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단골코스 '재래시장'..."고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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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단골코스 '재래시장'..."고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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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 방문한 대선후보들 '시장민심' 잡기 주력 행보
"이야기 들어주면 고맙지"...일부 상인 "의례적 방문일뿐"

선거철이 다가오면 재래시장은 후보들이 꼭 한번씩 방문하는 단골 코스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을 막론하고 시장 상인들은 각 후보들을 대면하고는 한다.

코앞에 닥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시장민심' 잡기에 주력했다.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마지막이 됐을 제주지역 유세에서 모두 재래시장을 행선지로 택했다.

먼저 제주를 찾은 문 후보는 지난 7일 동문재래시장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근의 산지천 광장에서 지지유세를 벌였다.

이에 질세라 박 후보도 11일 바쁜 일정을 쪼개 동문시장을 돌며 은갈치와 한라봉 등의 특산품을 직접 사가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그렇다면 직접 대면한 상인들은 선거때마다 찾아오는 후보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11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 <헤드라인제주>
   
7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후보. <헤드라인제주>

# 후보 방문에 '우호적'..."이야기 들어주면 우리야 감사하지"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은 시장을 찾아오는 후보들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굳이 시장을 둘러보는 것은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나 라는게 그들의 생각이다.

동문시장에서 25년간 장사를 해 온 김모씨는 "한참 바쁠텐데 시장을 들러서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어찌됐건 상인들에게는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깊은 이야기는 하지 못하더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흘려 듣다보면 나중에 생각이 나지 않겠나"라며 "이건 성의의 문제"라고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30년간 시장 한 자리를 지킨 고모씨에게 선거철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고씨는 "이 자리에 있으면서 내가 만나보지 못한 정치인이 없다"며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고씨는 "예전에 OOO 대통령이나 OOO대통령도 직접 다 만나보고 악수를 나눴다. OOO국회의원과도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디 이런 사람이 많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박근혜가 됐든 문재인이 됐든 대통령이 되지 않겠나"라며 활짝 웃었다. 비록 스쳐가는 만남일지라도 나라를 이끌어가는 이들과의 만남은 상인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고씨는 "그래도 재래시장을 살리려고 많이 노력해주는 것 같다"며 "난 OOO후보를 지지하는데 꼭 시장경제를 살려줄 거라고 믿는다"고 단언했다.

# 시큰둥한 일부 상인들..."선거할때만 들르던데 뭘"

반면 일부 상인들은 후보들의 방문이 그저 의례적일 뿐이었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어패류를 취급하고 있는 시장상인 또 다른 김모씨에게 후보들의 방문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사람에 떠밀려 휙 지나가버릴꺼면 뭣하러 시장에 들렀는지 모르겠다"며 퉁명스레 답했다.

김씨는 "수행인 같은 사람들이랑 당원들이 하도 난리를 부리는 통에 정신이 없더라"며 "상인들 보러왔다는데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이 곳까지 직접 올 정도면 한두마디씩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어떻게 하겠다는 식으로 약속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나 다 똑같다"고 말했다.

상인 차모씨는 "서민경제 살리겠다고는 하는데 막상 달라진게 있는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차씨는 "시장 살리겠다고 주차장도 지어주고, 관광객들도 데려오고 하는데, 주차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외국 관광객들은 시장에서 돈을 쓰지 않는다. 정작 벌이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차씨는 "그저 좋은 시설 만들어주는게 전부는 아닐텐데 안타깝다. 대형마트 주말영업 제한에 반대하는 것도 다 정치인들 아니었나"라며 힘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후보들이 방문할때마다 수행원이나 취재진들이 '요란법석'을 떠는 것도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산지천 인근에서 요식업을 하는 양모씨는 "저번에 OOO후보가 왔을때 갑자기 비가 왔는데 지지자들이 모두 비를 피해 가게앞으로 몰려오는 통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후보를 따라다니는 취재진도 비난의 화살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상인 김씨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오는데 대체 이 사람들은 뭔가 싶었다"며 "가게 주인한테 한마디 양해라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을 냈다.

# "진정성 갖고 상인들의 어려움 해결해주세요"

말미에 상인들은 꼭 한마디를 덧붙였다. 진정성을 갖고 상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한 상인은 "선거때만 오지말고 1년에 한두번씩이라도 시장을 둘러보면서 상인들의 어려움을 전해들었으면 좋겠다"며 "오이밭에서는 신발끈도 매지 말라는데 선거철에 찾아오는 정치인들은 아무래도 의도가 보이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물론 평소에도 바쁘게 지낼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며 "누가됐든 대통령이 되면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시장을 자주 들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상인도 "이번에 보니까 모든 후보들이 다 서민경제 살리겠다고 하던데,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와서 시장경제 살려주겠다고는 하는데 막상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상인들이 느낄 수 있는 지원을 펼쳐달라"고 요청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에서 서민경제를 살리겠다고 표방한 각 후보들이 새겨들어야 할 진심어린 제언이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7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후보. <헤드라인제주>
11일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후보.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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