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에 빠진 도의회, 부끄럽지 않은가?
상태바
'자가당착'에 빠진 도의회, 부끄럽지 않은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일관성 상실 '품격 요구'의 지나침과 '자기모순'
민생 보다는 '품위'...'과유불급'의 우려, 견제역할 어떻게?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모순이 되는 것을 일컬어 '자가당착(自家撞着)' 혹은 '자기모순(自己矛盾)'이라고 한다.

요즘 도의회가 바로 그러한 우를 범하고 있는 꼴이다.

4년 임기 중 이제 후반부로 들어서 의정활동에 매진해야 할 의회가 민생현안은 뒤로 한채, '권위'와 '품위' 사업에만 떼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요구가 절대적으로 부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의 우선순위와 논리의 전개에 있어 뭔가 잘못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일례로 후반기 의회가 출범한 후 논쟁을 빚었던 몇가지 사례만 놓고 봐도 그렇다.

◇ 8천만원 고급세단 교체요구, 만약 제주도가 이랬다면?

첫번째, 며칠전 불거져 나온 도의회 관용차량의 교체요구 문제.

쌍용 '체어맨 CW-500'의 최고급 세단인 도의회 의장 전용차량을 같은 차종의 'CW-700' 모델로 등급을 상향해 교체해달라는 요청이 물의를 빚고 있다.

예상되는 차량구입비는 무려 8000만원으로, 도의회는 현 의장차량이 구입한지 4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주행거리가 과다하면서 잦은 고장이 발생하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는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2월 개정한 차량 교체시기의 내구연한 지침에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차량교체시기의 내구연한을 종전 5년에서 7년, 주행거리로는 12만km 이상이다.

주행거리는 무려 23만km에 이르나, 2008년 1월식이어서 아직 4년여밖에 되지 않아 제주도에서는 '불승인'을 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 다음 도의회의 '액션'에 있다.

설령 많은 주행거리로 인해 잦은 고장이 발생한다면 다른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

하지만 의회는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에는 의전용 차량인 현대 '그랜저'를 교체한다는 명목으로 해 최초 제시했던 체어맨 'CW-700' 모델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 '그랜저' 역시 구입연수는 8년이 지났으나 주행거리가 10만km 정도에 불과해 교체대상이 아니다.

또 의전용 차량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주요 인사들이 제주도의회를 방문할 때 의전용으로 활용하는 차량이다. 의전용이 아닌 경우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운행할 수 없다.

그런데도 도의회가 '그랜저'급을 등급이 크게 상향된 8000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세단으로의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다분히 그 의도가 뻔히 드러나 보인다.

의전용으로 교체해 놓고, 의장 전용차량으로 활용하겠다는 술수인 것이다.

첫번째 요청은 관용차량 교체시기 등에 관한 지침을 잘 몰라서 그랬다 할 수 있지만, 두번째 요청은 "8천만원짜리 최고급 세단'을 꼭 사달라"는 압력이자 '떼'를 쓰는 것에 다름없다.

◇ 불요불급 예산들...예산심의 때도 이 정도는 용인될까?

두번째, 내년 예산안에 편성시켜 달라며 요청한 도의회 예산요구서 또한 가관이다.

의회는  정문 앞에 돌하루방을 세우겠다면서 1억2000만원을 편성해 제주도에 제출한 것을 비롯해, 의사당 리모델링 비용 1억7000만원, 옥상 세미나실 설치 15억7800만원, 의원회관 현관 교체 3000만원 등의 예산편성을 요구했다. 이러한 류의 의회 청사 내외부를 다듬질하는데 편성된 돈은 무려 2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각 사업마다 그럴듯한 명분과 이유를 들고 있지만, 이 예산을 올릴 때에는 '불요불급'성과 우선순위를 냉철히 살폈어야 했다.

이제 곧 제주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와 새해 예산안을 심의를 하기 때문이다.

설령 이 사업이 의회 내부 운용과정에서 일정정도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우선순위를 다투지는 않을 사안이다.

