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식 '해석', 이미 작정했던 건 아니었나
상태바
국방부식 '해석', 이미 작정했던 건 아니었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해군기지 항만설계 '오류' 검증결과, 우겨대기 해석
총리실 검증위 구성논란 '꼼수', 국방부 '해석'...연관성은 없나?

같은 내용의 글귀를 보고도, 해석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대부분의 이들이 "문제 있음"으로 받아들였으나, 오직 한 곳에서는 "문제 없음"으로 해석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또다시 논쟁이 불붙었다.

왜 '한글판' 종이문서 하나 갖고도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일까.

국무총리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보고서의 해석을 놓고 하는 말이다.

상황을 다시 정리해보면 이렇다. 기술검증위원회가 보고서를 채택한 것은 지난 14일. 그리고 3일 후인 17일 오전 이 내용이 공개됐다.

공개되자 마자 언론에서는 일제히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크루즈항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보도했다. 왜 그랬을까.

검토보고서에 엄연히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계상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고,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전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설계변경이 불가피함이 기술돼 있었다.

크든, 작든, 설계변경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은 분명 현재의 설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검증은 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크루즈항이 15만톤급 크루즈가 자유롭게 입출항이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그것도 15만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2009년 국방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간에 체결한 기본협약서에 명시된 내용이다.

지난해 항만설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팀을 통해 자체검증했던 제주특별자치도는 항만설계에 오류가 있어 자유로운 입출항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해군기지 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고, 국회도 이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재검증을 하도록 한 것이었다.

# 검증 결과보고서 내용의 실제, 국방부 주장 맞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진행됐던 검증위의 검증 결과보고서는 한눈에 확 띈다.

검토한 결과는 크게 5가지였다. 선회장 규모가 설계기준상 적정한지 여부, 그리고 설계 풍속, 크루즈선 횡풍압 면적, 항로법선, 선박시뮬레이션 운항난이도 등 4가지 항목으로 구분된다.

검증에서는 국방부에서 추천한 위원과 제주도에서 추천한 위원간 치열한 논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쟁점이었던 크루즈항 선회장 직경 논란에 있어서는 어느 한쪽의 입장이 맞다, 틀리다 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 선박의 통항안정성 및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검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로 이뤄졌다.

현재 설계된 선회장이 15만톤급 크루즈 선박길이(345m)의 1.5배(1.5L)인 520m를 직경으로 하는 원형으로 설계돼 있는데, 국방부는 이 규모가 적정하다는 입장인 반면, 제주도측은 2배(2L)로 증대해야 자유로운 입출항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선회장 논란을 뒤로 하더라도, 항만 설계에 필요한 4가지 항목에 대한 검증결과는 모두 설계기준 값 적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설계풍속의 변수값 적용 문제에 있어서는 현재 설계에서 해군측은 15노트(7.7m/sec)를 적용해 선박시뮬레이션을 했다면서 문제가 없다고 했으나, 검증위는 제주도에서 제기한 내용, 그리고 2010년에 고시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의거할때 27노트(14m/sec)가 적정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설계풍속을 종전 15노트에서 27노트로 변경 적용해 민군복항항 설계에 대한 접이안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했다.

크루즈선 횡풍압과 관련해서도, 면적 값을 재설정해 선박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제주도측 검증위원들은 제주현재의 민군복합항 설계보고서에는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횡풍압면적을 8584.8㎡로 기입해 선박시뮬레이션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군에서는 당시 선박시뮬레이션을 실시할 때 실제적으로 1만2515.8㎡의 값을 적용했다며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으나, 검증위는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실제적인 횡풍압면적인 1만3223.8㎡을 적용해 선박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항로법선을 설계기준에 맞도록 교각을 완화 할 것도 권고했다.

현재의 항만 설계평면도를 보면 항만 입구부의 항로 굴곡부 중심선의 곡률반경과 항로폭을 고려해 볼 때 여객선이 항만에 입출항하기에 적정하지 않으므로, 항로법선을 설계기준에 맞도록 고각을 완화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크루즈 선박의 자유로운 입출항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지에 대한 운항난이도 검토에서도 어렵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현재의 민군복합항 설계에 사용된 풍속 15노트(7.7m/sec), 접근항로 법선 77°, 자력조종 접이안 등의 조건에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의 운항난이도에 대한 자료검토를 한 결과, 서방파제 부두의 운항난이도는 가장 높은 등급에 해당하는 6, 7등급으로 15만톤급의 크루즈 여객선이 자유롭게 입출항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방파제 부두측면에서는 운항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술검증위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박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적절한 방법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회장 논란을 제외한 이 4가지 항목에 대한 검토결과만 보더라도, 최초 설계 당시 변수값 적용에 있어 문제 내지 오류가 있었다는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항만에 있어서 이 설계기준 항목의 변수값이 달라져도 전체적인 설계변경은 불가피하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문제다.

# 국방부의 '해석'...검증위 구성때부터 작정한 건 아니었나?

그러나 국방부는 '설계오류'가 확인됐다는 언론보도를 마치 대형 오보나 한 것처럼 싸잡아 반격하고 있다. 검증위가 4가지 설계기준 항목에 대해 적시한 내용에서 '오류라거나, 잘못되었다'라고 한 점이 없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전체적인 문장의 흐름이나 맥락만 이해하더라도 충분히 '오류' 혹은 '문제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도, 국방부는 이 직접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생떼 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검토보고서 말미에 붙인 건의 내용만을 근거로 삼고자 한다면 국방부 주장에 일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잘 따져보자.

"현 항만설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만 구조를 재배치와 고마력 예인선 배치를 반영하여 선박의 통항 안정성 및 접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선박시뮬레이션이 필요한 것으로 건의함.

현재의 구체적인 항만설계기준은 선박대형화에 따른 선회장 규모가 축소되는 추세임. 따라서 우리나라 항만설계기준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변경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함."

이 내용은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로, 기술검증위의 권한을 뛰어넘는 월권 수준이다.

기술검증위는 어디까지나 제기된 의혹에 대해 기술적 검토를 통해 적정하다, 적정하지 못하다는 결론만 내려주면 될 일인데, 앞선 기술적 검토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후미에는 정책적인 건의안까지 만들었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설계를 크게 변경해야 할지, 아니면 적게 변경해야 할지는, 설계기준 항목을 정상적으로 다시 적용해 대입한 후 그 결과데이터에 따라 결정되어질 문제다.

추가로 제시된 설계기준값을 갖고 시뮬레이션조차 해보지 않고 미리 예단해서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앞의 항만설계기준값 문제지적에도 잘못된 것도 없고, 문제 있다고 지적받은 것도 없다는 생뚱맞은 주장으로 여론의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고작 몇 페이지 되지 않은 검토보고서 자료를 갖고 국방부만 제대로 글을 읽었고, 대부분의 언론과 제주도민, 심지어 재검증을 권유했던 국회의원들까지도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바보로 만들고 있는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기술검증위원장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 역시 국방부 주장에 두둔하고 나섰다고 하니,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왜냐하면, 기술검증위원회가 구성될 당시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항만설계 전문가도 아닌 경영학 전공자인 교수를 위원으로 추천한 뒤, 곧바로 위원장으로 선임해 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 2명을 추천했다가 1명이 자진 사임하는 '양보의 미덕'까지 보이면서 해당 교수를 위원장 자리에 앉힌 의도가, 혹시 바로 지금의 상황과 연관성이 있는 건 아니었을까.

검증위 구성과정에서 보여줬던 총리실의 이해 못할 일들, 국방부의 이번 억지해석 주장, 이 일련의 상황 속에서 '꼼수'의 뒤통수를 맞았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