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없음' 제주해군기지 시뮬레이션 결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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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없음' 제주해군기지 시뮬레이션 결론,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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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톤 크루즈 시뮬레이션 검증결과, 이어지는 후속 논란
"돌제부두는?", "5척 이상 계류한다면?", "비교분석 왜 안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의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의 안전한 입출항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 항만구조상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7일과 18일 대전 대덕구 소재 한국해양관학기술원에서 시뮬레이션 검증을 실시한 시현단은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청 회의실에서 시뮬레이션 시현에 따른 결과보고서 발표에서 '문제 없음' 결론을 제시했다.

결론은 검증 결과 최악의 입항조건하에서도 15만톤 크루즈선 2척이 입항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동섭 단장이 제주해군기지 시뮬레이션 단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동섭 단장이 제주해군기지 시뮬레이션 단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번 시뮬레이션은 정부와 제주도에서 추천한 도선사가 상호 교차방식으로 주간 8회, 야간 8회 등 총 16회에 걸쳐 실시됐다.

풍속 27노트, 외측 남방파제에 15만톤 크루즈선 1척이 계류한 상황에서 또 다른 15만톤 크루즈선 1척이 내측 서방파제에 출선 및 입선자세로 입항하는 조건을 설정해 시현은 이뤄졌다.

시현단은 이 케이스를 갖고 시현한 결과 해상교통안전진단 지침에 따른 △기술적 평가기준인 근접도 △제어도 △운항자평가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 입출항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책임연구원(팀장)인 이동섭 한국항해항만학회 회장은 "전체적으로 근접도, 제어도 및 운항자 주관적 평가 기준을 만족함에 따라, 현행 항만 설계상 초대형 크루즈선 2척의 주.야간 안전한 입출항이 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면서 "시뮬레이션에 참여한 도선사 전원이 전반적으로 안전한 항만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시뮬레이션 시현시 직접 크루즈선을 운행한 도선사들도 현재의 항만구조 하에서 입항과 선회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현결과 내용을 보면 우선 총 16회 시뮬레이션 결과 모두 충돌이나 접촉과 같은 특이사항 없이 안전하게 방파제를 통항 후 접안했다고 밝혔다.

남방파제 끝단에서 계측한 근접도 결과를 기초로 충돌확률을 산출한 결과, 주.야간 입항 좌현 및 우현접안 모두 근접도 평가 기준을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입항 및 접안과정에서 사용한 타와 엔진의 사용량을 기초로 산출한 여유제어력이 50% 이상 확보되어 제어도 평가 기준을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선박운항자의 주관적 평가의견 분석 결과에서는 주.야간 좌현 및 우현 접안의 평균값이  '-2.0' 이상으로 주관적 평가 기준을 만족했다고 밝혔다(-3 상당한 위험, -2 위험, -1 약간 위험, 0 안전하지 위험하지도 않음, +1 약간 안전, +2 안전, +3 확실히 안전 보장).

다만, 주.야간 및 좌.우현 상호 비교 결과, 주간보다는 야간이, 입선 보다는 출선이 약간 어렵다고 평가됐다고 시현단은 설명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시현단의 도선사 의견, 연구원 의견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이동섭 단장은 자신이 해군출신이고, 선장인 점을 여러차례 강조하며 이번 시뮬레이션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뤄졌음을 거듭 강조했다.

◇ "돌제부두 절대 있어선 안돼"..."항내 5척 이상은 안돼"..."1, 2차 시뮬레이션은 몰라"

하지만 1시간에 걸친 시현결과 설명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쟁점사항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서쪽 돌제부두가 없는 상황을 가정해 시현이 이뤄졌는데, 앞으로 이 돌제부두 문제가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동섭 단장은 "돌제부두는 반드시 없어야 한다는게 저희 시현단의 생각"이라고 확실히 밝히면서 '설계변경'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제가 답을 할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돌제부두를 가변식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이 돌제부두를 없애는 방향의 설계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항내에 함정 5척 이상이 계류 중일 경우 크루즈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대형함정이 5척이 계류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 단장은 "5척 이상의 계류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해군기지 실시계획에서 함정 20척이 동시 게류하는 기동전단 기지 건설방향을 제시한 것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항내에 함정 5척 이상이 계류할 경우 크루즈선박의 입출항은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세번째로는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지난 1, 2차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제시된 측정치와 비교설명이 이뤄지지 않아 판단을 어럽게 했다.

시현단이 지난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충분히 지난 1, 2차 보고서의 내용과 비교분석할 수도 있었음에도 이를 생략한 것은 추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동섭 단장은 이에대한 질문이 나올 것을 사전에 예상했는지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하면서 "저는 1, 2차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3차 시뮬레이션에 대해서만 설명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1, 2차 결과 데이터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번 3차 시뮬레이션 결과만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차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통항 안전성이 -1.0, 접이안 안전성이 2.0인데, 이번에는 통항안전성 -0.13, 접이안 안전성 -0.4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종전 시뮬레이션 결과 데이터와 비교해 볼 때 차이가 큰데도 불구하고, 시현단은 '오로지' 이번 결과데이터만을 갖고 결론을 내리면서 의아스러움을 갖게 했다.

정부는 이번 시뮬레이션 시현을 통해 제주 민군복합항에 15만톤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이 확인된 만큼, 민군복합항 관련 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해 차질없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2015년까지 계획대로 제주 민군복합항이 세계적인 관광미항으로 건설되도록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11년 9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설계오류 의혹에 대해 수정이나 보완 의견도 전혀 없이 '문제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예상됐던 뻔한 수순의 결론'이라는 시각이 상당히 분출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검증결과는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를 한층 가속화시키는 정당성의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보여, 이를 반대하는 강정주민들과의 갈등문제는 오히려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빠르면 2월4일쯤 시뮬레이션 검증결과에 따른 후속대책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검증결과에 대해 우근민 제주지사는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크루즈선박조종 시뮬레이션 시현 보고서

이동섭 단장이 제주해군기지 시뮬레이션 단장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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