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문화광장' 조성?..."이번엔 제대로 검토한거요?"
상태바
'탐라문화광장' 조성?..."이번엔 제대로 검토한거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탐라문화광장 사업 주민설명회서 표출된 '기대와 우려'
"혈세 몇백억원 날릴까 걱정" VS "그래도 이거라도 잘해 봐야죠"

제주시 일도2동과 건입동의 산지천 구간에 제주신화를 주제로 한 광장을 조성,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되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구도심 재생사업이 무산된 후 허탈감에 빠진 인근 지역주민들은 이 사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8일 오후 3시 제주시 칠성로 영상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주최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서는 지역주민들의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토대로 잘 추진한다면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기대', 그리고 구도심 재생사업도 무산됐는데 비슷한 성격의 사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공존했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서 한 시민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헤드라인제주>

# 그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은?

먼저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은 제주시 산지천을 중심으로 5만㎡ 내외의 부지에 제주신화를 주제로 한 광장과 테마정원을 조성해 관광 활성화를 촉진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제주도는 올해 47억5200만원을 투입, 토지매입을 시작으로 이달 중 실시설계 현상공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11월 중에는 공모를 거쳐 탐라문화광장의 밑그림이 제시된다.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은 4월쯤 착수해 9월말 완료할 예정인데, 2014년까지 민자 325억원을 포함해 752억원이 투입된다.

메인광장을 비롯한 6개의 테마정원과 산지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해 국내외 관광객들의 친수공간으로 제공하고 벽천분수 및 수중분수, 경관조명시설, 징검다리, 유선형도로를 보행환경조성사업으로 추진한다.

산지천 동.서안에 세계음식점과 테마카페,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점, 예술인 공방과 연계한 문화관광상품 전용의 관광노점 등이 들어선다.

탐라문화유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북수구와 칠성대를 복원하고, 금산수원지를 활용한 생태공원과 기존상권과의 연계한 동선체계를 구축한다.

제주도는 주민설명회가 끝난 뒤에는 메인광장에 편입되는 토지 3600여㎡를 47억원을 투입해 매입하는 한편,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 등 행정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공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탐라문화광장이 조성되면 구도심지역의 인구유동성이 확보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나가고, 도시재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주도는 기대하고 있다.

또 제주외항으로 오는 크루즈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가치가 있는 등 복합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주차공간도 없고 특별함도 없고...전시행정 아닙니까?"

하지만 이같은 구상은 '구상'일뿐, 구도심 재생사업이 무산되는 것을 지켜봤던 주민들의 공감을 얻는데는 쉽지 않았다.

산지천에서 먼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기에는 특별함이 부족하다는 의견에서부터 주차공간 확보 계획이 미흡한 점, 광장 조성에 따라 기존 도로의 소통이 막힐 것이란 의견 등이 쏟아졌다.

칠성통에서 상가를 운영한다는 김모씨는 "노형이나 연동에 사는 젊은이들이 자기네 동네보다 이곳을 찾아오게끔 하려면 뭔가 특별한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잘못 추진하다는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사람이 오지 않아 지금보다 더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잔뜩 기대한 사람들은 헤어날 수 없는 빚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전시행정, 쇼가 아니라 그야말로 지역주민 소득과 연계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차공간 부족 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이 걸어오는 것도 아닐텐데, 설명된 내용을 보면 주차공간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며 "관광객들이 온다고 하더라도 주차공간이 없으면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주민도 이와 의견을 같이 했다. 그는 "이런 계획이 제시돼 반갑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접근성"이라며 "주차할 수가 없는데 이 곳을 두번 찾아오겠나? 접근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은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 타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계획이 산지천을 살리려는 것인지 죽이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말문을 연 그는 "이 계획대로라면 인근 도로 6-7개가 차단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기존 칠성로나 재래시장은 다 죽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을 유입한다고 해놓고, 도로를 다 막아버리면 어떻게 어디로 진입하라는 것이냐"며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으면서 여기저기 이것저것 짓겠다는 것은 어린애 장난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기존에 있는 탑동광장, 동문로터리 광장 등과 성격 및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지금의 산지천을 살리고 싶은 것이라면 이 상태에서 산지천 서쪽 도로를 정비해서 카페도로를 만들 수도 있다"며 "불과 500미터 옆에 탑동 광장이 있는데 또 만든다는 것인가? 몇백억원은 공돈이 아니다.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근 상가주인 장모씨도 "동문로터리에 광장이 조성돼 있는데, 기존 광장도 제대로 활용.관리하지 못하면서 테마광장을 6개나 만들었을 때 관리나 활용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 박노섭 단장 "산지천이 적지...주차공간 부족치 않게 할 것"

이에 대해 박노섭 제주도 도시디자인단장이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답변에 나섰다.

박 단장은 "산지천 주변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 곳이 제주 해양문화의 중심지로서 크루즈항과 가깝다"며 "15만명 정도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은 6-12시간 머물다 간다. 그들을 어떻게 돈을 쓰게 만들 것인가하는 점에서 볼때 산지천은 상당히 유리한 지역적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산지천 인근은 건축년도가 오래된 지역이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며 "그래서 이곳을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차공간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보여지고 있는 계획은 기본적인 계획으로 도로계획 등은 자세하게 반영돼 있지 않다"며 "접근성이 편리하도록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40면 정도 대형버스 위주의 주차장을 계획하고 있고, 아직 확실히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주차장도 고민하고 있다"며 "여기에 현재 있는 주차장도 일부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고, 접근하기 편하고 불편함 없이 쉬다갈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할 것"이라며 "많은 주민들과 지속적인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원도심 활성화 위해 필요한 사업...기대한다"

많은 우려 속에서 기대를 내비치는 주민도 있었다.

인근 지역의 한 상인은 "이 사업은 원도심의 진정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며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지금 이 근처는 죽어있는 곳으로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대"라며 "주차장을 잘 갖추고 교통망 구상을 잘 한다면 아주 좋은 계획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도1동 주민자치위원장도 "주민들에게 소홀하지 않으면서 추진해 나가면 반드시 성공하고 좋은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2월 실시설계를 발주할 계획인데,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고 실시설계 과정에서도 지역주민 설명회를 가질 것"이라며 "주민 의견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도1동과 건입동이 지역구인 제주도의회 신관홍 문화관광위원장도 참석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신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 사업은 지역구 도의원이나 도지사의 힘만으로는 안되고, 주민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업을 어떻게 잘 이끌어가서 점점 낙후되는 지역을 끌어올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제주도 당국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지역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많은 우려 속에 도의회의 예산 승인으로 추진되고 있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서 나타난 것처럼 기대과 우려가 동시에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계획이 짜여질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서 한 시민이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도 관계자가 주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헤드라인제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헤드라인제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 주민설명회.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돌하르방 2012-02-08 23:03:59 | 121.***.***.40
좋은 생각입니다. 반드시 필요하고요
다만, 공사 중단 및 결과 예상치와 달리 나타나면 책임은 누가 지나요
전문가, 관계공무원 등 누구라도 좋은데 실명제로 했으면 좋겟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