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제주해군기지 발언', 왜 진정성 의심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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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제주해군기지 발언', 왜 진정성 의심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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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쏟아지는 '말의 성찬', 제주해군기지 발언의 진정성
6년간 침묵하다 뒤늦게 너도나도..."왜 지금의 상황은 멈추게 못하나"

일련의 흐름은 달라지는 것 하나 없으나, '말의 성찬'이라도 고맙다고 해야할까.

대선 후보들의 제주해군기지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6년째 이어져온 논란 속에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아 논란의 실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려 했던 적 조차 없던 이들이 어느 순간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제주를 방문하는 타이밍에는 이 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상기케 한다.

발언의 '깊이'는 달라도 어쨌든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주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정부와 해군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강행 속에서, 오랜만에 논의의 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국가안보차원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당위성을 기본바탕에 깔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은 물론, '주민동의' 내지 '민주적 절차' 문제를 제기하며 재검토해야 한다는 민주통합당 후보들의 발언도 사실 미덥지 못한 점이 많다.

지난 6년간 침묵을 해오다가, 지금에 와서야 경쟁적으로 제주해군기지 말을 쏟아내는 것이 미더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발언의 내용에 있어서도 '진정성'은 약하게 전해오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 제주해군기지 당위성 기본에 관광미항 '덧칠'

먼저 새누리당 후보들의 입장.

지난 제주경선 합동연설회 내용을 중심으로 종합해 보면 기본적으로 정부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약간의 덫칠을 하는 정도다.

박근혜 후보는 하와이와 같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만들어 제주 도약을 이루겠다는 '경제적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안보상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안상수 후보는 "우리는 국가정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절차상의 문제와 입지선정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는 얘기로, 강정주민들의 마음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김태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제주해군기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당위성 하나만을 갖고 입장을 피력했다.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강정 해군기지는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김문수 후보는 "강정해군기지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조속히 만들 것"이라는 말로, 강정기지의 성격을 '해군기지' 보다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방점을 찍었다.

새누리당 후보 중 유일하게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던 임태희 후보는 입지선정 과정이나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주민들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5명의 후보 모두 제주해군기지 건설 그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해야 한다거나(박근혜, 김문수), 추진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안됐다(임태희)는 점을 지적하는 정도다.

그 중에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해야 한다는 논리와 사실 다를 바 없다.

2007년 최초 강정 입지선정이 이뤄질 당시부터 올해 초 국가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 강행방침이 발표되고, 구럼비 발파공사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이의 제기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6년간 지켜보다가 대선을 앞두고 코멘트 하나씩 던지는 정도다.

◇민주당 후보들, '재검토' 한목소리..."어디서부터 재검토?"

'진정성' 차원에서 따진다면 민주통합당 후보들 역시 할말은 없다.

강정제주해군기지가 노무현 정부시절 최초 입지선정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부터 논쟁은 있어왔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

지난 4.11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원점 재검토'를 당론을 채택하면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이 기조에 맞춰 약속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마다 입장은 약간씩 달리했다.

정세균 후보는 "제주해군기지는 참여정부가 국책사업으로 확정한 사업으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조성할 것을 조건으로 승인한 사업"이라고 전제한 후,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이 들어올 수 있는 필요한 조건을 충족시키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때의 당론이었던 '공사중지' 보다는 '15만톤급 크루즈가 들어온다면'이라는 전제 하에 공사가 진행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는 "참여정부가 해군기지를 추진해 주민 여러분께 고통을 드렸다"는 말로 '참여정부 책임론'을 강조하면서, '원점 재검토'를 약속했다.

"아무리 해군기지가 필요해도, 절대다수 주민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국익만을 내세워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것은 잘못이다."

손학규 후보는 국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켜줄 때 강정 제주해군기지는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지금의 사업은 그렇게 가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공사중단' 및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입지선정 과정 등에서 주민과의 합의, 동의가 필요하나 주민의견을 무시한채 일방적으로 강해되는 절차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문재인 후보 역시 공사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지난달 제주방문에서는 "현재의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참여정부 시절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과 성격이 변한 것"이라면서 이명박 정부에 화살을 맞췄다가, 10일 방문에서는 "해군기지 문제로 지역사회가 갈등을 빚게 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책임이 있음을 뒤늦게 고백한 것이다.

박준영 후보는 '참여정부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지난 4일 방문에서 "참여정부에서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주민동의절차,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적 문제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이 훼손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초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전면 재검토'를 키포인트로 삼았다가, 뒤늦게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강정마을은 해양관광 기능이 대폭 강화된 복합민간미항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수정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 후보 5명의 발언은 저마다 현재의 제주해군기지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재검토'의 의미에 있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참여정부 시절 최초 입지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이 부분부터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하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성격에 맞춘 재검토만을 꺼내들고 있다는 것이다.

공사중단 역시 이 성격이 정립될 때까지의 중단으로 해석된다.

물론 김두관 후보의 '주민투표' 얘기는 입지선정 논의부터 다시 하자는 의미로 보여지나, 전체적인 흐름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성격만 분명하다면'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지난 6년간 왜 침묵했나?...표심 의식한 '말의 성찬' 아닐까?

결국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대부분 후보들의 제주해군기지 발언은 원론적 코멘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쉬운 것은 2007년부터 입지선정 문제를 비롯한 절차적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급기야 도지사 주민소환운동까지 전개됐었는데도, 당시 강정마을을 찾아 진지하게 갈등해법을 찾아보고자 했던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와 올해들어 공권력 투입을 통한 주민 대거 연행, 구럼비 발파공사가 시작됐으나 지금의 대선후보들은 사실상 '침묵'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었다.

그러다가 대선이 가까워지니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를 시작으로 해 강정마을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제주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는 매우 고마운 일이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진정성을 갖고 이 문제를 접근하지 못할 경우, '표심'을 의식한 '말의 성찬'이란 힐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제주해군기지 해법을 내놓고 있는 이 순간,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는 연일 강행되고 있고, 강정마을 현장에서는 매일같이 전쟁과 같은 충돌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일단 강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충돌상황부터 멈출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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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논평 2012-08-12 22:21:45 | 14.***.***.98
진정이라면 당장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사중단부터 건의하는 용기를 보여라

공감 2012-08-12 20:40:48 | 119.***.***.95
맞는 말만 하시는구료 평상시에도 제주에 관심가지면 얼마나 좋으련만

옳은 말씀 2012-08-11 18:27:33 | 211.***.***.27
민주당 후보들은 참여정부때 입 어디다 뒀다가 이제야 입을 여시는가
새누리당 후보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에 함께했던 민주당 후보들도 자격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