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슬' 개봉 첫날...제주 관객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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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슬' 개봉 첫날...제주 관객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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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첫 개봉, CGV 상영관 '대성황'...12회 연장상영
4.3 슬픈 역사에, '1시간50분'의 흐느낌..."가슴이 먹먹하다"

제주4.3의 슬픈 역사를 그린 영화 '지슬'. <헤드라인제주>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를 휩쓸며 대한민국 독립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작성한 오멸 감독(41)의 영화 '지슬'이 드디어 제주에서 첫 개봉된 1일.

제주CGV는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9시50분 첫 회부터 금새 매진됐다. 이날 하루 7회 상영할 예정이었던 당초 계획은 12회 연장상영으로 바뀌었다.

저녁시간대 역시 연속 매진. 첫날 흥행면에서 보면 '대성공'이었다.

오멸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과 스태프의 무대인사가 마련된 오후 7시45분 상영관은 절정을 이뤘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양성언 제주도교육감, 그리고 김재윤 국회의원과 제주도의회 안동우 문화관광위원장을 비롯한 도의원 등 주요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도 부인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지슬'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가 당시 관람을 요청한 데 대한 화답의 성격이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위원장을 비롯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배우 안성기, 강수연씨도 찾았다.

오멸 감독은 무대인사에서 "제주4.3을 다룬 슬픈 역사이기에 수천만 관객이 들어서도 기쁜 일이라 할 수 없다. 슬픔을 치유하고 올바른 역사로 돌아가야 진정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 감독의 얘기는 곧이어 상영될 이 영화의 성격을 예고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제주출신의 오멸 감독이 제주에서 있었던 4.3의 소재를 갖고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치는 큰 일을 해냈다"면서 "이 영화가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알려지고, 많은 관객들이 찾는 영화로 대박나게 할 수 있도록 먼저 제주에서부터 잘 보여주자"고 말했다.

영화배우 강수연씨는 "'지슬'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가 됐다. 많이 사랑해달라"고 부탁했다.

안성기씨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려면 먼저 제주에서부터 붐을 일으켜야 한다"며 "이 영화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많이 성원해달라"고 말했다.

영화 '지슬'의 오멸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영화 '지슬'의 오멸 감독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무대인사. <헤드라인제주>
우근민 제주지사가 오멸 감독을 격려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축하분위기로 이어졌던 무대인사가 끝나고,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객석 분위기는 일순간 숨죽였다.

제주 방언으로 '감자'를 뜻하는 '지슬'은 1948년 4.3 당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신한 주민들의 실화에 근거한 흑백 드라마다.

1948년 11월 제주에 '해안선 5km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군인들의 민간인 학살은 참혹하지만, 산 속 동굴에 숨어 감자를 나눠먹으며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을 하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투박해 보이는 흑백 화면이 어두웠던 그 무렵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시대의 아픔을 전한다.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념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에게 불어닥친 비극적 결말은 제주 관객들에게는 '65년전 기억'으로 되돌려놓기에 충분했다.

미군정에서부터 시작된 제주4.3은 아직도 완전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1시간50분'의 런닝타임 내내 흐느낌이 이어졌다. 필름이 완전히 멈추고서야, 4.3역사 바로세우기의 '감격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상영관을 빠져나오던 우근민 지사는 영화 관람소감을 묻는 질문에 "무슨 말이 필요있겠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재인 의원도 "가슴이 먹먹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지슬'은 온종일 제주 관객을 울렸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무비꼴라쥬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 브졸영화제에서 대상에 해당되는 황금수레바퀴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오멸 감독과 제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2억5000만원이라는 작은 예산으로 힘을 합쳐 만든 독립영화 '지슬'은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를 누비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세계를 울리고, 제주를 울린 이 영화는 오는 21일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헤드라인제주>

오멸 감독의 무대인사가 마련된 영화 '지슬' 상영관. <헤드라인제주>
오멸 감독의 무대인사가 마련된 영화 '지슬' 상영관에 우근민 제주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영화 '지슬' 관람을 위해 제주를 찾은 문재인 의원이 강우일 주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의원이 오멸 감독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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