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답변?...학생들 요청에 "용기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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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답변?...학생들 요청에 "용기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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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지사, 특성화고 학생 현장대화..."경쟁력 높여주세요"
요구 수용 '난색' 진척 없어...'정해진 틀' 속 대화 아쉬움 남아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전문적인 기술을 배워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원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된 특성화고등학교. 올해 18.3%의 취업률을 보이는데 그치면서 특성화고에 대한 고용정책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우근민 제주지사는 제주지역 특성화고 학생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31일 오후 3시 제주고등학교 홍보관에서 제주도내 10개 특성화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특성화고 구직자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각 특성화고에서 100여명의 학생이 참가해 특성화고 학생으로서의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그러나,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나눈 대화 치고는 별다른 진척을 거두지는 못했다. 학생들의 요구사항에 우 지사는 "용기를 내서 열심히 하라"는 정도의 격려만 전했다.

간담회에 앞서 우 지사는 인사말을 통해 "지금 정부나 지방정부는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취업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의지를 갖고 열심히 해 나가라"고 격려했다.

우 지사는 "일반대학, 4년제대학 나오지 않아도 제주폴리텍대학은 취업률이 94%"라며 "졸업하면 공무를 많이 한 사람을 찾는 회사도 있지만 기술을 익힌 사람에게 일을 시키고 싶어하는 회사도 많다"며 현재 자리에서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우근민 제주지사. <헤드라인제주>
31일 오후 우근민 제주지사와의 대화에 참석한 제주지역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 <헤드라인제주>
# 학생들 제안에 우 지사 "용기를 가져라" 격려

짧은 인사말을 거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제주여상 김혜정 학생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인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바로 기초수급 지원이 끊긴다"며 "기본적인 수습기간이 3~5개월인데 1년 정도는 수급지원 중단을 유예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이에 우 지사는 "이런건 도지사가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국가의 방침"이라고 제안이 수용되기는 어렵다면서, 대신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서울에 탐라영재관 등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우 지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4살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시골학교를 다닐 수 밖에 없었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가서 야간학교를 다니고 공무원이 되고, 군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 갈 때마다 누군가 나를 재워주고 밥 먹여줬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했었다"며 "도지사가 되고나서 서울에 탐라영재관을 만들어 머리가 좋은데 먹여주고 등록금 지불해 줄 사람이 없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고 정다은 학생은 "제주지역 모든 기업에 고졸 취업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의무 가산점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우 지사는 "내가 도지사에 오르고 (일자리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 이야기 다 들어주면 옛날의 나같은 형편에 있는 사람들은 취직을 못하지 않나"라고 피력했다.

우 지사는 "제주지역은 어지간한 회사는 다 알음알음 해서 들어간다"며 "내가 도지사를 쉬고있는 동안 우당도서관에 가면 4~5년씩 취직시험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이 알음알음 취직하면 공부할 맛이 안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뒷 배경, 소위 '빽'으로 인해 취직자리를 알선하는 제주의 고질적인 악습이 취업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우 지사는 "올해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일반기업체의 공개채용 시험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기업체로부터 구직인원을 신청 받으면 제주도가 육지부 기업의 객관적인 시험 과정 등을 도입해 채용계획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우 지사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스페인 같은 경우 관광호텔의 임원이 되려면 관광학교를 나와야 한다"며 "우리도 이렇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국뷰티고 송완철 학생은 "상업계열과 공업계열 등은 혜택을 받는데 우리 같이 정해지지 않은 계열은 취업혜택의 효과를 못 받는다"고 토로했다.

또  "메이크업이나 네일아트 등의 분야는 제주관광공사나 JDC면세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이 곳들의 최종학력은 2년제 이상이라 지원도 못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우 지사는 "관련 사실을 정확히 알아보겠다"며 제한을 해제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산과학고 주대현 학생은 "학교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습선이 없어 다른 학교에서 빌려 쓰다보니 내실있는 실습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토로했고, 우 지사는 "말만해서 배를 사줄 수는 없으니 일단 알아보고, 교육청과 이야기하겠다"고 답했다.

우근민 지사에게 특성화고 지원 대책을 건의하는 학생. <헤드라인제주>
우근민 제주지사가 31일 오후 제주지역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엉뚱한 답변?...정해진 틀 속 질문 아쉬워

현장 일선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해듣겠다던 취지는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가진 일정 치고는 석연치 않은 점이 여럿 도출됐다.

먼저 학생들의 제안에 별다른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물론 우 지사의 답변대로 제주지사가 행사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사안들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우 지사의 대답은 다소 엉뚱했다.

기초수급자의 지원을 유예시켜달라는 제안에 대해 우 지사는 자신의 어려워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용기를 가지라"는 정도로 갈음했다.

고졸 취업자를 위한 티오, 의무가산점 제도 도입 제안에 대해서는 "불우한 학생들을 돕기 위해 탐라영재관을 만들었다"며 '동문서답'했다.

그나마 제주관광공사와 JDC면세점 등의 공채 최종학력을 낮추는 정도는 논의가 되겠지만, 일련의 과정을 봤을때 별다른 성과가 없는 이번 현장방문은 우 지사의 '초청강연' 정도에 그친다.

또 학생들의 질문이 '정해진 틀'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의 여지를 남긴다.

이날 질문을 던진 4명의 학생 중 3명은 각 학교의 학생회장, 학생부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물론 학교의 대표성을 띈 인물이 참석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이들은 정해진 원고를 또박또박 읽을 뿐이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질문을 던졌던 한 학생은 질문지를 선생님과 같이 만들었다고 답했다. 사전에 어느정도 준비된 간담회라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정부의 특성화고 취업 대책을 설명하고 취업활성화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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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2012-10-31 20:45:44 | 119.***.***.95
2년후 사회인 즉 투표권이 있는 이 들에게 미리미리 얼굴을 알려야지. 현장방문 불이나게 이곳저곳 거시던데 알맹이 없는 방문은 허지 않는게 여러모로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