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냐?'...왜 그들만 유독 편견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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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냐?'...왜 그들만 유독 편견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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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이야기] <30> '미치다'의 두가지 의미
정신장애인에 대한 획일화된 이미지가 갖는 폭력성

 

한정선/제주장애인인권포럼.<헤드라인제주>

어느 날 지인의 카톡에서 ‘미치는 것을 두려워 말라’는 글귀를 봤다. 난 카톡을 보내려다 말고 잠시 ‘미친다’ 는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옛말에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미치지(狂)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미친다(狂)는 것은 어느 하나에 지극히 몰두한다는 말일게다. 이렇게 좋은 뜻이 있건만 일상생활에서는 평소와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미쳤냐’는 표현을 쓴다.

‘미친’이라는 수식어 뒤에도 대개 욕으로 쓰는 ‘놈’자가 붙는다.

헤겔이 지적했다시피 언어로서 어떤 사물을 상징화한다는 것은 그 사물을 억압하는 것이다. ‘미친놈’이라는 언어로서 그것이 가리키는 대상을 단순화하고 대상을 단일한 하나의 속성-이상한, 또는 위험한, 그래서 자신에게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으로 환언해 버린다.

즉, 언어는 사물을 하나의 속성으로 환언하는데 우리가 ‘미친 사람’이라는 표현을 쓸 때부터 벌써 우리의 머리 속에는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위험한 사람, 이상해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속성이 부여된다. 이 획일화된 이미지가 가지는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얼마 전 우리 사무실로 상담전화가 들어 왔다. 본인은 조울증을 10년 넘게 앓고 있으며 발병 후 오랜 병가로 직장에서 권고 사직되었다고 하였다. 이제 장애인 전형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려는데 정신장애인도 장애인 전형으로 시험을 볼 수 있는지, 붙고 나서도 장애 유형이 정신 쪽이라 혹시 불이익은 없겠는지 물었다.

정신장애는 왜 공무원시험의 장애인 전형에 당연히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여부를 알아봐야 하는 장애인가. 그리고 왜 합격 후에도 남들의 이목을 신경써야 하는 장애인가. 정신장애는 머릿속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에 의해 발병된다고 알려져 있다.

소위 말하는 ‘미친사람’은 이해 못할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일부가 고장난 것으로 신체에 장애가 생긴 것과 구분지을 일이 아니다. 그리고 아직 무지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에 정신장애인들은 자신의 병을 쉬쉬해야만 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상태역학 조사에서 전국 만 18~74세의 성인 6,022명을 대상으로 전국 14개 의료기관에서 정신질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정신질환 유병률은 성인 6명 중 1명 꼴로 나타났다.

이렇게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의 비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존에 만들어진 편견이 대중의 사고 속에 존재한다. 이로인해 정신장애인들은 자신의 병을 사회에 알리지 못하고 억압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신장애인들은 많은 경우 꾸준한 약물 복용을 통해 비록 완벽하진 않을지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들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태도는 경계와 두려움이 아니라 따뜻함이어야 하는 것이다.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막연한 생각과 학습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치료를 잘 받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을 만나본 사람들은 그들이 비장애인과 별다른 점이 없다고 얘기한다. 주위에서 정신장애인을 만난다면 두려워하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치료를 잘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격려해 줄 일이다. <헤드라인제주>

한정선/제주장애인인권포럼.<헤드라인제주>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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