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터진 공직비리, 그게 왜 '무기계약직' 문제인가?
상태바
곪아터진 공직비리, 그게 왜 '무기계약직' 문제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공직비리 사건에 대한 공직내부의 '왜곡' 기류
"무기계약직들은 문제아?"..."이미 변제했는데, 무슨 큰 죄라고?"

김상오 제주시장이 잇따라 터져나온 공직자 비리사건과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하던 날, 공직 내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련의 파문의 본질을 왜곡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김 시장은 "공직자의 그릇된 행위로 인해 시민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고, 공직사회의 불신을 자초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이 말의 진정성은 확인할 길이 없다.

사과입장을 발표한 직후에도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듯한 볼멘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볼멘소리는 크게 두가지 유형의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하나는 이번 공직비리 사건이 알고보면 큰 사건도 아니고, 현 제주시정에서 책임져야 할 사안도 아니다 라는 식의 인식이다.

다른 하나는 파문에 연루된 공직자 대부분이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데 방점을 두면서 일반직공무원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달들어 첫 공직비리 사건이 터지자 마자 공식 사과입장도 없이 '6급 계장에게만 연대책임'이라는 카드가 나온 것도 이러한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연이어 3건의 공직자 비리사건이 터져나온 후 김상오 제주시장이 공식 사과입장을 발표했으나, 공직 내부에서는 여전히 '왜곡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게 한다.

먼저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문제다. 일련의 사건 모두 공적시스템에서 발생한 '공직자 비리'라는 것이 본질이다.

◇ 사건1, "건축민원 1억원 뇌물...알고보면 '무기계약직' 문제?"

처음 불거진 건축민원 상담과정에서 뇌물수수 사건은 분명한 공직시스템 속에서 발생한 비위였다. 2009년 1월 13일부터 부터 올해 9월 18일까지 3년간 건축민원을 해결해 주면서 민원인들에게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속여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3년간 140여차례에 걸쳐 민원인들로부터 받은 뇌물을 모두 합한 금액은 약 1억1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부서에서 엄연히 한 공적영역을 담당하는 직원이 3년간 이러한 이러한 비위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아무도 몰랐다는 것도 의아스럽지만, 문제가 발생하자 이 직원이 '무기계약직'이라는 점을 유난스럽게 강조하는 것도 볼썽 사납다.

이는 '무기계약직 직원의 비리'가 아니라 엄연한 '공직비리'이다.

◇ 사건2, "공금통장 돈 유용했지만, 먹은 건 전혀 없습니다?"

두번째 A읍사무소에서 발생한 여직원의 상수도특별회계 공금유용사건도 마찬가지다.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상수도 관련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여직원은 상수도특별회계 통장에서 약 6700여만원을 인출했다가 입금하는 등의 행위를 20여차례나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장에서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을 꺼내다 쓴 다음 다시 채워넣는 방식의 공금유용이다.

비록 빼내어 쓴 돈이 다시 입금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엄연한 '공금횡령'에 해당하는 중차대한 행위다.

2년여에 걸쳐 마치 개인통장의 돈처럼 공적자금이 무방비 상태로 관리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직원이 '무기계약직'이라 하여, 개인비리 정도로 취급될 사안인가.

◇ 사건3, "7명이서 겨우 560만원인데, 뭐 그리 큰 죄입니까?"

꽁꽁 숨겨뒀다가 김 시장이 공식사과를 하면서 공개한 세번째 사건인 B읍사무소의 공금횡령 사건은 그 항변이 더욱 기가 막히다.

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1월 겨울 한파로 교래리 일대 중산간 지역 상수도 계량기들이 파손되자 이 읍사무소에 근무하는 기능직 공무원 1명과 무기계약직 직원 6명 등 7명이 직접 현장으로 가 계량기 117대를 교체했다.

대행업체에 맡겨도 될 일이었으나, 주민들의 민원이 폭주하자 공무원들이 직접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둘러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무원들이 직접 가서 교체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무원들이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들은 계량기 교체한 후, 대행업체가 한 것처럼 허위로 계약서류를 꾸며 공사대금 807만6000원을 지급하고 지난 3월말 이 업체로부터 560만원을 되돌려받았다.

이 돈은 3명이 100만원씩 갖고 남은 260만원은 나머지 직원 4명이 50만-80만원씩 나눠 가졌다.

그러나 올해 감사에서 적발되자, 1년여가 지난 올해 6월에야 허위 지급된 807만원은 고스란히 변제조치됐다.

