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원어민 강사, 그는 왜 '피켓시위'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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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어민 강사, 그는 왜 '피켓시위'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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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人제주] (36) '무등록' 영어시설의 또 다른 피해자 루크 맥키
"캠프 감독자에 대들다 폭행까지 당해...떼인 임금 반드시 받겠다"

제주에서 6년 동안 '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오다 결국 교육청 당국에 의해 경찰에 고발된 A영어마을.

무등록 영어시설로 운영되며 학부모들에게 불신감을 안겨주고, 학생들에게는 제대로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한몸에 사고 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A영어마을에 교육 프로그램 관련 문제를 제기하다가 관계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임금도 받지 못했다는 한 원어민 강사의 하소연이 전해지고 있다.

취직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한 호주인 루크 맥키(33, Luke Mckee). 그는 매우 격앙된 어조로 제주에 머물던 약 2주 남짓한 시간 동안 그가 겪었던 일들을 풀어냈다.

맥키 루크가 A영어마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두번의 경찰 고발...A영어마을은 어떤 곳?

먼저, 그가 발을 담그게 된 A영어마을은 어떤 곳일까?

A영어마을은 영어로만 말하는 영어캠프를 운영해 외국인과의 의사소통 두려움을 해소하고, 영어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키운다는 목적에서 설립됐다.

지난 2005년 서울 소재 모 법인이 설립한 A영어마을은 전국의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캠프 참가자를 모집했다.

그런데 지난해 초 국민권익위원회와 제주도교육청 등에는 이 시설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내용의 학부모 민원이 제기된 바 있다.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 부실하고, 환불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강사진이 풍부하다고 광고했으나, 실상은 광고와 달랐다는 내용이었다.

민원이 제기될 당시 A영어마을은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서 운영됐었다. 그러던 중 제주시교육지원청의 첫 번째 고발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A영어마을은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게 됐다. 지난해 9월 시설로 이용됐던 컨테이너 6개 동이 모두 철거됐다.

그 뒤 A영어마을은 조천읍에서 구좌읍으로 자리를 옮겨 리조트를 빌린 뒤 영어캠프 영업을 이어갔다.

계속된 민원에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지난 5일자로 A영어마을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경찰에 두 번째로 고발했다.

현행 학원법은 학생대상 교습 행위를 하려면 교육청에 신고하고 등록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A영어마을은 제주시교육지원청에 학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영어마을 측은 영어캠프가 학원법 대상이 되는지 분명치 않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 시작부터 꼬인 영어마을 취직..."열악한 시설에 경악"

루크는 지난 2004년 한국에 왔다. 경기도 인근에서 한국인 부인과 생활하던 루크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고, 지난해 12월 A영어마을을 알게 됐다.

지난해 12월16일 A영어마을 측과 채용을 위한 인터뷰를 가진 그는 다음날인 17일 영어캠프가 운영되는 7주 동안 원어민 강사로 채용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같은달 24일 제주에 도착했지만,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조천읍에 캠퍼스가 있는 줄 알고 왔는데, 실제로는 구좌읍 하도리의 모 리조트에서 캠프가 운영되고 있었다"고 했다.

시설도 몹시 낡아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실이 너무 좁아 어떤 선생은 책상이 있는 교실 대신, 침대가 있는 방에서 애들을 가르치고 있었어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애들을 가르치겠다는 건지 의아스러웠죠."

다음날에야 수업에 쓰일 교재를 받아본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교재는 굳이 캠프를 오지 않아도 될법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었다. 빈칸 채우기, 그림 맞추기, 그림에 맞는 단어 줄 잇기 등이었다.

"영어 수업 도중 롤플레이(역할극)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재도 없었고, 만약 교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롤플레이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열악했죠."

# "아내 출산비 위해 버티려 했지만...폭행 당하고 임금도 깎여"

맥키 루크가 A영어마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약기간인 2월1일까지 근무하려 애썼다. 다음달 태어날 예정인 아기의 출산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A영어마을에 오기 전 다른 곳에서도 근무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하지만 출산을 앞둔 제 아내와 아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곳을 택하게 됐죠."

그러나 그의 계획은 점점 틀어졌다. 루크는 지난 12일 수업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A영어마을 측에 제기하자,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동부경찰서로 건너와 "같이 일하는 캠프 감독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피해신고서를 접수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심각해졌다. 임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는 "폭행 사건이 있은 뒤 A영어마을과 여러번 전화통화한 결과, 영어마을측은 저에게 무단이탈로 인한 벌금, 그리고 캠프장을 나간 뒤 제가 머물던 방세 등을 제외한 액수의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루크가 제시받은 액수는 당초 180만원 선에서 70여 만원 선으로 절반 이상 깎였다.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그 이후에도 영어마을은 계속 말을 바꾸면서 임금을 주지 않고 있어서 더 당황스럽고 이제는 화가 날 지경입니다."

# "중개인, 불법영어캠프 알고도 쉬쉬"...공항서 피켓시위

그를 더욱 화나게 한 것은 영어마을에 자신을 소개한 중개인이 불법캠프임을 알고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루크는 "중개인은 제가 의문을 제기했을 때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며 저를 안심시켰었다"면서 "그의 행동을 볼 때 또 다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밀린 임금을 받아내고, 또 다른 피해자를 낳지 않기 위해 그는 제주국제공항에서 '불법영어캠프 가는 원어민에 경고하는 사람'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실제 지난 24일에는 그의 활약 덕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여성 원어민 강사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영어마을과 접촉하기 전 그를 다시 남아공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루크는 이날 저녁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본사가 있는 서울에 가 영어마을 대표와 담판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제가 한 것이라고는 저를 때렸던 그 사람에게 '그런 행동하지 말라'고 소리지른 것 밖에 없습니다. 이 억울하고 외로운 싸움에서 꼭 이길 겁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피해에 이어 원어민 강사까지도 해를 입고 있지만, 교육청 당국에서는 손 쓸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A영어마을이 학원으로 신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등록 시설임을 알리는 게시물을 부착하고, 학생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만 취할 수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거주 외국인들이 날로 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에서, 이번 그의 일은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 '제주인(人)'으로 함께 해야 할 그에게 마음의 상처만 잔뜩 안겨준 씁쓸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공항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맥키 루크. <헤드라인제주>

<조승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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