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째로 빼앗길 것인가
상태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째로 빼앗길 것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칼럼]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헤드라인제주>
20세기가 블랙골드(석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불루골드(물)의 시대라고 한다. 물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물 보기를 황금처럼 해야 한다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세계 물 시장의 규모는 4,828억 달러이고, 그 중 세계 생수 시장의 규모는 589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세계 물 시장은 연평균 4.9%씩 성장하여 2025년에는 8,6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내 생수시장의 규모는 2010년 기준 5,500억 원 규모이고, 국내 먹는 샘물 PET 시장은 연 평균 12% 성장하고 있어 전망이 매우 밝다. 제주지하수인 삼다수는 국내 먹는 샘물 PET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며 시장점유율 1위, 선호도 1위, 만족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제주지하수의 수질이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주개발공사는 2011년 삼다수 60만 5,000톤을 판매했는데 매출액은 1,452억 7,900만 원이고 당기 순이익이 314억 900만 원에 이른다. 만일 이번에 1일 2,100톤의 증량이 이루어진다면 매출액과 당기 순이익이 2배 증가할 것이다. 또한 국내 생수시장의 규모가 세계 시장 규모의 1%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향후 삼다수가 세계 생수시장에 적극 진출하게 된다면 10배 이상의 매출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제주지하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들이 제주지하수를 먹는 샘물로 개발하여 떼돈을 벌어보고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법 제312조 제3항(이하 본 규정이라 한다)은 제주개발공사를 제외한 어떠한 사기업도 먹는 샘물을 제조ㆍ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위 조항은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공수화 원칙에 입각하여 1995년 1월 5일 제주도개발특별법에 처음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로 인해 그동안 어떠한 대기업도 제주지하수를 이용한 먹는 샘물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없었고 삼다수는 독점적인 위치에서 위와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공항(주)이다. 한국공항(주)은 공수화 원칙이 법제화되기 이전인 1984년 8월 30일 이미 월 3,000톤의 먹는 샘물 개발허가를 얻고 있었다. 이에 기득권 보호의 차원에서 유일하게 본 규정의 예외를 인정받아 현재까지 1일 100톤을 취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공항(주)이 기존에 인정받은 1일 100톤을 넘는 지하수 취수를 하는 것은 기득권을 넘어서는 것으로 본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공항(주)이 제주특별자치도법 제312조 제2항의 변경허가조항을 근거로 하여 지하수 취수 허가량 1일 100톤 증량을 신청하였다. 정희종 한국공항(주) 처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위 신청을 정당화하고 있다.

첫째, 지하수 공수정책이란 제주도의 통제와 관리, 즉 허가를 받아 지하수 이용을 하라는 것이며 먹는 샘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주장은 본 규정에 반한다. 본 규정은 지하수 공수정책의 핵심적인 근거조항 중 하나로 명백하게 사기업의 먹는 샘물 개발에 관해서는 도지사의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지하수 공수정책의 내용이 먹는 샘물의 경우와 그 외의 경우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둘째, 지하수관리조례는 변경절차를 신규허가 절차와 별도로 규정하고 있고 동 조례 제9조 제1항 제3호에는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증량시키고자 하는 경우”라고 하여 증량이 변경신청사유에 포함된다는 것을 명백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취수량 증량은 변경허가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 조례 규정은 먹는 샘물 취수허가량을 증량시키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한정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그렇게 해석하지 않을 경우 위 조례 규정은 본 규정의 취지에 반하여 법률 위반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참고로 조례는 법률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다.

셋째, 위 조례 규정이 있으므로 법적 근거가 명백함에도 헌법소원을 제기한다는 것은 법 자체를 무시하는 것으로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법리 오해에서 나온 그릇된 주장이다. 만일 이번에 한국공항(주)의 증량이 이루어지면 향후 다른 대기업이 먹는 샘물 제조ㆍ판매 허가를 신청하고 거부당하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본 규정에 대해 헌법상의 평등권 침해 내지 평등원칙 위반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헌법재판소는 기득권 보호의 차원을 넘어선 한국공항(주)에 대한 지하수 취수 허가와 다른 대기업에 대한 지하수 취수 불허가라는 차별적 취급이 헌법상의 평등권 침해 내지 평등 원칙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것이다. 그 때 과연 헌법재판소가 둘 사이의 차별적 취급이 평등권 침해 내지 평등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단언할지는 의문이다. 덧붙여 위 조례 규정은 위헌법률심판의 심사기준이 될 수 없다. 조례는 법률보다 하위의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넷째, 한국공항(주)은 1993년 최초허가량 1일 200톤이 1996년 1일 100톤으로 감량되었는데 이번 증량은 최초 허가량으로 환원하는 것에 불과하며 시판 보다는 항공기 수요 등 그룹사 내부 수요 충족이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하수 취수 감량은 본 규정의 취지에 부합되는 것이고 일단 감량이 적법하게 이뤄진 이상 또 다시 증량하는 것은 본 규정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 그리고 증량 목적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만일 항공여객 수요를 위해 증량이 불가피하다면 삼다수를 구매하면 된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한국공항(주)의 증량이 빌미가 되어 본 규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경우 앞으로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다국적 기업까지도 제주지하수를 이용한 먹는 샘물 사업에 뛰어들 것이고 제주개발공사는 그들과 무한경쟁을 벌어야 한다. 그러나 제주개발공사가 과연 그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결국 도태되지 않을까. 그렇게 될 경우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통째로 빼앗기고 절망의 한숨을 내쉬게 될 것이다.

한국공항(주)의 지하수 취수량 증량 허가 동의 문제와 관련하여 도민의 대표자들인 도의원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현명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헤드라인제주>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