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더' 하다가 벌써 7년..."저 이젠 제주 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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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더' 하다가 벌써 7년..."저 이젠 제주 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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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41) 중국어 강사 김여홍씨의 제주생활기
따뜻한 제주사람들 정(情)에 흠뻑..."즐거워요"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대단한 것이라 많은 중국인들이 이를 시청하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말로만 듣던, 그리고 TV에서 보던 한국의 모습만 생각하고 타국생활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말과 문화, 생활방식으로 인해 다양한 고초를 겪게된다.

현재 제주에서 중국어 원어민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여홍씨(32. 여) 역시 이같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 주변인의 도움으로 제주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고, 이제는 주말마다 올레길과 주변의 관광지를 돌아볼 정도로 제주 생활에 흠뻑 빠졌다.

중국에서 교육대학의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2년 넘게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그가 안정된 직장인 교사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은 그의 할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큰 영향을 줬다.

중국어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여홍씨. <헤드라인제주>
# "나의 뿌리를 찾기 위해 선택한 한국행...제주의 첫 인상엔 실망"

할머니로부터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그런 그가 조선족으로써 자신의 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특히 중국에서도 최근 한류열풍을 타고 들어오는 한국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접할 수 있다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자연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TV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방영해주거나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중 친구로부터 한국에서 강사로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제주로 오게 됐어요"

제주땅을 밟기 전까지 제주에 대해서는 막연히 관광도시라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그는 제주에 올때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 마치 대만과 홍콩과 같은 화려한 관광도시를 생각했던 것이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본 제주의 모습은 어느정도 김씨의 기대를 채워줬다. 야자수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제주시내로 들어오면서 무참히 깨졌다.

"제주공항의 경우 야자수도 보이고 이국적인 느낌이 나서 정말 많은 기대를 했어요. 마치 대만이나 홍콩과 같은 높은 빌딩이나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그런 화려한 도시를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제주시내로 들어오면서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어요. 간판만 한글로 돼 있을 뿐 제가 살던 곳과 별로 다르지가 않았거든요. 그때 정말 많이 실망했어요"

김씨의 기대를 깬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화려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괴리감에 처음에는 제주생활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언어쪽으로는 큰 불편을 겪지 않았지만 제주가 섬이라는 지형적 특색으로 인해 넓은 중국에서 생활하던 그는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이 없어 겪어야 했던 외로움도 김씨의 제주생활을 어렵게 했다.

특히 음식문제도 김씨를 괴롭게 했다. 중국음식의 특성상 기름기가 많고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접해왔던 그로써는 기름기가 적고 담백한 제주음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김씨가 제주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 "외로웠던 제주 생활...많은 학생들 만나며 달랬어요"

제주생활 중 겪은 불편한 점에 대해 질문하니 골똘히 생각에 잠긴 김여홍씨. <헤드라인제주>
그가 근무하고 있는 중국어학원은 많은 이들이 수강을 신청할 정도로 제주에서 인기가 많은 학원이다. 그렇다보니 김씨 역시 강사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제주사람들의 경우 뭐랄까, 순박하면서 정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그렇게 친해진 사람들 덕분에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어요. 제주생활을 적응하는데 이 사람들의 도움이 컸죠. 학원에서 함께 근무하는 강사들과 직원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구요."

김씨는 원래 약 1년에서 길면 3년정도 제주에서 생활을 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주에서 만난 이들과 친해지고 제주생활에 흠뻑 빠지다보니 1년만 더, 1년만 더 하다 벌써 7년째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 5년 이상 생활할 경우 영주권 신청이 가능하다보니 김씨 역시 지금 영주권을 받은 상태이다.

"이제는 제주생활에 완전히 적응했어요. 친해진 이들도 많고, 주말에는 가까운 관광지나 올레길을 돌아볼 정도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특히 처음에는 제주가 정말 좁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정이 넘치더라구요. 이제는 제주가 좁다는 생각도 안나요."

# "중국인 관광객 많지만...식당-대중교통 이용 아직 불편"

제주에 흠뻑빠진 그지만 아직까지 제주는 개선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특히 식당과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다고 한다.

"시내권의 경우 버스 운행이 정말 잘되고 있어요. 하지만 시외로 벗어나는 순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렌터카를 빌리거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한은 외국인이 제주에서 혼자 시외로 떠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식당이용도 문제로 지적했다. 제주도내 대부분의 식당들이 오후에 영업을 하고 오전에는 영업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제가 제주에 살다보니 친구들이 제주에 많이들 오는데 이 친구들에게 정말 제주사람들이 즐겨먹는 그런 음식들을 대접하고 싶어요. 하지만 제주의 그런 식당들의 경우 대부분 오후에 영업을 하고 오전에는 영업을 하지 않더라구요. 물론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식당은 문을 열지만 거기는 단체관광객이나 여행사를 통해 오지 않는 한은 찾아가기도 힘들고 이용하기 어렵거든요."

그는 "제주가 관광지로서 많은 중국인들이 방문하고는 있지만 단체관광이나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관광객들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 같다"면서 "보다 세세한 곳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으로 돌아가면 제주를 알리는 일 하고싶어요"

제주에 7년째 거주하면서 제주토박이가 다 됐다는 김씨. 하지만 앞날은 모르는 것이기에 그도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대로 쭉 제주에서 살아갈 수 있지만 언젠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지 모르는 일. 그렇기에 그는 만약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자신이 겪은 제주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제주에 흠뻑 빠졌지만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아직까지 그런 생각은 없지만 만약 중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많은 중국인들에게 제주의 좋은 점, 그리고 내가 겪은 제주에 대해 알리고 전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중국어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여홍씨.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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