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가 이상한 말투? 간첩인줄 알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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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가 이상한 말투? 간첩인줄 알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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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43>제주어사랑

제주어로 방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자주 듣는다. 들으면서 진행자의 모습이 궁금했다. ‘진짜 백발의 어르신일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금방 풀렸다. 인터넷으로 방송국 사이트에 접속 하고 보니 사진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중후한 저음의 성우 목소리를 지닌 중년남성이었다.

그 나라를 이해하려면 문화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제주어에는 ‘제주도’라는 지리적 환경이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고, 역사적 숨결이 담겨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방의 말보다 독특하다. 낯선 사람들에게는 마치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내가 학생 시절에 반 친구들과 처음으로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서 몇몇 친구와 같이 시내구경을 나갔다. 한참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는데, 정복을 입은 두 사람이 앞을 가로막았다.

"지나가던 어떤 분이 신고해서 순찰 나왔습니다.” 라는 것이다. 지나가면서 들어보니 말투가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이상한 말을 한다는 이유다. 그 경찰은 나와 친구를 간첩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다행히 나중에는 ‘오인’으로 밝혀져 숙소로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불쾌했다.

예전 한 TV 오락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각 지역 방언으로 퀴즈문제를 내서 맞추는 방식의 방송을 본 적이 있다. 특히,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의 방언은 재능 있고, 끼 많은 연예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따라하는데, 제주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없었고, 한다고 해도 굉장히 어설펐다.

더욱이 제주 출신이 아니고, 이제 막 방송에 출연한 신인급 개그맨이 해서 그런지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못마땅했다. 그런데도 출연자나 객석에 있는 사람들은 재미있어 좋다고 손뼉을 치고 난리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옆에 있으면 따귀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분야에 제주 출신 연예인들이 방송활동을 많이 한다. 연기자들은 제주도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때에는 제주도 사람이 주연이나 조연으로 출연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이 끌어올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표준어로만 수업을 하면서 제주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나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가야지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제주가 유네스코지정 3대 세계자연경관에 지정되었지만 제주어가 인도의 ‘코로어’와 함께 분류되어 소멸 위기 언어에 포함되었다는 신문기사도 읽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에는 표준어의 힘에 우리 제주어가 밀리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삶의 흔적이 묻어 있는 정감 있고 구수한 제주어를 많이 듣고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신청곡이라고 하면서 ‘삼춘, 어디감수과.’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성복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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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2013-05-04 22:24:50 | 14.***.***.93
칼럼을 읽다보니까 오타가 있네요..
'개원필진 - 객원필진'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