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을 쏟은 5km 마라톤..."포기한 순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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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을 쏟은 5km 마라톤..."포기한 순간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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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40> 박수소리

 ‘탕.’
출발 총성과 함께 출발선에 있던 모든 선수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갔다.

휠체어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그 다음은 걷기대회 선수들이 출발했다. 한라체육관을 출발해서 광양로터리와 경찰서를 경유해 다시 돌아오는 약 5킬로미터 정도의 코스다.

이 거리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거리이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우리들에게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거리임에 틀림없다.

자원봉사자 함께 걸었다. 장애인들과 손발을 맞추며 걸었다. 봉사자의 역할은 동행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나도 그새 여러 번 걷기대회 참가 선수로 뛰었다. 참가하게 된 계기는 나의 체력을 한번 테스트해 보기 위해서이다. 같이 뛰는 옆 사람과도 말을 건네고 인사하면서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기다리거나 차 안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비록 몸은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잘 걷기 위한 재활 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해서 쉬엄쉬엄 걸었다. 처음에는 발걸음이 가벼워 다른 사람들보다 순조롭게 앞서 나아갔다. 반대편을 보니 이미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파이팅’하면서 격려해주기도 했다.

나도 그 기운을 받아서 반환점을 향해 걸었다. 지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반환점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노릇을 어떻게 하나, 지금까지 잘 걷던 다리에 힘이 풀리고 한 발을 떼기 힘들었고, 약간의 통증 신호가 온 것이다. 결승점까지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는데 말이다.

힘들고 지쳐 여기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여기서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시간과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걸었다.

그러는 순간, 내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앞질러 갔다. 그래도 나는 순위는 생각하지 말고, 내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만 뛴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마침내,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결승점에 도착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에 기뻤고, 아무 탈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느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꿋꿋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기에 이 정도 잠깐의 고통쯤은 참을 수가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마지막에 들어오는 선수들을 향해 많은 사람들의 힘찬 박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수고 많이 했어요….' <이성복 /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수필가 겸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성복 객원필진/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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