산적한 현안사업, 특히 민생현안과 관련한 예산도 가용예산의 부족함으로 인해 초긴축 편성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의회의 이런 요구는 예산심의의 원칙과 기준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이 사업비가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이는 곧 예산심의의 원칙과 기준의 '잣대'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집행기관인 제주도당국에서 유사한 예산을 편성하더라도 용인해줄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린다. 일관성 차원 때문이다.  "나는 되고, 너는 안돼"라는 일관성 상실한 논리를 펼 생각이 아니라면 이는 정말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 목적 불분명한 '직무연찬', 도청 행사였다면 눈감았을까?

세번째, 얼마전 도의회가 2박3일 일정으로 해 울릉도와 독도에서 '직무연찬'을 가진 바 있다. 말 그대로 '직무연찬'은 직무수행에 있어 실무적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목적이다.

의회 역시 지역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물론 지방의회가 독도 영유권 분쟁이 빚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독도를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말이다.

하지만 '직무연찬'의 성격과 독도방문 격려는 분명 성격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기상관계로 의회는 독도와 울릉도 방문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대신 경주와 거제도 등에서 대체 시찰을 가졌다고 한다.

여기에 소요된 예산은 대략 5000만원 정도.

의회에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직무연찬을 다른 지역에 가서 행하는 것은 관례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이다. 다른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이고, 제주도의회 역시 매해 그렇게 해왔다.

하지만 그게 관례였다고 해서 꼭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직무연찬'이란 소기의 목적은 반드시 도외로 나가서야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종전 의회에서는 그렇게 해왔지만, 현 의회에서는 그렇지 않다 라는 점을 보여줬더라면 '감동'으로 다가왔을런지 모른다.

만약 의회가 아니라 제주도당국이 그런 '직무연찬'을 했다면 행정사무감사에서 모른척 하고 넘어갔을까.

◇ '과유불급'...초심은 사라지고, 잇따른 '자가당착'...어떻게 할까?

관용차량 구입논란에서부터 의회청사 리모델링, 직무연찬 등은 시급한 '민생'을 외면하고 '품위'와 '권위'를 우선시 했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지나침이 강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후반기 의회들어 지방정가의 이슈와 쟁점을 이런 문제들로 꼬리를 물게 한다는 점이다.

잠깐 제주해군기지 문제나 FTA 등의 쟁점을 다룬 후, 회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품위' 문제로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민생현안의 쟁점에 대한 집중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도의회 인사권 독립의 문제 역시 그랬다. 장기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하는게 맞다고 보면서도, 도민사회가 의회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지 않았던 이유는 두 기관의 수장이 당장 결판을 낼 것처럼 감정싸움의 치졸함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보다 차분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었을런지 모른다. 물론 이 논의 역시 '우선순위'에 따라 고민했어야 할 부분이다.

다른 민생현안을 제쳐두고서라도 이 문제를 시급히 논의해 공론화시켰어야 할 사안인지 여부를.

예전 한라산케이블카나 국내 영리병원 도입, 내국인 출입 카지노 논란으로 민생현안을 챙기는데 집중력을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면 '논의 중단'이라는 카드가 쓰이기도 했었다.

물론 논의중단 선언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정국 속에서 FTA 파고에 따른 1차산업 문제나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이 당면한 현실을 외면한 '품위 논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젊은 의회'를 표방한 제9대 의회의 초심은 상당부분 사라진듯 하다. 일관성 상실과 자기모순은 대의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치명적이다.

