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협약서' 약속 파기...군사시설보호구역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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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협약서' 약속 파기...군사시설보호구역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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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해군기지 군사보호구역 설정, 기본협약 파기 수순?
"군사보호구역 지정 안한다" 협약 정면 위배...국회권고도 무시

해군이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사업구역을 군사시설보호법에 의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던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는 국회권고 사항을 무시한 것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기본협약' 위반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정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해군은 지난달 12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관리 지자체 의견 문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해군측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사업구역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할 필요성이 있음에 따라 이의 지정을 위해 제주도에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유형이나 통제의 범위 등은 120만4693㎡으로, 이중 육상이 16만9459㎡(127필지), 해상은 공유수면 103만5234㎡로 확인됐다.

▲기본협약서 제8조,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아니하며..."

그런데, 이같은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추진은 지난 2009년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특별자치도 3자간에 체결했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에 관한 기본협약서'의 내용을 위반한 것이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기본협약서 제8조 '권리행사의 제한 배제' 규정에서는 "국방부장관은 민군복합항을 건설함에 있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제4조에도 불구하고 육상의 민군복합항 울타리 경계와 해상의 군항방파제 밖의 지역에 대하여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아니하며, 통행.고도.영농.어로.건축 등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민군복합항을 건설함에 있어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해군은 이 기본협약서의 내용을 무시한채 이번에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추진을 시도하면서 스스로 신뢰성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 기본협약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15만톤급 크루즈선박 2척의 자유로운 입출항을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문서이기도 하다.

기본협약서에 적시된 내용 중 15만톤급 크루즈 입출항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매우 구체적으로 내용이 적시돼 있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는다는 약속마저 깨뜨리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는 매우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2009년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 제8조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지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헤드라인제주>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는 강정 해안. <사진=강정마을회 카페, 헤드라인제주>

▲국회 소위원회 권고사항도 '무시' 수순?

더욱이 이번 일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주해군기지 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권고한 사항을 무시한 것이기도 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 소위원회는 채택한 보고서의 종합 의견에서는 "국토해양부는 크루즈항만수역과 시설을 '무역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올해 6월까지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항만기본계획을 변경하도록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또 "국방부(해군)는 크루즈선박이 출입할 수 있도록 2012년 6월까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국방부.국토해양부.제주특별자치도는 '민.군 항만 공동사용 협정서' 체결을 6월까지 추진해 제주해군기지가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 "항만관제권에 관해서는 크루즈선박은 국토해양부(제주특별자치도)가, 군함은 국방부(해군)가 갖도록 2012년 6월까지 협의를 완료하도록 하고, 항만시설 유지.보수비용에 관해서는 국방부(해군).국토해양부.제주특별자치도가 협의해 6월까지 필요한 협정서를 체결하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즉, 국회 소위는 항만법과 군사시설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협의절차가 우선 돼야 하고, 또 그에 따른 '항만공동사용 협정' 체결을 우선 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민항'과 '군항'이 공존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겠다고 하면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묶어 버린다면 '민항'의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군항' 중심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단의 땅' 조치 군사시설보호법, 해군이 노리는 것은?

그런데 해군이 이번에 공문을 황급히 보냈던 것은 구럼비 해안 발파공사를 하면서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커 보인다.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설정된다면 사업구역 주변에 주민들이 접근하는 것을 법으로 통제할 수 있다.

법률에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군사시설의 최외곽경계선으로부터 500m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제주해군기지 사업구역이 설정된다면 강정마을 일대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는 군사지역화 된다는 것이다.

설정된 보호구역에 출입하려면 관할 또는 주둔지 부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보호구역의 표지나 출입통제표찰을 떼어내거나 손괴하는 행위, 또는 군사시설의 촬영, 묘사, 녹취, 측량 및 이에 관한 문서나 도화 등의 발간, 복제 등도 금지된다.

즉, 해군기지 사업구역에 사진을 촬영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도 불허된다는 것이다.

무단 출입하면 강제 퇴거 조치하고, 군사시설 손괴 등을 하면 2년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사업부지에 지나지 않는 제주해군기지 사업구역을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려는 의도는 공사의 방해가 되는 요소, 특히 반대 주민들의 접근을 막겠다는 의도가 커 보인다.

▲해군이 기본협약 무시하고 강행한다면, 제지할 방법은?

문제는 앞으로 해군이 기본협약서와 국회 권고사항을 완전히 무시한채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려고 할 경우 제주도가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군사시설보호법에서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지정은 어디까지나 국방부 군사시설보호구역심의위원회에서 하도록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아니며, 다만 지정을 위해서는 행정청과 협의를 갖도록 돼 있다. 그러나 반드시 '오케이'라는 의사표시를 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협의를 했다는 '절차'적 조항으로 돼 있다.

해군이 기본협약서나 국회 권고를 무시하고, 이의 지정을 강행할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번에 공문을 접수받은 후 공문 자체를 '무시'하면서 국회 권고사항 이행을 제대로 이행할 것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문제는 15만톤급 크루즈선박 2척 동시접안 약속과 더불어 심각한 약속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

2009년 국방부장관과 국토해양부장관, 제주특별자치도지사 3자간에 체결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기본협약서.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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