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통역가이드 부족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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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통역가이드 부족문제,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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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통역가이드 확보, '맞춤형 직업교육'으로 해결해야
왜 부족할까 직시해야...제주 자체적 시험 효용성 없고 혼란만 우려

중국인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중국어통역가이드 수급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2-3년사이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급증으로 무자격 중국어가이드들이 활개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 중국어통역가이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주발전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그 해결책으로 제주도자체 통역가이드 자격증 시험의 필요성과 중국 유학생의 통역가이드 양성문제를 제시한 바가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부족한 대안으로 또다른 혼란과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필자는 지난 15년동안 제주도에서 중국어전문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 현재 부족한 중국어 통역가이드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면서 통역가이드 문제의 본질과 부족한 통역가이드의 양성방안 등에 대해 제주발전연구원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중국어통역가이드 누가하나?

중국어가 제주지역에서 주요 외국어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여년 사이 중국인관광객의 급증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어나 일본어와 달리 중 고등학교 때 학교 수업에 의해 배운 것이 아니라 ‘경제적 수요’에 의해 확대된 것이다 보니 꼭 필요한 사람들만 배우는 외국어로 인식되어 왔다.

제주도의 경우 중국어 통역가이드를 지원하는 사람도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최근에는 1년에 두차례 실시하는 중국어통역가이드 최종 면접시험의 경우 약 60여명이 지원하고 30-40여명이 최종합격하고 있다.

최종합격하는 분들을 나누어보면 내국인(제주도민) 지원자가 약 80%정도이고 중국교포 또는중국 원어민출신의 경우 20%선이나 중국 원어민 출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내국인지원자들인데 내국인 지원자들의 80%이상이 대학 중국어전공자가 아닌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국비실업자 재취업 훈련을 통해 중국어를 배워서 통역가이드 시험까지 합격하는 분들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2) 중국어통역가이드 왜 부족할까?

제주발전연구원에서는 중국어통역가이드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중국어통역가이드 모임에서는 지금의 가이드로도 충분하고 무자격가이드 때문에 생계위협을 호소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양측의 입장이 모두 맞는 것은 사실인데 어느 관점에서 보는가의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중국인관광객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추세를 볼 때 당연히 이를 담당할 중국어 통역가이드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국어통역가이드를 바라보는 관점과 중국어통역가이드 양성에 대한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행정에서는 중국어통역가이드가 부족하면 손쉬운 방법으로 무자격가이드를 방치하거나 대안으로 중국유학생, 제주지역 중국동포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는데 이 방법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다.

특히 제주도 출신 중국어통역가이드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면서까지 무자격자나 중국유학생에게 손을 내민다면 현재 제주도내 4개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취업기회까지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현재 제주도에서 활동하는 중국어통역가이드는 129명이라 하지만 실질적으로 매월 15일 이상활동하는 분들은 30명 여명 내외라 할 수 있으며 129명이라는 숫자도 2000년 이후 중국어통역가이드 시험 합격자를 역산해보면 그 숫자는 훨씬 많으리라 본다.

즉 통역가이드 자격증이 있더라도 여러 이유로 활동하지 않는 자격증소지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들 중에는 중국어통역가이드를 감당할 자신감이 없어서 자격증만 갖고 활동을 하지 않은 분들도 많은 편이다.

이런 분 중에서 중국어통역가이드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새로 찾아낸다면 무자격자나 중국유학생들에게 중국인관광객의 중국어통역가이드를 맡기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나 지역에서 실시하는 '지역가이드 의무채용'제도를 보완해서 제주도에서 지원하는 ‘지역가이드 의무채용 지원제도’를 단기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리라본다.

무자격자 가이드가 안내를 하더라도 중국어관광통역가이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을 꼭 채용해서 버스에 탑승시키고 관광지 입장권 발권을 통역가이드 자격증 소지자가 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 일부여행사에서는 제주도 통역가이드의 중국어 실력 때문에 무자격가이드를 쓴다고 하는데 위와 같은 제도를 활용할 경우 무자격 가이드 문제에 대한 보완책과 제주 출신가이드의 현장 체험과 중국어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되며 일정기간이 지나면 제주출신 가이드가 직접 행사를 담당할 정도로 실력 향상이 될 것이다. 또한 무자격 가이드도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중국어통역가이드 시험을 응시해서 정상적인 통역가이드로 활동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사의 이중부담에 대한 부분 중 일부를 행정에서 가이드 자격증 소지자 취업지원차원에서 경비 지원해주는 방안도 있을 것이고 정부의 고용지원제도 활용도 가능하리라 본다.

3) 제주발전연구원의 대안 무엇이 문제인가?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이번에 제기한 ‘제주지역중국어통역가이드자격시험’은 사실상 중국어 통역가이드시험제도와 시험수요층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타난 결과물이기에 실질적으로 현실화 될 가능성도 부족하고 현실화 된다 할지라도 시험응시생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제주지역중국어통역가이드자격시험’이 과연 지금의 중국어통역가이드시험에 비해 수요자인 시험준비생에게 꼭 필요한 시험인지에 대한 타당성 분석과 현재 시험과의 차별성 그리고 자격증 취득에 따른 유효성 등을 한번만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통역가이드시험의 경우 외국어(HSK5급), 국사, 관광자원, 그리고 중국어면접으로 구성되어있으며 (2011년부터 관광학개론관 관광법규는 교육 후 시험으로 대체되어 제주도에서도 2012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가이드 자역증의 활용이 전국적으로 가능한 반면 '제주지역중국어통역가이드자격시험'은 국사 관광자원 대신 제주사와 제주관광자원을 시험으로 추가하고 있다.

