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부대조건' 해명...왜 옹색하게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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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부대조건' 해명...왜 옹색하게 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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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행정체제 개편 논란, 도의회 해명의 논리 모순
'논의 중단' 아니다?...책임논란 꼬리 자르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김용범)가 23일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도정질문에서 불거졌던 '오해받는 부분'(?)에 대한 일종의 해명이다.

우근민 제주지사가 도정질문에서 행정체제 개편논의가 갑작스럽게 소강상태에 빠지게 된 이유로  "도의회의 부대조건 때문"이라고 밝힌데 대한 강력한 반박이기도 하다.

이 논란은 지난해 말 임시회에서 행자위가 행정체제개편위 운영조례안을 의결하면서 제시했던 '부대조건'의 의미해석이 최대 쟁점이다.

사실상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 직선제 내지 자치권 부활이 무산된데 따른 책임을 두고 제주도당국과 도의회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책임논란을 찬찬히 살펴보면, 민선 5기 핵심공약으로 제시해놓고도 이의 약속이행을 제대로 못한 제주도당국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우둔한 빌미'를 제공한 도의회의 책임 또한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행자위의 23일 해명입장은 마치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처럼 시종 반박하고 나서면서 '솔직함'이 결여된 듯한 모습이다.

제주도당국의 '책임'을 상반기 중 행정체제 개편위의 최종 결론이 제시될 쯤 따진다 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도의회의 책임도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다.

당장에 급한 것은 책임소재 공방이 아니라, 행정체제 개편논의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비록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직선제 등은 기대할 수 없지만, 많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현 단일광역행정체제의 시스템을 어떻게 개편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민사회의 중지가 모아져야 할 부분이다.

◇ 도의회 해명 입장, 정말 제주도당국에만 잘못이 있었나?

그렇다면 도의회의 책임은 어느 정도일까.

행자위가 밝힌 해명입장의 내용은 이렇다.

첫째, 무엇보다도 부대조건에서는 '논의를 중단하라'는 문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둘째, 부대조건에서 정부의 지방분권 및 지방자치에 대한 환경변화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주문했던 것은 행정체제 개편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라는 뜻이 아니라 도민과의 약속인 도지사의 공약을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지 말라는 주문이다.

행자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사는 도정질문 답변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행정체제개편이 정부의 정책에 맞지도 않고 확정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도의회의 '부대조건'에 따라 행정체제개편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 논리가 맞지 않음을 강조했다.

부대조건은 행정체제개편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 확대와 최종대안 제시 및 중앙부처.국회절충 논리개발 등이 필요해 '적절한 대응'을 강구해 나가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적절한 대응'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중단'이나 '적절한 순응'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도지사의 주요 공약인 기초자치단체 부활에 대한 포기이거나 실천의 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우 지사가 "부대조건을 취소하면 행정체제 개편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는 "이 문제는 부대조건의 취소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도지사의 의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기까지가 도의회의 공식 입장이다.

◇ '끼워넣은 대안'에 대해서는 왜 언급하지 않나?

우 지사가 지난 도정질문에서 '도의회의 책임'을 언급한 부분에서 상당히 격앙돼 있다. 반론은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이 해명입장에서는 정작 핵심적 내용은 빠져 있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의 소강상태를 맞게 된 결정적 이유였던 부대조건의 첫번째 사항, 즉 추가적인 대안 '끼워넣기' 주문의 진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 내용이 꼭 필요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되지 않은 것이다.

행자위가 이 부대의견을 제시할 당시만 하더라도 행정체제 개편논의는 적지않게 지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간적으로 촉박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더라도, 당시 △시장직선.의회 미구성안(행정시장 직선제) △시장직선.의회 구성안(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2개안으로 압축돼 특정대안을 선택하는 일만 남겨놓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행자위의 부대조건 첫번째 사항인 "현재의 행정체제 개편 2개 대안 중 특정안을 결정짓지 말고 '행정시 권한 강화 후 행정체제 개편'까지 포함해 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는 내용이 그동안의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려놓는 결정적 원인이 됐던 것은 분명하다.

이 부대의견이 제시되자 행정체제 개편위는 "어쩔 수 없다"면서 기존 2개 대안에서 '행정시 권한 강화 후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안을 추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실질적으로 행정체제 개편 대안도 아닌데, 마치 '대안 모델'인 것처럼 끼워넣기를 함으로써, 결국 논의는 원점화됐다.

도의회 부대조건의 내용은 행정체제 개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체제 개편논의는 흐지부지 되어 버렸는데, 당시 제주도당국이 '빠져나갈 명분'을 찾고 있었다면 도의회의 부대조건은 최고의 반전이었을 수 있다. 도의회 주장처럼 '의지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부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도의회를 설득해서라도 했을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의회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행자위의 해명 입장 중 '논의 중단'라는 문구가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주장은 억지성이 강하다. 액면 그대로 '중단'이라는 문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 책임논란 '꼬리 자르기'?...논의중단 의미 아니라면 왜?

그러나 끼워넣은 3번째 대안은 논의를 유보하자는 안으로, 이 '논의 유보'는 '논의 중단'과 비슷한 취지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

버젓이 '논의 유보'와 다름없는 문구를 써놓고 논의중단 의미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책임논란의 꼬리 자르기 의도로 비춰지고 있다.

'논의 중단' 의미가 아니었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왜 두달여 전인 2월6일 행정체제개편위의 '3개 대안' 설정 발표시에는 아무 말이 없었을까.

또 지난 2월 임시회와 3월 임시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왜 화급하게 다루지 않았을까.

◇ '3개 대안'인가, '2개 대안'인가...도의회가 명쾌한 방향성 답을 줘야

현재의 '3개 대안'이 설정된 상황에서는 제주도당국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질타도 어줍게 들려온다.  부대조건 첫번째의 대안 끼워넣기 그 자체가 이미 압축대안 선택이 임박한 시점에서 결정적인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의 3개 대안으로 의견조사를 한다면 '여론 왜곡'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점이다.

여론왜곡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종전 2개 압축대안만을 갖고 조사하든지, 아니면 3번째 대안만을 갖고 '행정체제 개편을 당장 하는 것이 좋겠는가, 유보하는 것이 좋겠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는 두가지 방법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런데도 도의회가 최근 혼선과 논란의 책임이 전적으로 제주도당국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이 또한 '책임 회피'이자 도민 기만에 다름없다.

당장에 제주도당국과의 '기 싸움'에 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할지 몰라도, 그에 앞서 도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지금의 논란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방향성에 관한 '명쾌한 답'을 줘야 한다.

비록 시간적인 촉박함은 있지만, 새로 설정된 '3개 대안' 중 부대의견으로 추가된 안을 과감하게 철회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제주도당국과 더불어 도의회 역시 솔직한 고백과 함께,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장 직선제' 내지 '자치권 부활'이 무산된데 따른 사과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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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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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2013-04-24 15:33:16 | 168.***.***.101
의회의 말씀들은 일반 도민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네

음. 2013-04-24 13:33:53 | 112.***.***.11
도의회 행자위 발언록...부대조건 내용...행자위원장님 부대조건 관계없이 추진해도 되지 않느냐는 좋으신 말씀들 내년 지방선거때까지 잘 기억둡시다.

의회 반성하라 2013-04-24 10:53:05 | 27.***.***.17
통쾌한 지적이다. 속이 다 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