그런데도 해당 읍사무소의 변명은 아직도 문제의 본질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듯 하다. 김 시장의 공식사과가 있던 날, 읍사무소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어이없는 하소연을 했다.

"현 상태에서는 고생해 놓고 수수료 받았다가, 다 반납하고 지탄받고, 징계까지 받고..."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이 내용은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시민들의 귀로 전해졌다.

'고생해 놓고'라는 말은 당시 직접 교체했던 일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미로 이해한다 하더라도, '수수료 받았다가, 다 반납하고 지탄받고, 징계까지 받고...'라는 말은 이 정도로 이제 끝내도 될 것인데 왜 언론에서 자꾸 문제를 확산시키느냐는 항변의 의미로 들려온다.

'꿀꺽'했던 돈을 1년여가 지난 후 변제했고, 이제 징계까지 받아야 할 처지이므로 "그만 좀 합시다"라는 말인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김 시장의 사과발표를 전후해 시청 내부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560만원의 많지 않은 금액'이라는 점을 강조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제주시는 이 사건 역시 해당자들에 대한 징계, 그리고 담당 6급 계장에 연대책임을 묻는 정도로 해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비록 변제조치가 이뤄지기는 했으나,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공적자금을 나눠가진 행위는 분명한 '공금횡령'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것도 7명의 직원이 연루됐고, 금액이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수법이 몇년전 태풍 '나리' 이후 피해복구에 투입된 재난관리기금이 빼돌려질 때 사용됐던 수법과 거의 비슷하다.

결코 가볍게 징계해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제주시가 왜 이들을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김 시장이 공직비리에 사과를 하는 순간까지도 사건의 본질에 '물타기' 내지는 왜곡시키려는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 '무기계약직' 몰아세우기...'윗선'들이 빠져나갈 유일한 묘안?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련의 사안을 공직비리 차원이 아니라, '무기계약직 문제'로 바라보며 일반 공직비리와는 차별을 두려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는 점은 또다른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를 갖게 한다.

공직비리 파문에 대한 후속조치를 고민하는데 있어서도 초점은 '무기계약직'에 맞춰졌다. 마치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문제아'로 인식하는 듯한 분위기다.

연이은 3건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또 무기계약직이야?"라는 반응이 그것이다. 지난해에도 무기계약직 직원의 비위사건이 터지자 제주시 당국은 무기계약직에 대한 특별교육 등을 실시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공직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화와 편가르기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무기계약직 문제라고 치부하면서도, 연대책임은 만만한 '6급 계장'에게만 전가시키고 있다. 사과하면서 머리를 한번씩 숙였을 뿐, 책임지려는 과장도, 국장도 없다.

제주시의 이 영향을 받았는지, 서귀포시는 공직비리 예방차원에서 무기계약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업무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업무 점검은 당연히 수시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만, 그 대상을 '무기계약직'으로 한정한 것은 '윗선'들의 차별적 시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다름없다.

일련의 파문이 공직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무기계약직 직원들의 문제로 한정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윗선'들이 빠져나갈 궁리 속에 만들어지는 명분들일까. 어쨌든 이 역시 분명한 본질의 왜곡이다.

하루속히 파문을 수습하고 실추된 공직사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충정'에서 표출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직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본질을 정확히 직시해야 그에 맞는 답, 즉 대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왜곡된 기류에 부화뇌동 한다면 발표되는 후속대책 역시 일시적 미봉책 수준일 것임에 뻔하다.

실추된 공직사회의 도덕성과 신뢰성에 진정으로 시민들에게 사과하고자 한다면, 일련의 사건에 대한 본질부터 정확히 직시하고, 진정성을 갖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잇따른 공직비리에 머리숙여 사과하는 김상오 제주시장.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비겁하다 2012-10-21 11:56:43
김도정 때에는 함덕 파라솔 바가지 요금때문에 도청 해양국장을 직위해제시켰다
김시장은 6급잔챙이나 직위해제
과장 국장 혼낼 엄두도 못내는 비겁한 잣대만 ㅡ

도덕 불감증 2012-10-20 20:20:02
수도 계량기 교체하고 대행업체로부터 수수료를 제외한 돈을 돌려받고 꿀꺽 삼킨 읍사무소 공무원의 항변 진짜 어이없구만. 재수없게 들켰다는 건지 징계받아서 억울하다는건지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화내고 있으니 공무원이ㅠ맞는감?

이런 2012-10-20 19:25:40
머리만 숙이면 뭐하나 머리숙이는것도 헐리웃액션으로 보임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