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km 긴 여정 마친 문인들..."해군기지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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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km 긴 여정 마친 문인들..."해군기지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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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간 이어진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강정서 마무리
"해군기지 막고 평화의 섬 지키는 것이 작가의 사명"

지난해 12월 26일 임진각을 출발해 1번 국도를 통해 전국에 해군기지 반대의 뜻을 전한 한국작가회의의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에 참가했던 작가들이 26일만에 강정마을에 도착, 해군기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육지에서 482.2km, 산지항에서 강정까지 88.6km 등 총 570.8km를 걸은 이번 행사는 시인과 소설가, 평론가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걸으면서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알리고, 우리 사회의 평화의 의미를 물으며 스스로 성찰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26일간 570km를 걸으며 전국에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전한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마침내 강정에 도착했다. <헤드라인제주>
긴 여정을 마치고 강정마을에 도착한 작가들을 환영하고 있는 주민들. <헤드라인제주>
26일간 570km를 걸으며 전국에 해군기지 반대 목소리를 전한 한국작가회의 소속 작가들이 마침내 강정에 도착했다. <헤드라인제주>
행사에는 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 등을 쓴 한국 문단의 거목인 소설가 조정래씨를 비롯해 제주4.3을 다룬 소설 '순이삼춘'의 작가 현기영씨와 도종환 시인, 그리고 지난해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씨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시민 등 500여명이 참가했다.

20일 오후 1시 중문관광단지에서 강정주민들과 만난 행사 참가자들은 함께 마지막 구간이자 목적지인 강정마을로 걷기 시작했다. 마지막 구간에는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100여명과 <헤드라인제주>의 객원필진인 김경훈 시인을 비롯한 제주문인들도 함께했다.

전남 구례 농악패와 강정평화운동가들로 구성된 신짜꽃밴의 흥겨운 풍물을 앞세우고 길을 나선 이들은 오후 4시 마침내 26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강정마을에 도착했다.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으로 모여든 행사 참가자들은 5년 넘게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이끌고 있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강정마을 반대대책위원장에게 생명평화의 편지와 성금이 들어있는 통장, 그리고 500여명의 작가회의 회원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 현기영 "4.3의 아픔 있는 제주에 전쟁 전초기지 건설 어불성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소설가 현기영씨는 "4.3의 아픔이 남아 있는 제주에 전쟁의 전초기지가 들어서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해군기지 건설이 즉각 중단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전쟁의 반대가 바로 평화로 제주는 반세기 전 그 참혹했던 4.3을 겪은 지역"이라며 "전쟁의 가장 참혹한 모습이 펼쳐지고, 수많은 아픔과 희생을 겪었던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강정에 건설되고 있는 해군기지는 바로 전쟁의 전초기지로, 이런 것을 제주에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주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그런 평화의 섬으로 남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전쟁으로, 무력으로 지킬 수 없다. 사랑과 평화를 통해서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며 "올해는 반드시 해군기지를 막아내고 평화의 섬 제주를 지켜내자"고 말했다.

소설가 현기영씨가 강동균 강정회장에게 전국에서 보내온 편지가 담긴 가방을 전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소설가 현기영씨가 고권일 위원장에게 강정투쟁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 조정래 "결사반대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결사반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그동안 제주에 수차례 오고 갔지만 이런 일로 다시 오게될 줄은 몰랐다"면서 "긴 글을 쓰다보니 세계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었는데 그 어딜 가도 제주만큼 좋은 곳이 없다. 그런데 그런 제주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피력했다.

또 "한반도 남쪽에는 400개가 넘는 섬이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정해 해군기지를 만들면 될 것을 왜 제주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봉우리가 백두산과 한라산인데, 그런 한라산이 있는 제주에 군사기지라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로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강정마을만의 일이 아닌 전국민이 싸우는 일이 됐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면서 "결사반대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도종환 "학교폭력 무섭다고 아이의 허리에 칼 채울 순 없어"

도종환 시인은 "학교폭력이 무섭다고, 사회가 무섭다고 아이들의 허리에 칼을 채울 순 없다"면서 평화를 위해 군사기지가 건설돼야 한다는 해군측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바다가 없는 충북의 작가들이 제주의 작가들과 10년 넘게 교류하며 수차례 제주를 방문하고, 제주에 큰 아픔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며 "그런데 최근 이 아름답고 아픈 역사가 있는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전쟁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논리, 군비를 확충하자는 사람들의 논리, 싸움을 하자는 사람들의 논리를 따라가게 된다면 결국 죽고 희생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봐왔다"면서 "전쟁을 하는 이가 있으면 평화를 기원하는, 싸우는 사람이 있으면 말리는 이가 있어야 하고 바로 이것이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요즘 학교폭력 무섭고, 딸이 조금만 늦게 들어오면 걱정될 정도로 사회가 무섭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허리에 칼과 총을 채워서 학교를 보낼 순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해군도, 경찰도, 제주도도, 주민들도 모두가 지혜를 모아 이 섬과 바다를 평화의 섬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종환 시인은 자신의 시 '담쟁이'를 낭송하기도 했다.

소설가 현기영씨. <헤드라인제주>
소설가 조정래씨. <헤드라인제주>
도종환 시인. <헤드라인제주>
소설가 공지영씨. <헤드라인제주>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씨도 "한반도의 많은 땅이 철조망에 덮여 있는데 남쪽 끝에도 이같은 철조망과 군대가 덮게 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미안한 일"이라며 "평화가 당연하다는 국민의 뜻이 우선적으로 반영되는 사회가 될 때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발언이 끝난 후에는 김경훈 시인이 시 '이 펜스를 걷어라'를 낭송했고, 이어 신짜꽃밴의 공연이 펼쳐졌다.

한편, 이날 강정에 도착한 문인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강정주민들과 함께 해군기지 백지화를 기원하는 촛불문화제를 가질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강정에 도착한 작가들이 구럼비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펜스를 두드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강정에 도착한 작가들이 구럼비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펜스를 두드리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경훈 시인이 시 '저 펜스를 걷어라'를 낭송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발언이 모두 끝난 후 강정 평화운동가들로 구성된 신짜꽃밴이 공연을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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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2012-01-20 21:58:10 | 121.***.***.203
'수호암' 님이 지적하신 부분 수정되었습니다. 헤드라인제주에 가져주신 관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