제주생활을 하면서도 제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힘들었던 것 같다"며 "이번 축제는 우리의 존재와 역할을 제주도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제주에 오기 전에는 제주가 시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높은 빌딩과 잘 뚫린 도로를 보고 놀랐다"며 "국제자유도시는 제주가 지향할 수 있는 좋은 목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사람은 친절한 것 같다. 많은 친구를 사귀었고, 4년을 지내면서 애정도 갖고 있다"면서 "아쉬운 점은 제주방언에 관심이 많은데 알 수 있는 자료(외국어로 된)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메르시어. <헤드라인제주>
스티븐 메르시어 공연모습. <헤드라인제주>
오프닝에서 외국인 참가자를 대표해 이색적인 인사를 하고 있는 스티븐 메르시어. <헤드라인제주>

◇ "제주는 아름다움과 편리함 갖춘 곳...'들불축제' 인상적"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주 출신의 루스 미니킨(Ruth Minnikin. 35)는 현재 제주에서 유치원 영어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폴크 싱어송 라이터로 활동 중인 가수이기도 하다. 세계 여러나라 라디오 인기 차트에 올랐으며, 다수의 음반과 비디오 작품을 발표했다.

이번에 부를 'Positively'와 'Glory Glory' 두 곡은 그의 가족 사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이야기가 있는 조용한 자작곡의 포크송을 공연했다"면서 "유치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매일 악기연주와 음악을 하고 있어 공연준비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제주 생활 7개월째인 그는 "제주는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갖춘 곳으로, 스쿠버와 등산 등 레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며 "그러나 아직 한국말이 서툴러 다소 불편한 점도 있으나, 다양한 사람들을 매일 접할 수 있어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로 12년간 전 세계를 돌며 음악을 연주했는데 제주에서 본 '들불축제'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루스 미니킨의 공연모습. <헤드라인제주>
루스 미니킨. <헤드라인제주>

◇ "음악은 흥미거리가 아닌 '소통을 부여하는 힘'"

섬머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한 '빅제이(Big J. with the Rare, the Raw and the Cooked) 밴드'.

이날 공연에서 블루스, 컨트리, 펑크, 록, 재즈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아리랑' 음악의 트럼펫 연주, 그리고 아직은 아설프지만 한국말로 '곰 세마리' 즉흥적 라이브 공연은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빅제이(42. 팀리더), 리오(30. 기타), 사이먼(31. 바이올린) 등 미국출신의 빅제이 멤버들은 많게는 12년, 적게는 몇개월 정도 제주에 거주하고 있다.

멤버들은 "우리에게 음악은 단순한 흥미거리나 시간을 보내는 수단이 아니라 '소통을 부여하는 힘'이다"면서 "전 세계 도시나 자연에서 음악은 사람들을 한데 불러 모은다. 이번 뮤직공연에 함께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들어 제주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 같다"면서 국제자유도시 관광지로서의 제주 분위기를 설명하며, "제주에 오래 살다보니 관광객 추천식당 보다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제주음식인 몸국, 그리고 뼈다귀탕 등 나만의 장소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는, "낚시를 좋아하는데 해녀 할머니들이 화를 낼 때가 굉장히 무섭다"며 웃음을 지었다.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에서의 빅제이 공연. <헤드라인제주>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에서의 빅제이 공연. <헤드라인제주>
빅제이 밴드 리오와 사이먼. <헤드라인제주>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구성된 락밴드 '빅제이' 멤버들. <헤드라인제주>
'영국 스타일' 코메디를 선보이고 있는 휴 존스. <헤드라인제주>

◇ '영국 스타일' 코메디 공연 첫선..."제주 사투리에 관심"

이날 공연에서는 영국식 즉석 코메디도 선보였다.

초등학교 외국어 교사로 있는 휴 존스(Huw Jones)는 무대에 올라 '영국 스타일'의 스탠딩 코메디를 선보였다.

그는 제주에서 처음으로 공식 무대에 올라 코메디 공연을 한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면서도, "내용은 참 재미있고 좋은 소재였지만, 영국식 스타일의 코메디여서 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관객들이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의 사투리 억양이 특이해 이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영국식 코메디를 계속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연구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거주 외국인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기획에서 부터 준비, 총화된 공연을 마련했다는데 의미를 더했다.

출연팀 모두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로, 그동안 소모임 형태로 만나 음악을 즐겨오다 이번에 거주 외국인 화합축제 차원에서 총화된 뮤직페스티벌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제주에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대부분 중단기 체류라는 점과 문화적 이해 차이 등으로 제주공동체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측면이 적지 않아 이번 행사에서는 제주도민과 거주외국인이 함께 준비한 무대로 꾸며졌다.

특히 '제주도민과 거주외국인간의 소통'에 초점을 두고, 외국인 공연팀과 함께 제주 공연팀으로는 평대초등학교의 키즈락밴드인 '뱅 밴드', 그리고 제주의 로컬밴드 사우스카니발 등이 출연해 교차적인 무대공연이 펼쳐졌다.

행사에는 김선우 제주도 환경경제부지사와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해 이선화, 신영근, 신관홍, 고정식, 김태석, 강경식, 박주희 의원, 오홍식 제주시 부시장  등 주요인사와 내외국인 등 10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해 아낌없는 박수를 전했다. <헤드라인제주>

'2013 세계인제주 외국인 섬머 페스티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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