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의 통곡, 오키나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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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통곡, 오키나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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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자연생태우수마을 강정에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07년 4월에 5퍼센트 남짓한 마을주민이 모여 해군기지유치를 결의하면서부터이다. 95퍼센트 주민의견은 무시된 채 하루 저녁에 마을의 미래가 결정되었다. 그런데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는 보름만에 강정마을을 제주해군기지 부지로 선정하였다. 그로부터 강정마을은 제주해군기지 반대 깃발을 들었고, 이제 만 6년이 지났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헤드라인제주>
일부에서는 이제 반대 깃발을 접을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한다. 하지만 강정주민들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들은 그토록 집요하게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걸까. 혹자는 그들이 보상액이 적어서 반대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은 안보를 무임승차하려는 지역이기주의자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강정주민들은 그처럼 진실이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것을 안타까워한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래가 결정되고, 절대보전지역을 날치기로 해제했는데도 인정하라고? 천연기념물을 파괴하고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짓뭉개면서 공사하는 것을 눈감으라고? 오탁방지막이 훼손되어 흙탕물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흘러드는데도 입을 다물라고? 파도와 조류가 너무 거센 코지(串)에다 항구를 만들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체 하라고? 강정주민들은 마을을 사랑하고 제주를 아끼고 민족의 장래를 염려하기에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6년 동안 통곡하고 있고, 제주도와 중앙정부는 그들이 울다 지쳐 포기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정마을회와 평화활동가들은 그러한 해군기지 공사는 불법이라고 외치고 있고, 경찰에서는 그들을 불법 행위한다고 연행하면서 사법처리하고 있다. 해군기지의 섬 제주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가.

최근에 번역되어 나온 메도루마 슌의 ‘오키나와의 눈물’을 읽어보면 제주의 미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제주와 오키나와는 지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비슷하다. 그러기에 제주는 한국의 오키나와요, 오키나와는 일본의 제주라 불린다.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제주와 오키나와는 유라시아대륙과 태평양의 접경지역으로 누구든 탐낼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변 강대국이나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고 그 지역 사람들로서는 역사적 비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와 오키나와는 본토와는 다른 지역어를 쓰고 다른 문화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본토에서 볼 때는 색다른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차별과 억압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두 지역은 평상시에는 본토인에게는 각광받는 관광지이자 휴양지이지만, 시국이 어수선할 때는 버릴 수 있는 카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전략적 요충지인 두 지역은 주변 강대국의 주도권 싸움에 말려들어 참담한 비극을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 오키나와는 미군기지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합심해서 미군철수를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미군기지의 섬 오키나와는 일본의 방패막이이다. 일본은 미군기지문제가 떠오르면서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오키나와의 자연과 문화를 치켜세우면서 엔터테인먼트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일상적 가치와 규범에서 이탈하여 시간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느긋한 ‘치유공간’으로 되고 있는 것이다. 오키나와에선 일본어가 통하고, 치안도 나쁘지 않으며, 아열대 자연과 이국정서를 즐길 수 있다는 본토인의 욕망과 미군기지 의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관광에 주력해야 한다는 오키나와인의 욕망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하여 일본은 오키나와가 군사기지 섬만이 아니고 엔터테인먼트 섬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최근 제주가 그렇듯이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붐’이 일면서 오키나와인의 생활문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본토인들 가운데 오키나와를 너무 좋아해서 매료되어 아예 오키나와에 이주해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메도루마 슌은 그들이 진정으로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와 문화에 공감하고 지역정서를 이해한다기보다는 오키나와의 맛있는 것만을 골라 소비하고 문화를 찬탈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키나와의 눈물’을 읽다 보면 오키나와와 제주의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 되고, 제주의 미래가 연상된다. 류큐왕조와 탐라왕국, 오키나와전투와 제주4.3, 오키나와평화기념관과 제주4.3평화기념관, 치유공간과 제주올레길, 오키나와 시마나이챠와 제주 문화이민자, 오키나와미군기지와 제주해군기지 등등.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오키나와 미군기지가 그랬듯이 전쟁과 갈등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제주는 오키나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헤드라인제주>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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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 2013-05-01 01:23:15 | 118.***.***.9
오키나와와 제주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네요. 추천서도 읽어봐야겠어요.

제주도민 2013-04-30 13:51:29 | 117.***.***.82
교수님, 먹먹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