'제주지역중국어통역가이드자격시험' 가이드 자격증의 활용범위는 제주도에 한해 인정받을수 있으나 제주도외에서 이 자격증소지자가 가이드행위를 할 경우 무자격자에 해당한다.

 

현재 중국어통역가이드시험

제주지역중국어통역가이드자격시험

시험과목

외국어(HSK5급), 외국어면접

국사, 관광자원

관광학개론과 법규

외국어(HSK5급), 외국어면접

제주사, 제주관광자원

관광학개론과 법규

시험실시

년2회 실시

수요에 따라

가이드자격증 활용범위

전국적인 가이드 가능

제주도만 가능

타지역 가이드행위시 무자격가이드와 동일

‘제주지역중국어통역가이드자격시험’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내국인응시생의 경우 중국어 기본시험인 HSK5급시험과 중국어면접을 가장 어렵게 느끼고 있으며 중국 출신 응시생의 경우 국사와 관광자원해설을 어렵게 느끼고 있다.

최근 중국어통역가이드부족과 중국인응시의 증가로 인해 한국관광공사에서는 필기시험을 4과목에서 관광학개론과 법규는 자체교육 후 시험이라는 방법으로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었고 국사와 관광자원해설의 경우 꼭 알아야 할 문제위주로 난이도를 하향시켜 아주 쉽게 출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국인 응시생의 경우 국사와 관광자원해설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평균 60점 합격(과목별 40점과락)에 대부분 쉽게 합격하는 상황인데 제주지역에만 한정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새롭게 제주역사 등을 공부해야할 이유가 없으리라본다.

중국인 응시생의 경우 시험과목에 대한 별 차이도 없는데 중국인의 한국관광패턴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제주도에만 한정한 자격증을 따야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인의 한국관광은 대부분 4박5일 패턴으로 제주2박 육지부 2박이며 한명의 가이드가 전체 일정을 모두 소화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음)

결국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제시한 ‘제주지역중국어통역가이드자격시험’은 자격증의 활용도로 인해 중국인 응시자로부터 외면 받을 개연성이 높으며 시험과목의 유사성 때문에 내국인 응시자에게 외면 받게 되는 효용성 없는 제도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중국어 통역가이드 시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면 시험주관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과의 논의를 통해 년 2회 시험을 4회 또는 그 이상으로 확대실시 하면 문제는 해결되리라 본다.

4) 직업교육 확대로 중국어통역가이드 양성

앞서 설명했듯이 제주도의 중국어통역가이드시험 합격자중 70%이상 대다수가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실업자재취업훈련 등의 국비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국내관광가이드, 일본어가이드, 면세점이나 호텔 근무자들이 새롭게 직업훈련을 통해 중국어를 기초부터 공부하여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분들이 많으며 대학졸업 청년실업자들이 중국어 통역가이드 시험에 도전하여 자격증 취득과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

외국어에 대한 실업자 직업훈련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에서만 유일하게 실시하는 실업자 직업훈련으로 타 지역에서도 제주도에까지 와서 교육을 받을 정도로 통역가이드 양성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교육이다.

하지만 2년전부터 국비교육에 대한 제도변경 및 예산 축소로 인해 교육을 희망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예산부족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며 교육대상자의 교육기간도 최대 2년에서 4개월로 축소되어 자격증취득으로 연결되는 안정적인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제주도의 관련 담당부서 책임자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육지부에 없는 제주도만의 특혜교육이라는 고용노동부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여 외국어의 실업자직업훈련 폐지를 공공연히 공식석상에서 밝히고 있다.

똑같은 제주도 공무원인데 관광부서에서는 중국어 통역가이드가 부족하다고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반면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는 교육 확대를 통해 부족한 인력을 양성하는데 협조하지는 못할망정 폐지를 논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부족한 중국어통역가이드를 확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가이드, 일본어가이드, 관광관련업종에 근무하던 분들, 그리고 대학 중국어관련학과 및 관광 관련학과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직업훈련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해서 중국어 통역가이드로 현장에서 활동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어통역가이드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도록 안정적인 맞춤형 장기 직업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실업자 직업훈련에 대한 예산 확충과 지원 강화가 절실한 현실이다.

5) 내국인 통역가이드 양성, 결국은 지역경제 활성화

황인호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북경중국어학원 원장. <헤드라인제주>
최근 중국인 관광객은 증가하는데 지역경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을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기대만큼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무자격가이드들은 대기업의 쇼핑센터, 육지부에서 내려온 쇼핑센터 위주의 쇼핑 등으로 안내를 하다보니 중국인관광객 유치로 인한 실질적인 제주지역경제 활성화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다소 느리고 힘들더라도 제주 출신 통역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양성해야만 그들이 제주도를 올바로 소개하고 제주의 먹거리와 제주의 전통시장도 소개하게 되며 제주도가 지향하는 바른 관광의 모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바늘 허리에 메서 사용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중국어 통역가이드가 부족하다고 제주출신 통역가이드들의 희생이 예상되는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는 꾸준히 차근차근 중국어 통역가이드를 양성하는 과정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어 통역가이드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헤드라인제주>

<황인호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북경중국어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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