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 식품' 고구마빼떼기?..."이게 진짜 웰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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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한 식품' 고구마빼떼기?..."이게 진짜 웰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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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제주, 추억 되살리는 '고구마빼떼기' 사업...웰빙열풍 타고 각광
'이모작' 고구마, 지역농가와의 동반성장 "이제 해외시장으로"

쌀과 보리가 없어 배고픔에 허덕이던 시절, 주린 배를 달래주던 고구마는 힘든 시기를 함께해 준 고마운 작물이다.

그 중에서도 어떻게든 오래 두고 먹기 위해 고안된 '고구마빼떼기'는 애증의 대상이 됐다. 고구마를 건조해 만든 고구마빼떼기는 힘들었던 과거를 회상하게 하면서도 그 달달한 맛을 잊지 못하게 했다.

"당시에는 고구마라는게 어쩔 수 없이 먹던 음식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천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컸죠. 그런데 지금보면 이보다 좋은 아이템이 없더라고요."

할머니의 보릿고개 회고록이나 근대사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생소한 단어가 된 고구마빼떼기는 제주지역 향토기업 (주)오제주를 만나며 이제 세계시장을 넘보게 됐다.

고구마빼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영범 오제주 대표. <헤드라인제주>

# 추억을 부르는 '고구마 빼떼기'...젊은이들에게는 '웰빙식품'

오제주의 최영범 대표는 제주지역에서 고구마가 지닌 상징성에 초점을 뒀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1960~1970년대 제주도는 고구마 생산지로 첫손에 꼽혔다.

"당시 제주지역의 고구마 생산율은 전국의 30%에 달할 정도로 상당했어요. 당면 등을 만드는 고구마 가공공장도 많이 있었죠." 일본에서 전래된 고구마가 대마도와 부산을 거쳐 제주로 내려왔다는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제주의 경우 고구마의 역사성도 있고 상징성도 있어요. 스토리텔링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작물임에도 타 지역의 작물에 밀려 거의 멸종되다시피하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고구마를 좋아하기는 하면서도 찌거나 구워야 하는 조리법에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전해들은 최 대표는 오제주가 기존에 갖고있던 건조기술을 활용해 고구마빼떼기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웰빙열풍이 불면서 유기농 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호재가 됐다.

"예전에는 고구마빼떼기가 군량식품이었어요. 건빵보다 훨씬 이전부터 사용해 왔었거든요. 그만큼 기원이 오래되고 건강에도 좋은 식품이에요."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과자보다 몸에 좋다는 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휴대도 간편해 제주 올레길이나 등산을 가면서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장점도 함께 지녔다.

과거 구휼식품으로 취급되던 고구마빼떼기는 젊은 세대에게는 웰빙식품이다. 이와함께 보릿고개를 함께 지낸 옛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도구가 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오제주의 제품들. <헤드라인제주>

# 고구마-백호보리 '이모작'..."농가와 동반성장해야해요"

고구마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킬 방안을 고심하던 중에 도출된 결과물이었다.

"제주맥주 사업이 시작되면서 백호보리 농가가 많이 늘었어요. 그런데 농민들이 백호보리만으로 소득이 될지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이모작을 할 수 있는 작물이 없나 찾아봤더니 고구마가 딱 맞아 떨어졌어요."

백호보리는 11월께 파종해 이듬해 6월쯤에 수확을 한다. 고구마의 경우 지온이 충분히 올라간 5월 중순이나 6월말께 파종해 9월에서 10월 사이에 수확이 가능한 작물이다.

"식품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면 생산자인 농민들과 자주 만나게 돼요. 원료를 찾다가 자연스럽게 농가와 접촉하게되고 그들의 어려움을 전해듣기도 하죠. 결국 식품이 살려면 농가와 동반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오제주의 히트상품은 '건조 감귤' 제품이다. 건조 감귤이 개발되기 전까지 제주산 감귤은 쥬스 정도로밖에 가공되지 못했는데, 최근에는 연간 2만톤에서 5만톤의 검조 감귤을 가공해 수급조절에 기여를 하고 있다.

"제주맥주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백호보리의 공급이 원활해야 하잖아요. 향토기업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 제주산 토종특산품, 내수시장 뒤로하고 수출 험로로

오미자차 등의 제품을 생산하던 오제주는 제주특산품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대개 제주지역 식품업계의 경우 장수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25년간 꾸준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나름의 시장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오제주는 세계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미 5년전부터 제주산 토산품의 해외수출을 목표로 준비작업을 벌여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본과 미국시장으로 판매된 건조감귤과 건조김치 등은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초기 시장개척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느정도 경로가 뚫리니 이제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됐다.

오제주는 노형동에 있는 공장으로는 생산량을 따라갈 수 없어 애월읍에 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공장이 준공되면 하루 생산량은 약 3톤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내수시장 보다는 해외시장을 적극 노릴 계획입니다.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제주를 상징하는 상품들을 개발해서 제주산 상품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려고요."

이제 세계시장으로 뛰어드는 고구마빼떼기가 세계인들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시 노형동 소재의 (주)오제주 전경.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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