행정사무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의를 하기에 앞서, 모순으로 표출되는 문제부터 매듭짓는 일이 중요해 보인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1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지긋지긋하다 2012-11-06 00:39:45 | 61.***.***.107
행정사무감사 하기 전에 자진해서 이 예산들 철회해라.
그러지 않고 무슨 염치로 행정사무감사하고 예산심의하냐.
머슴하겠다더니 점점 국회를 닮아가고 있네

노을이 2012-11-05 15:05:10 | 119.***.***.234
박희수 의장 작품인가...역시 잔머리는 좋은 듯...ㅋㅋㅋ
얼떨결에 도의원 되서 잘난체 하다가 호되게 욕먹고 몇번 떨어지더니
"겸손하겠습니다" 를 슬로건으로 걸고나와 정신차린줄 알았는데
얼떨결에 의장 되서 그 버릇이 그대로 나오네여...
담 선거에는 또 뭐라 그러면서 나타날지 궁금해요

옳소 2012-11-05 13:12:31 | 211.***.***.46
이런 사람들을 도의원으로 뽑은게 ㅅ후회된다
모구 물갈이 ㅡ 침묵하는 도의원들도 동조하는걸로 간주
기사 구구절절 동감

지나가다 2012-11-05 10:57:25 | 124.***.***.3
주행거리는 무려 23km에 이르나,--> 23만km(??)

무당파 2012-11-05 10:32:04 | 110.***.***.147
의정비 인상요구+자가당착+과유불급=도의회

도민 2012-11-05 09:33:00 | 211.***.***.250
1. 기자님의 좋은 기사에 감사와 박수 !!!!

2. 의원 나으리들, 당신들이 뭐하는 사람들인 줄 모르는 모양인데, 인생 그렇게 살지말어, 뽑아달라고 굽신거리며 쇼 하고, 봉사하겠다고, 머슴이 되겠다고 난리 쳐놓고, 머슴이 주인보다 더 좋은 차 타고 다니냐? 독일 등 선진국 의원들은 자전거에 지하철 타고 댕긴다 이 놈들아. 이런 인간들 또 뽑아주는 도민들만 계속 당하는거지. 제발 도민들이 정신을 차려야하는데...

포청천 2012-11-05 07:31:36 | 211.***.***.28
4년되고 10만 킬로미터 탔는 데 고장이 잦다고??????? 자기차량이라면 앞으로 10년은 더 탔을 건데..... 자기돈으로 사라고 했으면 과연 살까??? 병신 제주도민들이 낸 세금이니까 그러지

도민 2012-11-04 20:47:01 | 220.***.***.35
국내 토픽뉴스감 이군요....... 도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알아야 하는데 ... 불쌍한 도민들 ㅎㅎㅎ

갈수록 태산 2012-11-04 19:49:09 | 61.***.***.107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전반기에는 적어도 이러지는 않았죠. 선거때에는 당선만 시켜주면 심부름꾼 되겠다고 하더니만 지금은모두가 변질된 듯 허외이다.
이런 사람들 다시 뽑아주면 이번에는 도의회 호화 청사 다시 짓자고 하겠죠?
지금 펑펑 써대는 돈 좀 아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예산 편성해주면 어디 덧나나?
체어맨 한대값만 줄여도결식아동 몇명을 도울 수 있는지 생각해봤나? 복지 사각지대 사람들 형편 좀 헤아려라.

가을바람 2012-11-04 17:17:30 | 125.***.***.136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정신빠진 도의원들 똑똑히 기억해두었다가 2년뒤 지방선거에서 싸그리 떨어뜨려야 합니다. 언제면 도의회가 제대로 돌아갈지 참 걱정됩니다.

장사꾼의 논리 2012-11-04 16:59:55 | 119.***.***.95
좀 있으면 예산심사가 있다고 하던데 아마 도청의 아쉬운 예산을 통과시켜주는 조건으로 은근슬쩍 받아내겠지 뭐 항상 그래왔듯이

좋은글입니다 2012-11-04 15:43:51 | 211.***.***.28
기자님 글을 읽으니 속이 후련한 느낌이 듭니다.
도의회가 좀더 성숙해져서 이기주의, 지역주의에 빠지지 않고 제주도의 큰 현안사항에 무게를 두는 수준 높은 도의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걱정은 안돼 2012-11-04 15:37:56 | 125.***.***.211
행정감사때면 쓰는 정의의 탈이 준비되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