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당(堂)' 다큐 제작 美 청년감독, 그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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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당(堂)' 다큐 제작 美 청년감독, 그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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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제주](42) 제주에 반한 조이 로씨타노의 다큐 제작기
"매력적인 제주 신화이야기...사라지기 전에 남겨놔야죠"

 

다큐멘터리 제작작업을 하고 있는 조이 로씨타노. <헤드라인제주>

척박한 제주땅을 살아가게 했던 제주의 토속신앙 마을당(堂).

 

7년전 제주땅을 처음 밟은 푸른 눈의 외국인에게는 제주 무속신앙의 모든 것이 흥미롭기만 했다. 제주의 귀신 이야기나 전설 등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안타까움은 커져만 갔다. 각 지역마다 고유의 특징을 갖고 있던 마을당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면서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심방들은 나이가 들어 현직을 떠나고 있었다. 젊은 세대에게 토속신앙은 그저 케케묵은 옛날이야기 정도로만 치부될 뿐이었다.

"관련 자료는 남게될지 몰라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말하는 사람이 사라지고, 귀로 들을 수 없게된다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제주에 푹 빠진 미국청년 조이 로씨타노(36, Giuseppe(Joey) Rositano)는 그렇게 제주 마을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조이 로씨타노. <헤드라인제주>

 

10일 오후 7시 열린 조이 로씨타노의 다큐멘터리 '제주 마을당, 살아있는 이야기' 프리뷰. <헤드라인제주>

# "매력적인 신화이야기 2년전부터 다큐멘터리 제작"

10일 저녁 7시 조이는 제주시 소재 아트스페이스C에서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프리뷰를 선보였다.

"처음 제주에 왔을때부터 신화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새롭고 신기한거에요. 제주 토속신앙에는 뭔가 끌리는 매력이 있어요."

미국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조이는 멕시코와 스페인, 프랑스 등에 거주하며 세계 다양한 문화들을 접해왔다. 제주에 발을 디딘 것은 어느덧 7년전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 작업에 착수한 것은 약 2년전이다. "예술적인 요소가 가미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어요. 제주 무속신앙에 관한 이야기는 외국어로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다는게 아쉽더라고요."

특히 제주 토속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은 그에게 있어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내도동에 갔어요. 마을 심방이 죽은지 5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새로운 심방이 없더라고요. 지금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할아버지의 신앙, 할머니의 기도를 몰라요. 참 안타까웠어요."

# 다큐멘터리 '제주 마을당, 살아있는 이야기'는?

그가 준비중인 '제주 마을당, 살아있는 이야기(가제)'는 1년 반 넘게 제주를 탐색해나가는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감독인 조이는 제주지역 5곳의 당을 선택해 조사해 나갔다.

이 영화는 마을의 정신적 지도자인 심방이 타계해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에 의해서 당의 전통이 보존되고 있는 특별한 사례들이 소개된다. 또 당과 연관된 심방, 무속전통 등과 같은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 90분으로 제작될 그의 다큐멘터리에는 삼양, 화북, 표선, 상귀리, 내도동, 토산마을 등을 방문해 이웃들과 나눈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토산마을과 그 마을의 뱀토템 전통에 대한 편견에 대한 탐구도 이뤄졌다.

제주 무속은 새로운 문화방식이 섬에 이전되면서 실제로 사라져가고 있는 종교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 신앙을 따르고 전수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믿음의 정신을 지켜가고자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외부자이자 내부자인 개인에 의해 영화화된 탐험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제작작업을 하고 있는 조이 로씨타노. <헤드라인제주>
   
다큐멘터리 제작작업을 하고 있는 조이 로씨타노. <헤드라인제주>

# 오롯이 발품 판 2년 "많은 이야기 들었어요"

조이와 그의 팀들은 각 지역 사람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들을 수집하기 위해 마을을 찾아 나섰다.

화면 속의 할머니들은 이국청년이 제주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을 신기해하면서, 기꺼이 그들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직접 발품을 판 대가를 톡톡히 얻은 셈이다.

"이분들이 돌아가시면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지지 않겠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데에 더욱 집중했어요.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편집 작업을 위해 찍어둔 영상의 분량만 400분이 넘었다. 원래 글을 쓰던 조이에게 비디오카메라란 익숙한 도구는 아니었다.

또 동이 트기도 전에 마을당에 찾아와 기도하는 주민을 만나기 위해 꼭두새벽부터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허다했다.

매달 초하루와 보름이면 버스를 타고 꼬박꼬박 마을당을 찾아갔지만, 결국 기도하는 주민을 만나는데는 실패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방문한 마을당은 모두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곳들이었다. 조이에게는 문화재로 지정돼 잘 보존되고 있는 곳보다 사라지기 직전의 마을당이 더욱 애틋했다.

"상귀리 마을당을 보면 몇년전에는 300명이 모이던 곳이라던데 이제는 할아버지 5분, 할머니 2분만 오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심방을 모셔오면 되겠냐고 물어도 그냥 됐다고 하셨어요. 요즘에는 그런거 안하신대요."

촬영을 하는 도중에 마을당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퍼포먼스도 펼쳤다. 친구들과 함께 거대한 종이뱀 등(燈)을 만들어 당 위에서 촛불을 지피자 지역 어르신들도 관심을 갖고 이들을 반겼다.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조이 로씨타노. <헤드라인제주>
   
조이 로씨타노가 다큐멘터리 제작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제주의 무속신앙,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이유도, 앞으로의 목적도 분명하다. 제주당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함께 지켜나가자는 것이 조이의 생각이다.

"영국에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스톤헨지(Stonehenge)가 있어요. 수천년전 이야기가 잘 보존된 곳이에요. 제주의 신당도 유럽이나 다른 지역에 알릴 수 있지 않겠어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가 다큐멘터리 '발표회'가 아닌 '프리뷰'의 성격을 띈 것도 더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는 조이에 대한 격려도 쏟아졌지만, 더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한 영양가 있는 조언도 들려왔다.

"제주의 전통을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많이 알리고 싶어요. 특히 외국인들을 위한 정보가 없다보니 그들에게 더욱 좋은 작품이 될 거에요."

조이는 완성된 작품을 여러 영화제 등에 출품해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인보다 제주를 더 사랑하게 된 미국청년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헤드라인제주>

참가자들의 조언을 듣고 있는 조이 로씨타노.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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