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특혜?...왜 본전도 못찾을 무리수 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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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특혜?...왜 본전도 못찾을 무리수 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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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좌초된 판타스틱 아트시티 사업, 잘못된 '첫 단추'
속전속결 협약체결...1년후 '효력상실'...제주도만 '오점' 멍에

많은 논란 속에 1년만에 무산된 '제주 판타스틱 아트시티' 조성사업은 한마디로 제안서 한장에 1조6000억원의 보증을 쏜 격이었다.

그것도 보증의 약발을 보지 못하면서, 사업은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이로써 '특혜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지만, 일련의 추진과정을 돌아볼 때 여전히 많은 의구심과 함께 제주도당국의 '오점'이 드러난다.

지난해 1월 주식회사 인터랜드가 제주도에 예비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 이 사업의 논란은 올해 1월6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인터랜드와 체결한 협약서의 효력이 상실했다는 공식 발표를 하기까지 1년에 걸쳐 이어져왔다.

▲예비제안서 한장에 호들갑...일사천리 심사 후 협약서 '뚝딱'

다시한번 이 사업의 추진과정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인터랜드라는 업체가 최초 '예비제안서'를 제주도에 제출한 것은 지난해 1월21일. 

말 그대로 '예비' 수준의 제안서였지만, 6일 후인 1월27일 제주도는 무슨 사연인지 이 예비제안서를 제출한 사업자를 대동해 장황한 언론브리핑을 하면서 의구심은 촉발됐다. 예비제안서를 갖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제안서에 제시된 사업은 제주시 애월읍 일대 510만㎡ 부지에 드라마 체험장 등의 복합 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관광객들에게 미래 지향적인 환상체험공간인 드라마 환상체험장을 비롯해 쇼핑시설, 식음시설, 엔터테인먼트지구, 숙박시설 등 차별화된 미래형 복합관광단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1, 2, 3지구 가운데 드라마환상체험장, 쇼핑시설, 엔터테인먼트지구 등이 들어서는 1지구의 사업 소요예산만 무려 1조6000억원.

결코 작지 않은 액수의 사업이다.

사업을 제안한 주식회사 인터랜드는 SPC(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회사일 뿐 자금력(설립자본금 5억원)이나 사업예정지의 토지를 확보한 업체가 아니었다.

SPC 설립을 통해 이 대단위 사업을 해내겠다는 것이다. 사업예정지도 다름아닌 대단위 국공유지가 밀집된 지역이었다. 국공유지를 제주도로부터 임대받아서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예비제안서 수준이었지만, 한달 후인 2월25일 제주도는 인터랜드와 전격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 제4항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사업 조성에 필요한 공유지를 임대하는 등 부지확보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사업자를 위해 공유지를 임대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인터랜드는 전체 사업부지 중 1차적으로 제주도의 비축토지 5만㎡(1만5000평)를 임대해서 드라마 제작과 함께 세계 13개국에 홍보를 하고, 무비자로 올 수 있는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여서 지역경제 활력을 견인하기 위한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공유지를 임대하는 등'의 약속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짧은 기간에 속전속결로 명문화시킨 점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했다.

예비사업제안서게 제출된 최초부터 사업자를 대동해 '훌륭한 사업'인 것처럼 옹호하고 나섰던 제주도당국은 협약이 체결되던 날에는 별도 자료로 해 <질문응답 Q&A>까지 내놓았다.

<영세한 자본금의 PM사가 1지구 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자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내렸다.

관련부서 협의와 민자유치위원회 심의, 도정조정위원회 심사를 끝냈다는 내용도 덧붙였으나, 이 과정은 불과 한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일사처리였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계획서 한장에 1조6000억원의 보증을 쏘았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일반 개발사업에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해당 업체에는 상당한 공신력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보더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업이 무산된 것은 협약 제6항 "특수목적회사가 제1항이 정한 기간까지 설립되지 않을 경우 본 협약은 효력을 상실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제1항에 명시된 2011년 12월31일까지 SPC가 설립되지 않았기에 제주도는 불가피하게 협약서의 효력상실을 최종 결정한 것이다.

▲'공신력' 날개단 협약서, 그러나 은행문턱에서 좌초

그럼, 이 사업은 왜 난관에 부딪혔던 것일까.

공공기관과 업무협약까지 체결하면서 '공신력'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SPC 설립을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금융권에서 사업참여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사업참여를 꺼린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담보력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사에서는 먼저 토지의 담보형태를 갖춰야만 참여를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PC를 먼저 설립한 후 공유지를 임대받아 사업을 하겠다는 말이 금융사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당초 인터랜드는 SPC 설립방식을 종전의 특정 유력 건설사가 주도하는 일반적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을 보고서 건설사와 금융사가 참여하는 선진국형 방식으로 설립하겠다고 밝혔는데, 보기좋게 퇴짜를 맞은 것이다.

섣불리 업무협약을 체결한 제주도당국도 체면이 말이 아니다. SPC를 설립도 못할 업체와 특혜논란까지 빚으며 업무협약을 체결한 꼴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선진국형 개발방식'...왜 사전 검토 제대로 못했나?

제주도는 왜 이런 무리수를 뒀던 것이었을까.

물론 제주도는 나름대로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개발사업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번 판타스틱 아트시티와 같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이 새로운 방식을 두고 '선진국형 개발방식'이라는 표현을 썼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서 버자야그룹이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사업자가 모든 권한을 갖게 돼 사업추진이 잘 안되더라도 행정당국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작아지더라는 예를 들었다.

따라서 판타스틱 아트시티의 경우처럼 제주도에서 부동산을 임대해주고 사업이 잘되면 지분을 가져오든지 하는 방법으로 해 개발사업의 실질적 진척을 강제해 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정부분 일리는 있는 말이다.

그러나 판타스틱 아트시티의 경우 사전 공감대 형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선진국형 방식'이란 부분에 대해 도민들에게 양해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됐다.

제주도의 설명대로 이 방식이 진정 선진국형 방식이라면 그러한 제도 도입에 대해 도민사회의 공감대를 거쳤어야 했다.

또 설령 부동산 임대방식의 개발사업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더라도 사업 대상자 선정 기준과 관련한 명확한 원칙이 제시돼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관광지 개발사업을 하겠다고 제안서를 들이미는 사업자에게 모두 '부지 임대'를 약속해줄 생각이 아니었다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도 마련해 제시했어야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업체의 수행능력 정도, 실현 가능성, 기대효과, 도민 정서 등도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판타스틱 아트시티에서는 주먹구구식 해명만 잇따랐을 뿐, 어느 것 하나 깔금하지는 못했다. 특히 SPC설립 가능성에 대한 사전 제도적 검토 조차 이뤄지지 못하면서 낭패를 보게 됐다.

1년여 동안 제주사회에 많은 논란을 야기시킨 이 사업이 정작 금융사의 지원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좌초된 것을 두고, 도민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제주도 스스로 오점을 남긴 셈이다. <헤드라인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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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는 의구심 2012-01-07 21:30:53 | 61.***.***.79
실패한 로비네.ㅉㅉ
예비제안서 접수되자 마자 도청 공무원들이 보여줬던 열정, 만약 다른 사업자가 그 정도 안 내밀었어도 그렇게 적극 호응해줬을런지