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출발 총성과 함께 출발선에 있던 모든 선수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아갔다.
휠체어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그 다음은 걷기대회 선수들이 출발했다. 한라체육관을 출발해서 광양로터리와 경찰서를 경유해 다시 돌아오는 약 5킬로미터 정도의 코스다.
이 거리가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거리이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우리들에게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거리임에 틀림없다.
자원봉사자 함께 걸었다. 장애인들과 손발을 맞추며 걸었다. 봉사자의 역할은 동행하면서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나도 그새 여러 번 걷기대회 참가 선수로 뛰었다. 참가하게 된 계기는 나의 체력을 한번 테스트해 보기 위해서이다. 같이 뛰는 옆 사람과도 말을 건네고 인사하면서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차를 기다리거나 차 안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로 격려해 주었다.
비록 몸은 불편한 장애인이지만, 잘 걷기 위한 재활 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해서 쉬엄쉬엄 걸었다. 처음에는 발걸음이 가벼워 다른 사람들보다 순조롭게 앞서 나아갔다. 반대편을 보니 이미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파이팅’하면서 격려해주기도 했다.
나도 그 기운을 받아서 반환점을 향해 걸었다. 지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반환점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노릇을 어떻게 하나, 지금까지 잘 걷던 다리에 힘이 풀리고 한 발을 떼기 힘들었고, 약간의 통증 신호가 온 것이다. 결승점까지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는데 말이다.
힘들고 지쳐 여기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여기서 포기한다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시간과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걸었다.
그러는 순간, 내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앞질러 갔다. 그래도 나는 순위는 생각하지 말고, 내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만 뛴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마침내,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결승점에 도착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에 기뻤고, 아무 탈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는 것에 더 큰 만족을 느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꿋꿋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기에 이 정도 잠깐의 고통쯤은 참을 수가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마지막에 들어오는 선수들을 향해 많은 사람들의 힘찬 박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수고 많이 했어요….' <이성복 / 수필가,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이성복 수필가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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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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