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날벼락 같은 붕괴..."다리가 후들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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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날벼락 같은 붕괴..."다리가 후들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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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아파트 공사장 붕괴 현장, 절벽 위 갈라진 주택
추가붕괴 위험 여전..."무리한 공사 강행이 화근"

"새벽에 천둥이 치는가보다 했더니 갑자기 경찰이 와서 대피하라고 하더라고요. 아직도 생각하면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요."

새벽녘 날벼락 같은 대피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센터로 거처를 옮겼지만,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통에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20일 새벽 3시 50분께 제주시 건입동 옛 제주해양경찰서에서 제주항 방면에 위치한 W주식회사의 도시형 원룸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H빔 벽막이 토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밤사이 내린 장맛비로 지반이 약해져 공사 현장의 축대가 무너져내린 것이다.

붕괴현장에서 다가구주택과 한 단독주택이 절벽처럼 깎아지른 흙벽 위로 아슬아슬한 모습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붕괴사고 현장. <헤드라인제주>
20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공사현장에서 장맛비에 H빔 벽막이 토사가 붕괴됐다. 주택 지반이 약해져 금새 붕괴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헤드라인제주>
20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공사현장에서 장맛비에 H빔 벽막이 토사가 붕괴됐다. H빔이 휘어진채 널브러져 있다. <헤드라인제주>

현장에는 건물의 기초 철골인 H빔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널브러져 있었다. 빈 집이었지만 절벽면 위의 갈라진 건물은 위태로운 상황을 절감케 했다.

인근 주민들은 흡사 엄청난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났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더 큰 문제는 추가 붕괴의 위험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까지 사고현장에는 토사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반이 모두 흙으로 이뤄진 곳이라 추가 사고로 번질 위험성이 남아있다.

빗물에 흙이 더 흘러내리면 바로 위쪽 건물까지 함께 무너져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과 119 등은 인근에 사는 단독주택 및 다가구 주택 8세대 주민들을 건입동 주민센터로 대피시켰다.

지반이 붕괴된 지역에 바로 인접한 건물에서 잠을 자다가 황급히 대피한 주민 A씨는 "천둥 소리가 나서 나와보니 집 앞이 휑해졌더라"며 아찔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간단한 속옷 몇벌만 간신히 챙겨 나온 A씨는 "가전제품이고 뭐고 나를 수나 있는 상황이냐"며 "어제 저녁에 마루에 물이 찼을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다. 집에서 키우고 있던 개는 아직도 놀라서 밥도 못먹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생업까지 위협받게 됐다. A씨는 "농사를 짓고 있어서 오늘 마늘을 캐러 가야 되는데 일이 손에나 잡힐 수 있겠나"라며 "이제 오갈곳도 없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주민들은 무리한 공사 강행이 화근이 됐다고 핏대를 세웠다.

올해 3월달께 해당 지역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고, 지난달 말께 주민센터에서 관련 설명회를 가졌음에도 3-4일 전부터 공사가 진행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무너진 건축물은 지하1층 지상8층 규모로 조성될 원룸아파트로, 제주시는 지난 3월 5일 해당 지역의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던 바 있다.

설계변경 및 공사중지 해제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달 18일. 불과 이틀간의 공사로 인해 지반은 무너져내렸다.

주민 B씨는 "요즘처럼 건축물 기초 공사를 제대로 하면 모르겠는데, 옛날 집들은 그냥 땅 위에 지은 것들 아니냐"며 "위쪽에 있는 건물들도 30년 이상 된 건물들이라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며칠전부터 공사를 해서 지반에 박혀 있던 큰 돌을 빼내더니 기어코 큰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주민 C씨도 "4층 정도의 건물 정도로 허가가 났어야 했는데, 8층짜리 건물을 지으면 지하까지 파야된다고 하더라"며 "이런 허가를 내준 시청부터 잘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경찰은 사고지역 주변으로 접근통제선을 설정해 시민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공사업체도 긴급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공사현장에서 H빔 벽막이 토사가 붕괴되면서 주택 지반이 약해져 금새 붕괴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헤드라인제주>
공사현장에서 H빔 벽막이 토사가 붕괴되면서 주택 지반이 약해져 금새 붕괴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헤드라인제주>
20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공사현장에서 장맛비에 H빔 벽막이 토사가 붕괴됐다. 주택 지반이 약해져 금새 붕괴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헤드라인제주>
20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공사현장에서 장맛비에 H빔 벽막이 토사가 붕괴됐다. 주택 지반이 약해져 금새 붕괴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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