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가 주한 미해군 사령부의 설계기준 요구에 맞춰 설계가 진행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강정주민들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대중국전초기지임이 명백히 밝혀졌다"면서 이같은 문제를 종합해 WCC에 해군기지 공사중단을 결의안으로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한국환경회의 등은 8일 오후 1시 30분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뜻을 밝혔다.
장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제주해군기지 설계의 대상선박은 한국군이 보유하지도 않은 핵추진항공모함을 전제로 설계됐고, 설계적용은 주한미해군사령관의 요구를 만족하는 수심으로 계획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장 의원은 해군본부가 발행한 '시설공사 공사시방서'의 설계적용란을 봤을 때 'CNFK(주한미해군사령관)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DL(-)17.40m로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군 기지의 계획수심은 기지에 계류할 수 있는 선박의 제원을 알 수 있는 핵심적인 자료인 만큼 CNFK의 계획수심이 핵추진 항공모함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은 제주해군기지가 미 해군과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어제 국회의원 장하나 의원이 대정부질의에서 2010년 해군이 발간한 시설공사 공사시방서 내용에 의하면 CNFK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17.40m로 계획이라고 명시된 부분이 있었다"며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CNFK의 설계 기준에 만족하는이 아닌 CNFK 요구조건을 만족하는 이라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한국 해군이 미 해군의 요구에 의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항모전단 입항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음을 의미한다"면서 "한국정부가 남방수송로와 이어도 수역의 보호를 목적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계획했다는 것은 허울이고 결국 미국에 의해 대중국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고 계획된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첨예한 군비경쟁의 각축장으로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가 과연 지역경제에 이바지되는 관광미항이 될 수 있겠느냐. 미국 핵추진항모와 핵잠수함까지 드나드는 군항에 관광객의 자유로운 출입이 보장된다고 말한들 누가 믿겠느냐"면서 "설령 관광미항이 된다 해도 드리워지고 있는 전쟁의 그림자는 누구의 책임이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IUNC과 WCC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외면하고 과연 앞으로 지구의 환경문제 해결에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며 "우리는 IUCN과 WCC 참가자들의 과학적이고 판단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정마을회는 IUCN의 공식 회원단체인 'CHN(인간과 자연의 모임)'과 함께 결의안 발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의할 예정이다.
CHN은 이번 결의문 발의를 위한 스폰서(회원단체)의 동의를 얻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총 10곳 이상이 동의할 경우 결의안을 상정할 수 있다.
결의안 상정 후 채택되기 위해서는 IUCN 900여개 회원 단체 중 10여개의 정부기관과 800여개의 민간기관에서 각각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홍기룡 군사기지 저지 범대위 위원장은 "결의안 발의를 위해 CHN과 함께 워크숍을 잇따라 갖는 등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결의안의 안건상정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