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향년 87세의 일기로 타계한 故 우성 변시지 화백이 고향 제주 서귀포시에 영면했다.

12일 오전 8시 서귀포시 한빛장례식장에서 유족과 시민, 제주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 변시지 화백의 서귀포시 사회장(葬)으로 영결식이 엄수됐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김재봉 서귀포시장은 영결사를 통해 "태산처럼 묵직하고, 강물처럼 유연하게 걸어온 선생의 족적은 우리 모두를 이끈 사도의 삶"이라며, "선생의 발자취와 숭고한 뜻을 잊지 않겠다"고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김현숙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추도사를 통해 자유로운 예술혼과 엄격한 교육관을 지닌 고인에 대해 "치열한 작가정신을 몸소 보여줘, 게으른 제자들이 작품작업을 할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치게 하지 않았다"며 "제자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준 참 스승"이라고 추억했다.

한기팔 시인 또한 고별사에서 "선생이 두고 가신 500여 점의 주옥같은 작품과 예술혼은 이 땅의 모든 이들과 후학들에게 크나큰 감동으로 남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밝혔다.

고 변 화백의 유해는 자신의 작품이 보관돼 있는 기당미술관 등을 방문한 후, 서귀포시 하원동의 선영에 안장됐다.

1926년 서귀포 서홍동에서 태어난 故 변시지 화백은 6세 때 선친을 따라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로 진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48년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광풍회전'에서 역대 최연소로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인 1949년에는 도쿄 제1회 개인전을 가진 후 1957년 서울대의 초청을 받아 귀국했다.

이후 서라벌예술대학, 한양대, 제주대 등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작품활동을 하다, 1975년부터는 고향인 제주에 정착했다.

고향 제주에서는 자연광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황갈색 바탕의 '황갈색 작업'을 시작했고, 변시지 회화의 아이콘인 '제주화'를 완성시켰다.

주로 제주의 바람과 바다와 말을 그렸는데, 한 마라리의 바닷새와 돌담의 까마귀, 쓰러져 가는 초가와 소나무, 이 모든 것을 휘몰아치는 바람의 소용돌이로 표현해 '폭풍의 화가'로 불리기도 했다. <헤드라인제주>

<고재일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