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조례 '갑론을박'...연립주택 3층제한 입장차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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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조례 '갑론을박'...연립주택 3층제한 입장차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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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토론회서 '딜레마'...건축물 높이 제한 쟁점 '팽팽'
"토지주들 입장 이해하라"vs"자연보전 법 테두리 안에서"

개발과 보전 사이에서 딜레마에 봉착한 제주특별자치도가 도시계획조례 '중재안'을 꺼내들고 도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토론회를 가졌지만, 토지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만 했다.

이달초 입법예고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에 대한 설명과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두됐음에도 이해 당사자들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토론은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특히, 조례가 통과될 경우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토지주들은 패널들의 단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좌중을 긴장시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8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따른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김민하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과장이 발제자로 나서 도시계획조례 전부개정조례안 개정배경과 주요내용 등을 설명했다.

이어 여홍구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희준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장, 김태일 제주대 건축공학과 교수, 선은수 제주도건축사협회 이사, 진영효 두리공간환경연구소장, 이성용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28일 제주상공회의소 5층 회의장에서 진행된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따른 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지주 등의 참가자들이 패널들의 주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건출물 높이 제한- 도로폭 규제 '주요 쟁점'

이날 토론회에서는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용도 건축규모를 규제하는 내용 등이 주요쟁점이 됐다.

특히 자연녹지지역의 연립주택이나 대세대주택의 경우 4층 규모까지 허용하던 것을 3층으로 제한하는 내용과 원활한 차량소통을 위한 도로 확보조건의 강화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지난 4월 도시계획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으나, 본 회의에서 '부결' 철퇴를 맞은 제주도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토지주들의 반발을 상쇄시킬 중재안을 제시했다.

제주시 동지역 녹지지역내 200m 이내에 한해 허용되던 개발행위 제한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동안 녹지지역 내 토지 소유자들은 직접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개발행위조차 원천 봉쇄돼 왔는데 이 규정이 해제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자연녹지지역에서의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의 층수를 현행 4층 이하에서 3층이하로 강화하는 규정에 대한 입장은 고수됐다.

지난 도의회에서도 이 내용과 관련해 도의원등간의 공방이 벌어져 조례안이 부결되는 파문의 발단이 됐음에도, 난개발 방지를 위해 관철시켜야 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2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너비 6m 이상, 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너비 10m이상의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농림지역과 생산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생산관리지역에서의 소매점에 대해서는 각 500㎡ 이하에서만 허용한다는 점도 명시됐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토론 패널자들과 플로어에 참석한 도민들 간에도 극명한 시각차를 보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희준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장과 선은수 제주도건축사협회 이사(왼쪽부터). <헤드라인제주>

# "건축물이 4층이면 난개발, 3층이면 아니다?"

김희준 대한주택건설협회 제주도회장은 자연녹지에서의 건물 층수제한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제주의 경우 15층 이상 지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필지도 없어 수직적인 팽창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이는 우리 제주도가 능력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거 문화도 자연주택 아파트들을 선호하는 형식으로 바뀌고 있는데, 건축 현장에서는 괜히 규재를 풀어달라고 거론했다가 지금 있는 법이 더 강화될까봐 겁 먹어서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 회장은 "자연녹지의 규제나 도로의 폭 규제 등은 난개발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훌륭한 답이지만 토지주나 지역경제, 건설업계의 측면에서는 정말 어렵다"며 "지역경제에서 건설로 인한 비중이 30%를 넘어가고 있는데, 이를 억제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선은수 제주도 건축사협회 이사도 같은 맥락에서 발언을 이어갔다.

선 이사는 "4층은 난개발이고 3층은 난개발이 아니라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수평적 발전에 있어 4층과 3층의 사업성 차이 때문에 난개발이 방지된다는 점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도로의 확보 기준과 관련해 "2000㎡이상인 집회시설이나 숙박시설 등은 모두 8m도로를 확보해야 하고, 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10m이상 도로를 확보하라 하는데, 현재도 그렇지 않은 곳이 굉장히 많다"며 이로 인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로의 확보기준은 자연녹지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닌 상업지역, 주거지역, 준주거지역, 녹지지역 할 것 없이 무돈 지역에 적용되는 규정"이라며 "이 규제대로라면 아스팔트를 깔지 않고서는 아예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선 이사는 "제주도는 건축심의제도를 통해 그나마 도시경관이나 난개발이 잘 관리되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제는 기존 육지부에 있는 도시와 똑같이 만드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태일 제주대 건축공학과 교수, 진영효 두리공간환경연구소장, 이성용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 <헤드라인제주>

# "자연녹지 관리, 법 테두리 안에서 이해해야"

반면, 자연보전을 위해 개발행위 제한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토지소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법 취지에 맞게 합리적인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자연녹지지대에서 건축물의 높이가 3층이 좋으냐, 4층이 좋으냐 하는 문제는 결론을 내릴 문제가 아니겠지만, 자연녹지 지역의 보존은 도시의 팽창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영효 두리공간환경연구소장은 "자연녹지의 경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더 잘 관리가 돼야 한다"며 "건축물 규모를 갖고 규제를 가하는 것이 해법이 아니라 제주의 특성에 맞는 관리기준과 생태등급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 소장은 "어디까지 보존해야 하고, 어디까지 개발을 허용할 수 있는지 정확한 가늠치를 설정하고, 이곳까지만 개발을 허용하자는 대원칙으로 세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성용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주도가 가진 가치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큰 틀에서 제주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의 환경을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현재 자연녹지지역에 건물이 띄엄띄엄 들어가다보면 건물이 들어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라며 "나중에는 후생, 치안 등의 서비스 개념도 포함돼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200m하수도 제한이 철폐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28일 제주상공회의소 5층 회의장에서 진행된 '제주도 도시계획조례 개정에 따른 토론회'. <헤드라인제주>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한 참가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예민한 참석자들..."토지주들의 입장 알기나 해?"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플로어에 반응은 예민했다. 토론 중간중간에도 예상치 못한 발언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특히 건축물의 층수제한에 대한 발언이 나올때마다 참석자들은 발언자들의 말을 끊으며 "토론자들은 땅이라도 갖고 있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가. 토지주들의 입장을 알기는 하나"라며 분을 냈다.

한 패널이 "서로간에 양보가 필요하다"는 발언에 대해 플로어의 한 시민은 "그런 미사여구 갖다 붙이지 말고 본론만 이야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잠시 토론이 중단되기도 했다.

시민 이모씨는 "(조례에)불만을 가진 토지주들도 많은데 토론회가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다"며 "토론 패널로 적어도 토지주들이 한두사람 정도는 나와 참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자연녹지 지주들은 같은 동지역에서도 누구는 엄청난 부를 누리는데 누구는 그린벨트로 묶여 풀 한포기 손 대지도 못한 엄청난 규제를 받았다"며 "토론자들이 왈가왈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해당사자들의 재산상 손실을 상상이나 해봤냐"고 토로했다.

시민 김모씨는 "문제는 3층이다, 4층이다 양적인 기준으로만 일방적으로 개발을 제한하려는 형태"라며 "도시개발정책에 의한 가이드라인의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관 조망이 우수한 곳이라면 2층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수평적으로만 보지 말고 입체적인 측면에서 도시개발 형태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제주도는 이날 토론회 결과를 비롯해 주민들의 의견을 오는 30일까지 수렴한 후 조례안을 확정해 제주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도의회 내부에서도 조례와 관련한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통과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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