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도전한 오름 산행..."마침내 정상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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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도전한 오름 산행..."마침내 정상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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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 <39> '오름의 여왕' 다랑쉬오름 오르다

뭔지 모를 권태감에 몇몇 친구들과 함께 몇 년 만에 오름을 찾았다.
 
친구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오름을 오르지만 장애를 가진 몸으로 오름을 찾아다니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탓에 1년에 서너 번 정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오름에 오르곤 했었다.

오늘 왠지 내 몸을 혹사시키고 싶은 생각에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나도 같이 가자고 하니 흔쾌히 가잔다.

오름을 올라갈 때나 내려올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너무 힘들다. 같이 간 친구들이 나를 부축하느라 더 고생이어서 ‘괜히 따라와서 친구들에게 짐이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친구들은 매번 나의 그런 염려와는 상관없이 웃는 얼굴로 나를 부축해준다.
 
그렇지만 오름 정상에 오르면 말로 표현 못하는 절정의 쾌감을 느끼곤 한다.
 
오늘 오르는 오름은 구좌읍 송당리 동양최대의 비자나무 군락지인 '비자림' 남동쪽 있는 '제주오름의 여왕'이라 불리어지는 「다랑쉬오름」이다.
 
친구들은 “우리같은 비장애인이 오르기도 힘든 곳이니 각오해라.”하며 미리 겁을 주는 것이다.
 
제주도는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오름이 많은 곳이다. 오름이란 제주화산도 상에 산재해 있는 기생화산구(奇生火山丘)를 말한다.
 
즉, 오름의 어원은 자그마한 산을 말하는 제주도 방언으로서 한라산체의 산록상에서 만들어진 개개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소화산체를 의미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분)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을 일컫는다.
 
또한, 오름을 곳에 따라서는 '산(山)이나 악(岳)', 봉(峯)등으로 구분하여 표기하기도 한다.
 
오름 산자락에 도착해 차를 한곳에 주차 하고 나서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름의 시작에 다다랐지만 왠지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싹 가신다.
 
‘그래도 내가 오고 싶어서 온 곳인데 하필 오늘 꼭 제일 힘든 오름이라니. 그래 이런 힘든 과정이 내가 살고 있는 생과 같은 것인데 힘들면 어때 이겨 내야지.’ 내심 그렇게 생각하며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열심히 오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오르는 산길이라 오르기 시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하고 왜 오자고 했는지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나를 여기 두고 친구들에게 갔다 오다 데려가라 하고 싶었지만 친구들 자신들이 더 힘들면서도 나를 부축해 올라가면서 애써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에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엊그제 비가 왔는지 길이 무척 미끄러웠다. 내가 미끌려 넘어지려 하니까 나를 부축하고 가는 친구는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하다 보니 오히려 친구가 쓰러져 버렸다. 그래도 그 친구는 “성복아, 괜찮니?”하면서 나를 챙겼다.
 
그런 친구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이젠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어렵사리 한 10분여를 올라가다 보니 마치 아리따운 여인이 치마로 자신의 몸을 감싼 모습의 아름다운 풀밭이 우리들 눈에 들어온다.
 
해발고도 382.4m, 높이 277m로 남서쪽의 높은 오름(405.3m) 다음으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오름이란다.
 
송당리와 세화리를 잇는 군도(郡道) 중간지점의 동쪽에 위치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각 사면 어느 쪽으로나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오르려면 땀깨나 흘려야 한다.
 
처음에는 힘들게 올라갔던 사람들도 오르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게 하는 다랑쉬.
산정부에는 크고 깊은 깔대기 모양의 원형 분화구가 움푹 패여 있는데, 바깥둘레는 약 1,500m에 가깝고 남·북으로 긴 타원을 이루며, 북쪽은 비교적 평탄하고, 화구의 깊이는 한라산 백록담의 깊이와 똑같은 115m라고 한다.

분화구도 예쁘지만 정상에서 동쪽으로 보고 있으면 우리가 올라 있는 오름 발밑에 있는 다랑쉬와 닮은꼴의 자그마한 오름, 「아기 다랑쉬」를 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 였다. 마치 예쁘고 귀여운 비행접시가 들판에 살포시 내려앉은 형상이다.
 
오름 주변에는 4·3사건으로 폐촌된 다랑쉬마을(월랑동)과 지난 92년 4·3희생자 유골 11구가 발견된 다랑쉬굴이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에서 4?3사건이 일어 났었다는게 믿기지 않지만...
 
화구바닥은 잡풀이 무성하고 산정부 주변에는 듬성듬성 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각 사면 기슭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있고, 풀밭에는 시호꽃, 송장꽃, 섬잔대, 가시쑥부쟁이 등이 자라하고 있었다.

다랑쉬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산봉우리의 분화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하여 마을 사람들은 다랑쉬(랑쉬, 달랑쉬)라고 불렀다 한다.

굼부리에서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달맞이도 장관이라 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의 언어학적 해석으로는 제주산명에 많이 나타나는 '달·'은 높다 또는 산이라는 뜻이며, 원어 '달수리'의 변화된 형태로 남아 있는 고구려어(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름의 정상부에서는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딩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오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은 꼭 거쳐 간단다.
 
정상에 힘겹게 오르고 나니 시원한 산바람이 나를 맞이 하고 있었다. 오름을 오르며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는데 산바람에 순간 땀이 말라 버렸다. 땀이 식으니 약간 춥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힘들 때마다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가끔 오름을 오르곤 하는데, 오름을 오르고 내리는 과정이 마치 내가 사는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상이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힘든 과정을 겪게 되고 그 후의 정상에 서는 순간 힘든 과정도 내가 감당해야 될 삶이기에...
 
정상에 올라 친구들과 준비하고 간 김밥과 막걸리 한잔은 그야말로 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겨질 것 같다.
 
고맙다 친구들아! 내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줘서...<헤드라인제주>
 

이성복 수필가 그는...

   
이성복 객원필진.<헤드라인제주>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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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 2012-09-17 16:02:11 | 39.***.***.103
헤드라인 보고 장애가 심해지셨나 걱정했네요. 이 분 원래 휠체어 안쓰시는 데 기사보고 깜짝놀라 클릭을 했는데 글 내용은 아니군요. ^^~ 친구들과 멋진 시간 보내셨군요.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