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반대농성자 경찰에 항거, 왜 '무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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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반대농성자 경찰에 항거, 왜 '무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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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경찰 격리작전에 항거 상해입힌 10대 무죄받은 이유
"잘못된 경찰 법집행에 반항해 상해 가한 것은 정당방위"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장 출입구에서 공사차량을 막기 위해 연좌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관에게 상해를 입힌 10대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한마디로 경찰관의 잘못된 법집행에 반항하는 과정에서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라는 판결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강정지킴이로 활동하는 송모씨(18. 경기 안산)는 지난 5월31일 낮 11시50분께부터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출입구 앞에서 강정지킴이 10여명과 함께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레미콘 트럭들을 막으며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러한 연좌농성은 매일같이 이뤄지고 있었다. 경찰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공권력 행사를 강행했다. 레미콘 트럭들이 공사장 내로 들어가는 동안 연좌농성자들을 도로 갓길로 강제로 이동시켜 고착화시키는 방법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신체적 제한은 현지에 투입된 경찰관들이 즐겨쓰는 '단골메뉴'였다. 연좌농성자들을 포위해 숨쉴틈없이 압박해들어가며 한쪽으로 몰아부치는 방법, 아니면 팔과 다리를 잡고 강압적으로 끌어내기가 주로 행해졌다.

이날 역시 경찰은 똑같은 방법을 택했다. 송씨에 대해서도 여러 경찰관이 달려들어 몸을 잡고 길 한쪽으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송씨는 강하게 반항을 했고, 자신의 몸을 잡은 경찰관 2명의 어깨부위를 잇따라 입으로 물었고, 또다른 경찰관에게는 팔 부위를 꼬집었다.

송씨는 경찰에 공무집행방해혐의와 상해혐의로 연행됐고, 조사가 끝난 후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 두가지 혐의 모두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법 김경선 판사는 지난 17일 공무집행방해혐의와 상해혐의로 기소된 송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두가지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상해혐의에 대해서는 '정당방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죄판결의 가장 큰 이유는 법률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연좌농성자 강제 이동조치에  항거, '공무집행죄' 적용 가능한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범죄혐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 제5조 2호에서 "긴급을 요할 때에는 위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자를 필요한 한도 내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해 경찰은 송씨를 강제로 끌어내려 한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번 사건은 이 조항에 부합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즉,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있어 사람의 신체를 잡고 끌어내기 위해서는 '긴급을 요할 때'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사건당시 송씨를 공사장 출입구를 벗어난 곳을 끌고 나오지 아니하면 인명 또는 신체에 대해 위해가 발생할 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이 또 같은 법 제6조 1항에서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적에 행해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는 규정도 근거로 제시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이미 실행에 착수해 진행 중인 범죄행위여서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이 조항에 따라 제지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이미 범죄실행 행위의 착수 이후에 이뤄진 것이 명백하므로 이 법 규정을 들어 제지할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공사차량을 막고 연좌농성을 벌이는 행위 자체를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면서, 이후 경찰의 도로 갓길로의 강제이동조치는 잘못된 공권력 행사로 본 것이다.

법원은 "경찰관이 송씨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사실상의 '체포행위'를 한 것으로 밖에 평가할 수 없고, 이 경우 경찰관은 피고인에 대해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이유, 변호인 선임권리 등을 고지하고 변명의 기회를 준 후에 현행범 체포를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즉, 공사차량을 막고 연좌농성을 벌이는 과정을 범죄행위로 판단한다면 그 자리에서 현행범 체포절차를 밟든지 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현행범 체포'에 준하는 신체제한의 강제이동조치는 부적법한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따라서 이번 경찰관의 직무집행 행위는 법률상 근거가 없거나 법률상 요건방식에 따르지 않은 행위여서 공무집행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 적법요건 갖추지 않은 경찰직무집행 반항은 '정당방위'

상해죄 성립여부에 관한 판단 역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유와 연계돼 판단됐다.

법원은 "송씨에 대한 경찰관의 직무집행은 사실상 현행범 체포에 해당하나, 경찰은 현행범 체포에 대한 법률상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송씨는 적법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경찰관이 해당 사안에 대한 신중한 판단없이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하다 철퇴를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제주해군기지 반대투쟁 과정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인권유린 문제에 있어 경찰의 과잉적 측면에 대한 첫 판례 성격이어서 주목된다.

천주교 문정현 신부가 들고 있던 성체가 훼손된 사건 역시 경찰이 공사장 앞 천주교 미사 참가자들을 강제로 이동조치시키다 발생한 사건이었다.

수많은 적법성 논란 가운데서 이번 판례를 계기로 해 공권력의 대응이 어떻게 달라질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경찰이 단지 공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해 해군기지 반대측을 도로 한쪽으로 강제로 끌어내는 일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이 기사 사건과 직접 연관 없음. <헤드라인제주 DB>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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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정의 2012-10-28 15:22:13 | 59.***.***.50
송군은 지난 5월 31일 오전 11시 50분께 활동가 10여명과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출입구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며 공사장 안으로 진입하려는 레미콘트럭을 막자, 경찰이 이들을 갓길로 이동시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잡자 김모 경사와 김모 순경의 어깨부위를 물어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공사방해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며 위법이다

법의 정의 2012-10-28 15:17:45 | 59.***.***.50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죄이며 폭행죄이다 판사를 바꿔야만

현행범체포 2012-10-28 10:34:55 | 119.***.***.161
근데 좀 이상한게. 공사차량을 막고 연좌농성을 벌이는 과정을 범죄행위로 판단하면서, 현행범체포만 가능하고 범죄행위를 강제로 제지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연좌농성을 벌이면 모두 현행범체포만 해야된다는 결론인데. 거참...
법이 이상한데...

남북의 생각차이 2012-10-28 00:13:52 | 14.***.***.79
공무집행방해 헐일을 말아사 허여.
경허당보민 북한 김정은이 족속덜이 이녘네 어린 조식덜꼬지 목심을 앗아 가민 그땐 어떵헐꺼우궨게? 6.25전쟁을 모른 오것덜아. 제발 호썰 정신촐려도라게. 적화통일 되민 이루후제 후훼헐거여.

공무집행 2012-10-27 20:42:42 | 112.***.***.229
공무집행방해!!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린데, 정당방위로 판단 참으로 의미있는 판결입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