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담합' 끓는 배신감..."농협이 이럴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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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담합' 끓는 배신감..."농협이 이럴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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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료 담합 실체에 농민들 '울분'..."분노를 넘은 배신감"
피폐한 농심..."부당계약 철회하고 비료가격 인하하라" 촉구

한미FTA 등의 문제로 한숨이 가시질 않았던 중에 설 명절을 앞두고 터진 '화학비료 담합'의 실체는 농민들의 분노를 사기 충분했다.

농민과 함께 상생한다고 믿었던 비료회사는 물론, 영농생산비 부담을 줄여야 할 농협중앙회의 자회사가 이 담합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농민들은 울분을 토했다.

19일 오전 10시 제주농협지역본부 앞에 몰려든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김장택)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회장 한경례) 소속 농민들은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이들은 이를 '배신감'이라고 표현했다.

제주지역 농민들이 19일 농협중앙회가 연관된 비료담합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 농민들이 19일 농협중앙회가 연관된 비료담합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남해화학, 동부 등 13개 화학비료업체가 1995년부터 지난 16년동안 농협중앙회 등이 발주한 비료 입찰에서 가격담합을 통해 1조6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밝혔다.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임에도 이같은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828억원에 불과했다. 사시사철 농사를 짓느라 고된 농민들로부터 1조500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이 담합에 앞장섰다는 것은 더 큰 분노를 일으켰다. 비료시장의 42.5%를 점유하고 있는 남해화학은 이번 담합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화학비료는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무려 102%가 인상됐다. 2배 이상 뛰어오른 비료값에 반발이 생겼지만, 당시 국제 원자재값 인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비료회사측의 설명에 농민들은 수긍했다.

그러나, 가격인상의 실체는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한 결과물임이 폭로됐다.

올해도 비료값은 어김없이 올랐다. 지난 6일 농협중앙회는 국내 13개 화학비료제조사들과의 가격조정을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들이는 필수적인 화학비료 가격을 적게는 14.7%, 많게는 40%가량 인상했다.

가뜩이나 한미FTA로 인한 1차산업의 타격, 사료값도 못 건지는 소값 폭락사태,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월동채소 무파동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은 농민들의 고충을 가중시켰다.

제주지역 농민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상황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한 농민은 "지난해는 여러가지 문제로 영농 의욕을 상실한 한해였는데, 농민들을 뒷받짐해야 할 농정이나 농협이 새해벽두부터 농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의 자회사가 담함에 참여해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것은 분노를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비료값이 비싸다고 농사를 안 지을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동안 밭에 투입한 비료를 생각하면 억울함을 참을 수 없다"며 "제주농협은 중앙회 눈치를 보지말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 분명히 답을 줘야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농민들은 회견문을 통해 "농협중앙회는 즉시 부당한 비료구매 계약을 철회하고 비료가격을 즉각 인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농협중앙회와 남해화학의 조직적 유착 없이 진행될 수 없다"며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협중앙회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지역 농민들이 19일 농협중앙회가 연관된 비료담합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 농민들이 19일 농협중앙회가 연관된 비료담합 사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헤드라인제주>
짧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농협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농민들의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16년전부터 당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한 농민은 "처음 농사를 지을때 1900원이었던 비료값이 지금은 1만원이 넘는다"며 "그런데 이 기간동안 당근가격은 조금도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료값만이 아니라 농약이나 비닐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는 현실인데, 어떻게 이런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또 다른 농민은 "농민을 지키는 뚜렷한 정책 없이 비료값을 인상하는 것은 농민을 말살하려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를 참지 못한 한 농민은 "그동안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이냐"며 "엄청난 자산을 축적하고도 농민들한테 쥐꼬리만한 배당금을 주는 것이 농협 아니었느냐"고 분을 냈다.

농협측 관계자로부터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문을 나서면서도 농민들은 여전히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기껏 농사를 지어도 수확할 것이 없다"고 토로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한 농민은 "FTA싸움 등으로 버틸힘이 없는데 이런 일로까지 싸워야 하나"라며 탄식했다. <헤드라인제주>

제주지역 농민들이 비료담합 사태와 관련해 농협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있다. <헤드라인제주>
농협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농민. <헤드라인제주>
<박성우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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