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WCC '그들만의 잔치', 밖에선 '원성'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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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WCC '그들만의 잔치', 밖에선 '원성'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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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WCC 행사, 실종된 일반인 '배려', "입장료 6만원 내!"
헛걸음 관광객 볼멘소리...갈곳없는 운전기사 길바닥 '장기판'

지구촌 환경올림픽인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가 열리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는 제주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세계 180여개국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6일 개막된 후, 400여개의 포럼 이벤트가 연일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총회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통제된 구역'이다.

개막당일인 6일에는 VIP 경호문제로 일대가 통제됐다고 하지만, 7일 이후에도 이곳의 모든 출입구는 허가받은 사람만이 드나들 수 있도록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회원과 미디어센터 등록된 언론인, 지정된 자원봉사자 외에는 출입은 철저히 차단된다.

심지어 관심있는 포럼의 특정세션을 참관하는 것조차 허가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행사장 주변에는 연일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WCC의 개최소식을 듣고 자녀들과 이곳을 방문했던 관광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 "행사장 잠시 둘러보는 것도 '6만원' 내라고..."

11일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는 김모씨(30)는 "WCC가 열린데서 찾아왔는데 건물 안으로 못 들어간다고 한다"며 "일반인들도 많이 참여를 한다고 해서 일부러 왔는데,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리게 돼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이곳을 찾은 강모씨(26)도 "세계적인 행사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하루 입장료가 6만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미리 알았더라면 이곳까지 올 일도 없지 않았겠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가 말한 '입장료 6만원'이란 말은 뭘까.

사실 확인결과 WCC조직위원회에서 총회 행사장으로 일반인들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데이패스(Day Pass) 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당일에 한해 출입을 허가받을 수 있는 이 카드 발급 값이 바로 6만원이다. 일종의 입장료인 셈이다.

이 입장료를 내면 가방과 머그컵, 그리고 WCC 안내책자가 제공되지만, 잠깐 컨벤션센터 건물에 들어가 한번 둘러보고 나오는 값 치고는 너무 비싸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컨벤션센터 건물 입구에서 관광객들과 행사관게자와 실랑이가 자주 빚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 일행도 결국은 컨벤션센터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 총회장 못들어가면, 둘러볼만한 거리 뭐 있나?

문제는 WCC 행사장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까지 찾은 관광객들이나 일반 시민들이 총회장 내부 대신 둘러볼만한 '볼거리'나 '체험거리'가 별로 없다는 것.

일반 시민들이 이곳을 찾으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매우 제한적이다. 컨벤션센터 건물 옆에 설치된 전시관, 그리고 총회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는 공연, 한국 전통 부스가 고작이다.

공연장에는 지난 8일 K-팝공연이 끝난 후, 공연이 이따금씩 펼쳐지긴 하나 관객도 거의 없어 썰렁함이 이어지고 있다.

날씨도 무더운데 공연에 대한 안내도 매우 부실하다.

관광객들이나 일반 시민들에 대한 '배려'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WCC.

컨벤션센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련된 WCC 관련 공연장. 몇몇 공연은 이어지고 있으나 객석에는 불과 10여명도 안되는 사람만이 자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컨벤션센터 앞쪽에 설치된 WCC 관련 전시관. 내부에는 관람객이 이따금씩 이어졌으나, 입구 쪽은 매우 한산하다. <헤드라인제주>
컨벤션센터 앞쪽에 설치된 WCC 관련 부스쪽은 매우 한산하다. <헤드라인제주>
휴게실 조차 마련해주지 않아 갈곳 없는 운전기사 등이 컨벤션센터 건물 그늘진 한켠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휴게실 조차 마련해주지 않아 갈곳 없는 운전기사 등이 컨벤션센터 건물 그늘진 한켠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휴게실 조차 마련해주지 않아 갈곳 없는 운전기사 등이 컨벤션센터 건물 그늘진 한켠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휴게실 조차 마련해주지 않아 갈곳 없는 운전기사 등이 컨벤션센터 건물 그늘진 한켠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WCC 행사장이 통제되면서 이용객이 뚝 끊긴 내국인면세점 입구. <헤드라인제주>

◇ 갈곳없는 운전기사, 건물앞 돗자리 깔고 '장기판' 모습 연출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총회장에 참석하는 회원들이나 행사 관계자들을 수송하는 셔트버스나 관광버스 기사들을 위한 휴식의 공간마저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

총회장에 한번 도착하면 수시간을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주최측은 이들을 위한 자그마한 휴식공간도 배려하지 않았다.

운전기사들끼리 그늘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일부 운전사들은 컨벤션센터 바로 입구 그늘진 곳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장기판을 마련하는 진풍경까지 연출하고 있다.

한 운전기사는 "조직위원회에서 어떻게 이 정도도 배려를 안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며 "아무리 회원들끼리 하는 총회라 하더라도 온 도민이 정성을 모아 치르는 행사인데 운전기사에 대한 배려가 너무 야박하다"고 말했다.

◇ 컨벤션센터 건물내 내국인면세점도 '울상'

WCC가 '그들만의 잔치'로 이어지면서, 통제된 컨벤션센터 내에 위치한 제주관광공사 내국인면세점도 매출액이 급감하는 등 타격을 받고 있다.

정문 쪽이 통제되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1.5km 떨어진 곳으로 우회해 들어오도록 하면서 이용객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면세점 관계자들은 울상이다.

한 관광객은 "아무리 국가적 행사라고 하지만, WCC가 추구하는 이념이 이러한 '통제'와 '폐쇄'는 아닐진데, 이는 해도 너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려한' WCC의 이면에 숨겨진 모습들이다. <헤드라인제주>

<사진.글=헤드라인제주 현장취재팀, 정리=원성심 편집팀장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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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요 2012-09-11 22:59:11 | 220.***.***.34
발로 뛰며 쓰는 기사 좋습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