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대목 한숨만 '푹푹'..."그놈의 태풍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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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간 대목 한숨만 '푹푹'..."그놈의 태풍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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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추석 앞둔 동문재래시장, 치솟은 과일값에 '절레절레'
"올라도 너무 올라" 발길 돌린 손님들..."대목은 물 건너가"

민족의 명절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은 조용했다. 예년 같았으면 왁자지껄한 흥정소리가 들려야 하는 시기임에도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지속되고 있는 경제 불황과 3차례나 한반도를 덮친 태풍으로 인해 소비자는 물론 상인들의 얼굴에서도 웃음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20일 오후 찾아간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은 한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손님이 오가는 소리 대신 상점 여기저기서 틀어 놓은 라디오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청과물 코너에는 탐스러운 과일들이 빼곡히 자리잡았지만 관심을 갖는 손님들은 손에 꼽았다. 간간히 "사과 한 개에 얼마씩 해요?"라고 묻는 손님들은 돌아오는 대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명절이 열흘정도 남아있고 주말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겠으나, 시장 상인들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이맘때만해도 미리 명절을 준비하려는 발걸음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20일 오후 다소 한산한 동문재래시장. <헤드라인제주>

사과는 한 덩이에 2500원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500원 가량 비싸졌다. 크게 오르지 않은 것 아니냐고 되묻자 상인 김모씨(52)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타박을 줬다.

김씨는 "보통 사과는 50개들이 박스로 사가고는 하는데, 한개에 500원이 올랐으니 2만5000원이나 오른 것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제 박스로 사가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며 "사과 10개를 사가려던 손님은 5개만 집어가고, 5개를 사가려던 손님은 2개만 사가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품질이 좋은 사과는 4000원에 팔리고 있지만, 손님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오히려 낙과하거나 바람을 맞는 등 하자가 생겨 1800원에 팔리는 사과가 더 많이 팔린다.

배는 한 덩이에 4000원이고, 품질이 좋은 신고배는 5000원을 넘어선다. 4~5개만 줏어들어도 몇만원은 우습게 들어간다.

우물쭈물하다가 배 한 개를 집어든 손님은 "많이 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파는 주인은 "배가 너무 비싸게 내려와서 미안하다"고 답하는 웃지못할 풍경이 벌어졌다.

올해로 17년째 청과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고모씨는 "육지부에서 내려오는 사과나 배가 너무 비싸다보니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민망할 정도"라며 "(태풍)매미 때나 나리 때나 힘들다고는 했지만 올해만 했을까 싶다"고 하소연했다.

고씨는 "우리도 명절을 새는 입장은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그놈의 태풍 때문에 얼마나 피해가 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씨의 상점과 맞붙은 청과물점의 주인도 "추석 대목이고 뭐고 올해는 우리집 제사 지내는게 더 어렵게 생겼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정이 어려운 것은 손님들도 매한가지다.

도남동에 살고 있는 강모씨(36) 부부는 추석 선물을 사러 왔다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강씨는 "명절 선물로 사과를 사려했는데, 맛도 그다지 달지 않고,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많이 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명절 선물은 과일 대신 마트에서 파는 공산품 선물세트로 대신해야겠다며 시장을 나섰다.

1시간 가량 머물면서 청과물 코너를 오간 손님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상인들은 "그래도 명절이 닥쳐가면 손님들이 더 몰려오지 않겠나"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헤드라인제주>

   
20일 오후 다소 한산한 동문재래시장. <헤드라인제주>
   
20일 오후 다소 한산한 동문재래시장.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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