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쩔쩔...'엉뚱한 명분',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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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쩔쩔...'엉뚱한 명분',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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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조사 발의의원 명단, '비공개 명분' 구설수
"의원님에게 물어볼 사안"...'알권리' 위에 '의원님' 군림?

제주투자진흥지구 문제에 대해 파헤치겠다면서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추진하다 '자중지란'으로 불발된 여파의 충격 때문인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엉뚱한 고집'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발의했던 27명의 의원 명단을 꽁꽁 숨기다가 논란이 커지자 본회의 부결 이틀후에야 마지못해 공개를 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의 과정은 이렇다.

지난 20일 오후 2시 제304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주투자진흥지구 행정사무조사 요구서가 상정됐으나, 표결 결과 재석의원 30명 중 찬성 14명, 반대 10명, 기권 6명으로 부결됐다.

지난 2월 최초 발의할 당시 서명 의원이 전체의원(41명) 과반이 넘는 27명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행정사무조사 발의에 참여했던 의원들 중에서도 반대 내지는 기권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물론, 당초 '찬성' 입장에서 최종적으로 '반대' 내지는 '기권'으로 돌아선 것 자체만을 놓고 '변심'으로 볼 수는 없다.

제주투자진흥지구 문제의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나서서 절차적 문제와 시기상조를 들고 나오면서 막판 '설득'이 통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설령 '입장 변경'을 했더라도,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당당하게 설명해야 할 의회가 오히려 최초 발의의원 명단을 숨기기에 들어간 것.

본회의가 끝난 후, 도의회 사무처는 22일 오전까지도 언론사에서 표결결과 의미해석을 위해 발의의원 27명의 명단공개를 요구했으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응하지 않았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나 지방의회 모두 지금까지 본회의에 상정됐던 의안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의안정보 공개를 거부했던 의회 사무처에서 제시한 이유는 더욱 엉뚱하게 다가온다. "아직 의원님들로부터 공개해도 좋다는 결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부결이 된 사안이고, 의원인 개개인의 의정이라든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공개하기에는 다소 애로사항이 없지 않아 있다."

21일까지 의회 사무처의 입장은 확고했다. 일부 취재진과는 이 문제를 놓고 격한 설전까지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의 시각은 한마디로 의안의 정보공개 여부는 '해당의원 본인에게 물어본 후' 결정될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의안정보가 '공적영역'이 아니라 '사적영역'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문제를 놓고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진 후, 의회는 22일 되어서야 공개방침을 밝혔다.

더욱이 기가 막힌 것은 공개하는 이유 역시, "대표 발의하신 의원님으로부터 공개해도 좋다는 뜻을 전해받았다"는 것이었다.

공개를 못하는 이유도 '의원님', 공개를 하는 이유도 '의원님'이었다.

법과 원칙 속에 행정을 집행해야 할 의회 사무처의 비뜰어진 시각의 단면이다. 의안정보의 공개여부는 '의원님의 뜻'이 아니라, 법과 원칙 속에서 판단돼야 할 부분이다. 

만약 공개를 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그 명분 또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찾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뒤늦게 의회 사무처에서는 발의의원 명단을 공개할 경우 '입장 변경'을 한 의원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소명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정말 그랬다면 이는 알권리 차단을 통한 보도통제 등의 '사전 검열'에 다름없다.

도민의 알권리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지방의회가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작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결과적으로 뒤늦게 명단은 공개됐지만, 행정의 원칙 속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지 못하고, '의원님 눈치'를 보면서 쩔쩔 맸던 의회 사무처의 모습은 매우 부끄럽기 짝이 없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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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2013-03-24 14:51:30 | 125.***.***.211
도의원은 선출직인데 왜 그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기만하려하나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듯. 그 잘난 의원님들 도대체 누군지 면상한번 봤으면 좋겠네


허허허 2013-03-23 17:32:47 | 211.***.***.17
희대의 코메디가 아닐까?
제주에서는 매일 개그콘서트가 펼쳐지니 웃어야 할지 아니면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